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온몸에 둘둘, 올가을 최고의 패션 스타일
지난 5일 LACMA의 아트+필름 갈라에 참석한 빌리 아일리시는 파자마 파티로 드레스 코드를 오해하고 온 모양새였죠. 남자 친구 제시 루더포드와 함께 구찌의 파자마를 맞춰 입고 등장한 것도 무척 인상적이었지만, 주목을 받은 건 그녀가 두르고 나온 거대한 ‘블랭킷’이었습니다. 그대로 잠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한 모습이었죠.
편안한 느낌을 추구하는 원 마일 웨어의 극단적인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더 흥미로운 점은 블랭킷이나 타월이 ‘패션 아이템’으로 쓰인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몇 달 전 솔로로 데뷔한 트와이스 나연이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루이 비통 타월’ 룩을 기억하시나요?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두 장의 타월을 이어 붙여 제작한 의상으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블랭킷을 그대로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한 빌리 아일리시와 달리 아예 타월로 만든 의상이라니!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테리 소재 의류가 최근 유행인 만큼, 타월로 만든 옷도 유행하지 말란 법은 없죠.
좀 더 실험적인 런웨이로 시선을 옮겨볼까요? 1990년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알렉산더 맥퀸과 마르탱 마르지엘라도 꾸준히 블랭킷 등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특히 마르지엘라의 1999 F/W 컬렉션 중 소매에 탈착 기능을 더한 실용적인 블랭킷 다운 재킷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죠.
마르지엘라가 실용성의 끝을 달렸다면, 빅터앤롤프는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브랜드 특유의 위트를 극한으로 활용했다고 할까요. 포근한 이불 같은 퀼팅 드레스와 칼라로 재탄생한 베개가 인상적입니다. 강렬한 아이 메이크업과 헤어가 의상과 극렬한 대조를 이뤄 더 아이러니한 느낌이죠. ‘룩을 통해 편안한 느낌을 연출하고 싶다면, 베개를 활용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되묻는 것 같습니다.
릭 오웬스 역시 2021 F/W 컬렉션을 통해 블랭킷을 연상시키는 다운 재킷을 선보였습니다. 밑단이 땅에 끌릴 정도로 길지만, 거대한 실루엣 덕분에 더 편안한 느낌입니다. 그런 것쯤은 개의치 않는 듯한 ‘쿨함’은 덤이죠.
2014년 최고의 ‘잇템’이었던 버버리의 블랭킷 판초가 빠질 수 없습니다. 블랭킷을 무심히 잘라 몸에 두른 듯한 느낌의 판초는 카라 델레바인은 물론 사라 제시카 파커 같은 셀럽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요.
집에 장식용으로 구매해둔 아티스틱한 패턴의 블랭킷이 있다면 사라 제시카 파커처럼 ‘툭’ 걸치고 나가보는건 어떨까요? 뭐니 뭐니 해도 요즘 대세는 코지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스타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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