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요즘 브랜드 로고
요즘 로고는 보이지 않을수록 우아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힙과 멋의 상징은 커다란 로고 프린트였습니다. 벨트, 백, 재킷, 톱 할 것 없이 어떤 아이템이든 아이템 본연의 존재감보다 로고의 그것이 더 컸죠. 만약 로고에도 목소리가 있었다면 그 시절 거리는 쉴 새 없이 소란했을 겁니다.
내가 걸친 브랜드가 곧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인 그때. 지난 패션계를 돌이켜보면 이렇게 화려하고 대담한 로고 플레이는 주로 맥시멀리즘의 흐름과 함께 찾아왔는데요. 콕 집어 말하지 않아도 2022년은 그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바야흐로 미니멀리즘의 시대니까요.
2022년은 좀 더 신중해졌습니다. 미묘해졌고요. ‘아는 사람끼리만 알아보는’ 로고로 변화했죠.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패턴화해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거나 미니어처 로고로 프린트하거나! 물론 더 로우나 카이트, 보테가 베네타처럼 숨은그림찾기 하듯 로고를 ‘발견’해야 하는 브랜드는 제외하도록 하죠. 그만큼 모든 것이 은밀해졌다는 것, 드러내지 않을수록 우아하다는 것이 요즘 로고 마니아의 트렌드라는 것만 알아둡시다.
발렌티노, 버버리, 구찌 같은 브랜드는 로고를 디자인 패턴으로 활용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젠데이아의 패션입니다. 지난달 파리에서 재킷, 스커트, 스타킹을 모두 셋업처럼 맞춰 입으며 화제가 되었죠. 옷 전체에 새겨진 이 패턴은 발렌티노의 ‘V’를 형상화한 것!
버버리는 하우스의 상징적인 말 아이콘을 적용해 심플한 룩에 미묘하고 감각적인 패턴을 더했고, 구찌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까진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아주 희미하게, 그렇지만 아이템 전면에 로고 패턴을 새겼습니다. 단조로움을 녹여내는 정도로요.
그렇다면 미니어처 로고는 어떨까요?
눈을 가늘게 떠야만 보이는 이 작디작은 로고는 특히 탱크 톱에 자주 등장하는데요. 로에베, 프라다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프라다의 로고 플라크는 그 자체로도 멋스러워 패션 디테일의 기능도 수행하죠.
물론 대담한 로고 플레이의 시대가 완전히 문을 닫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패션계가 점차 얌전하고 차분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죠. 옷 좀 입는다는 셀럽들 역시 더 로우 같은 미니멀리즘 브랜드를 즐겨 찾는 것을 보면 더 와닿는 변화입니다. 간결한 것이 더 아름답다고 했던가요, 어쩌면 우리는 이제야 장식과 치장을 걷어내고 제품 그 자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금세 질리는 변덕 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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