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식케이라는 카우보이

2022.10.28

by 손기호

    식케이라는 카우보이

    비트의 세상을 유영하는 식케이라는 카우보이.

    BULL’S EYES 트렌치 코트, 바지는 지방시(Givenchy), 부츠는 프라다(Prada), 주얼리 보디 체인은 산쿠안즈(Sankuanz).

    THE SHINING 모자는 구찌(Gucci), 귀고리, 반지는 타사키(Tasaki).

    FIRE IN THE HOUSE 시퀸 셔츠는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at MR Porter), 팬츠는 헬무트 랭(Helmut Lang), 선글라스는 구찌(Gucci), 반지와 이어커프는 써티투던(32Dawn), 볼드한 체인 목걸이는 위민(Yvmin), 레이어드한 실버 목걸이는 할롯 핸즈(Harlot Hands).

    돌이켜보면 나는 식케이(Sik-K)를 남들보다 조금 일찍 알았던 것 같다. 2013년이었을 거다. 식케이는 <Young Hot Yellow>라는 믹스테이프를 발표한 적이 있다. 식케이의 지금 음악과는 꽤 다른 음악이었다. 인터뷰 시작 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니 식케이가 웃으며 거든다. “릭 로스(Rick Ross)나 믹 밀(Meek Mill) 같은 트랩이었죠.” 기억을 조금 더 더듬어보니 식케이와 페이스북으로 교류하던 기억도 날 듯 말 듯하다. 교류라고 해봤자 댓글 단 것이 전부였겠지만.

    나이 들었다고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신에 오래 있다 보면 종종 하게 되는 경험이 있다. 신인이던 이가 어느새 스타가 되어 있는 경험, 신인이던 이를 스타가 된 후 마주하는 경험 말이다. 래퍼들은 등장하고, 올라가고, 스타가 된다. 반면 나는 언제나 이 자리에 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는 스타가 된, 아니 스타가 된 지 한참 지난 식케이가 앉아 있다. 이야기를 듣던 식케이가 말한다. “그러고 보니 저희 실제로는 처음 뵙는 거죠? 정말 뿌듯하군요. 감사합니다.”

    식케이가 전역한 지도 벌써 1년이 되어간다. 남의 군 생활만 빠른 게 아니다. 남의 전역 후 삶도 빠르다. 군 복무를 마친 아티스트에게 꼭 하는 질문이 있다. “군 복무하는 동안 개인으로서 또 아티스트로서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뻔하지만 물어볼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아티스트마다 대답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군 복무하면서 처음에는 시련이 많았어요. 훈련소에서 어깨가 찢어졌거든요. 말도 안 되게 다쳤어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모르는 사람들이랑 자꾸 부딪혀야 하는 것도 힘들었고요. 그런데 군 복무하면서 가족과 연락을 엄청 많이 하게 됐어요. 원래는 일이 많고 바쁘니까 생일 같은 날에만 만났는데 군 복무하는 동안 가족이랑 왕래가 많아졌죠. 아, 그리고 전역 후에 저라는 사람이 조금 더 유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저만의 기준이 많았고 이것저것 따졌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해하진 않더라도 그냥 수용하는 정도까지는 되는 느낌이에요.”

    지난 7월 식케이는 하이어뮤직과 전속 계약을 종료했다. 놀라우면서도 자연스러웠다. 그간 식케이가 하이어뮤직의 간판처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웠지만 하이어뮤직의 시작부터 함께해온 프로듀서 우기(Woogie)가 이미 먼저 전속 계약을 종료했다는 점으로 미루어보면 일견 자연스러운 행보이기도 했다. “하이어뮤직과 함께한 시간을 최근에 많이 돌아봤어요. 좋은 순간도 많았고 다 같이 열심히 일하던 기억도 커요. 되게 좋았어요. 처음부터 함께 상의해서 만든 레이블이잖아요. 뭔가 자식 같은 느낌? 그런데 조금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저는 앨범 발매도 그렇고 계획을 좀 더 온전히 제가 컨트롤하길 바랐는데 레이블 전체의 스케줄 때문에 순서나 날짜가 바뀌면 조금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리고 레이블의 색도 이제 점점 바뀌어가는 것 같아서 제가 그 안에서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느꼈죠.”

    그래서 식케이는 현재 독립적으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 7~8년간 함께한 사람들과 여전히 같이 일한다. 그중에는 오랜 친구도 있다. 독립 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에게 물었다. “이제 스스로 더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좀 더 제가 디테일하게 알아야 하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예전엔 캐치하지 못한 것들이 보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서류상의 문제 같기도 해요. 어떤 걸 강조하고, 어떤 걸 조심해야 하나 유심히 보기도 하고요. 그리고 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군대에 있을 때는 코로나가 심했는데 전역하고 나니 공연이나 페스티벌이 다시 열리고 있잖아요.”

    THE LONE STAR 블랙 재킷은 버버리(Burberry), 부츠와 목걸이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가죽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모자는 구찌(Gucci), 벨트는 코페르니(Coperni), 귀고리와 반지는 타사키(Tasaki).

    BULLETPROOF 큐빅 장식 옥스퍼드 셔츠와 타이, 실버 팬츠, 손 장식은 구찌(Gucci).

    SKATE TO THE FUTURE 가죽 슬리브리스 톱은 사이먼 리(Ximon Lee), 팬츠는 디젤(Diesel), 왼손에 낀 글러브는 릭 오웬스(Rick Owens), 부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실제로 식케이는 최근 뮤직 페스티벌이나 대학 축제에 몇 번 등장한 적 있다. 3년 만에 다시 열린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힙플페)’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식케이의 힙플페 무대가 조그마한 화제를 낳았다. 아직 음원으로 발매되지 않은 신곡으로만 무대를 채운 것이다. 신곡을 미리 들어서 좋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따라 부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가 하온이랑 곧 <Album on the Way>라는 믹스테이프를 발매해요. 두바이에 가서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엄청 빠른 추진력으로 다 해놨어요. 그래서 이 믹스테이프 수록곡을 힙플페에서 라이브로 하자고 이야기가 된 거예요. 왜냐하면 힙플페에는 정말 힙합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이 오잖아요. 그만한 프로모션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인트로 영상이랑 비주얼 등 진짜 공들여서 무대를 준비했어요. 사실 팬들이 따라 부를 만한 노래도 몇 곡 준비했어요. 그런데 저희 순서가 계속 밀리고 시작 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결국 못했어요. 저도 그게 되게 아쉬워서 공연 끝나고 나가서 팬들하고 사진 다 같이 찍었어요. 200명에서 300명 정도요.”

    힙플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이피 더 웨이비(JP THE WAVY)가 생각났다. 어쩌면 최근 몇 년간 일본 힙합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래퍼일지 모르는 그가 이번 힙플페에서 공연했다. 그리고 식케이는 제이피 더 웨이비와의 작업과 친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이피 더 웨이비와 작업하면서 느낀 일본 래퍼의 특징이나 일본 힙합의 매력이 궁금했다. “제이피 더 웨이비는 일단 멋있고 쿨해요. 그쪽 친구들은 멋있는 건 멋있다고 하고 이상한 건 이상하다고 하는 친구들이에요. 녹음할 때도 제가 일본말로 해야 하나 한국말로 해야 하나 물어봤더니 제 맘대로 하라고 하더라고요. 일본과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때도 있는데 일본도 꼰대 문화가 엄청 심하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한 5년 전에 나눈 대화이긴 한데 그럼에도 자기는 개의치 않고 활동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최근에는 제이피 더 웨이비도 저처럼 독립했기 때문에 그에 관한 대화를 나눴어요. 그리고 현재 같이 만들고 있는 노래도 하나 있고요.”

    인터뷰를 준비하며 식케이의 커리어를 돌아봤다. 어쩌면 식케이의 커리어는 힙합에서 점점 벗어난 역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전통적이고 정형화된 힙합에서 벗어난 역사랄까. “일단 힙합은 제 뿌리예요. 저의 뿌리가 힙합인 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예요. 힙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딱히 없어요. 다만 저는 어릴 때부터 새로운 걸 좀 빨리 빨아들이고 싶은 마음을 늘 갖고 있었어요. 좀 더 재미있고 좀 더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그래서 직접 해보고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 완성해왔죠.” 그의 말대로 식케이는 트렌디하다는 인식이 있다. 최전선에서 가장 트렌디한 것을 가장 먼저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맞아요. 저는 지인들 보라고 일부러 비공개 계정에 새로운 머리 스타일이나 옷 등을 올려요. 따라 하지 마라, 따라 하지 마라 이런 거죠. 그런데 무조건 트렌디하기 때문에 시도한다기보다는 지금 시점에 멋있다고 느끼면 그걸 사거나 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최근의 한국 힙합 신에 관해 식케이와 대화를 나눴다. 최근 한국 힙합은 다시 분기점에 도달한 것 같다. 몇 달 전 박재범이 AOMG에서 나와 자기 레이블을 설립했고 하이라이트레코즈는 해체했다. 요즘에는 이센스, 저스디스 등 영향력 있는 래퍼들이 기존 레이블에서 나오거나 다른 레이블로 이적했다. 물론 이 리스트엔 식케이도 들어 있다. 10년 전 래퍼들이 저마다 직접 레이블 대표가 되어 구축한 한국 힙합 신의 구조가 처음으로 크게 흔들린다는 느낌이 요즘 강하게 전달되는 것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맞아요. 춘추전국시대죠. 그리고 저는 그 춘추전국시대의 흥망성쇠 한복판에 있는 게 아주 재밌어요. 신 밖에서 보는 거랑 안에서 보는 거랑 다르잖아요. 아무튼 저도 이제 뭘 좀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동료를 얻어야 하는데, 혹시 요즘 눈여겨보는 신인이 있을까. “아우릴고트를 꼽으려고 했는데 신인 맞나요? 그리고 스트리트 베이비(Street Baby)를 꼽고 싶어요. 릴러말즈가 추천해서 들었거든요. 일단 이름이 길거리라서 좋았어요. 톤이랑 딕션도 좋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게 좋아 보이더라고요.” (VK)

    THE HELL RAISER 블랙 가죽 코트와 허리에 묶은 오버올은 프라다(Prada), 얼룩무늬 송치 로퍼는 캠퍼(Camper), 이어커프는 써티투던(32Dawn), 볼드한 실버 체인 목걸이는 파코 라반(Paco Rabanne), 블랙 펜던트 목걸이는 위민(Yvmin).

    THE HELL RAISER 블랙 가죽 코트와 허리에 묶은 오버올은 프라다(Prada), 얼룩무늬 송치 로퍼는 캠퍼(Camper), 이어커프는 써티투던(32Dawn), 볼드한 실버 체인 목걸이는 파코 라반(Paco Rabanne), 블랙 펜던트 목걸이는 위민(Yvmin).

    패션 에디터
    손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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