한국 영화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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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초상

2022-11-01T18:14:31+00:00 2022.10.26|

옛 영화 스틸 컷은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국 상업사진 1세대 김한용의 미공개 스틸 컷을 담은 <스틸 컷: 1950-1960년대 김한용 아카이브>(이안북스)는 영화와 사진을 사랑하는 이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이 21세기 영화의 도시라면 1950-1960년대 서울 명동은 그야말로 ‘별들의 고향’이었다. 그 중심에는 1세대 충무로 광고사진가 김한용(1924-2016)이 있다. 해방 직후 국제보도연맹 소속 보도사진가로 일했던 그는 본격적으로 한국 영화가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1959년 충무로3가에 ‘김한용사진연구소’를 설립했다. 그 건너편에는 영화인들의 만남의 장소로 통했던 ‘스타다방’이 있었고, 그 위층에는 당대 ‘연예계의 황제’ 임화수가 이끄는 ‘한국반공예술인단’ 본부가 자리했다. 관객의 영화 사랑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극장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극장 앞은 연일 초만원을 이뤘다. 최근 출간된 <스틸 컷: 1950-1960년대 김한용 아카이브>는 지금껏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던 그 시절의 영화 현장과 극장가의 풍경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책에 수록된 김한용의 사진 500여 점은 한국 영화사의 단면을 담은 기록이자 예술적 결과물이다. 그는 최은희가 주연을 맡은 신상옥 감독의 영화 <꿈>(1955)의 스틸 컷을 시작으로 <청춘화원>(1960), <악의 꽃>(1961) 등 13편의 영화 작업을 남겼다. 영화 현장의 숨은 조력가로서 그가 촬영한 일련의 사진은 필름이 남아 있지 않은 영화의 배우 캐릭터와 영화 내용을 소개할 뿐 아니라, 세트와 촬영장의 전경을 통해 그 시절의 사회 문화사를 짐작하게 한다. 재미있는 건 이 스틸 컷의 활용 범위다. 책에 따르면 극장 가판이나 지면 광고 등 홍보 목적으로 제작된 이 사진은 카메라가 흔치 않던 시절 영화 투자 유치를 위한 보도 자료로 쓰였다. 또한 모니터가 없던 시기, 감독들은 촬영 장면의 화면 구도를 확인하는 장치로 이 스틸 컷의 도움을 받았다. 사진가는 감독 옆에서 현장을 촬영하고, 밤새 현상 인화해 다음 날 아침 감독에게 샘플 사진을 건네는 식이었다. 책에 담긴 사진은 감독이나 제작사가 원본을 가져간 후 사진가에게 남겨진 B컷이다.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K-시네마의 시작을 확인하고 싶다면 꼭 읽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