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뷰티 코드: 가장 이상적인 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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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뷰티 코드: 가장 이상적인 몸이란

2023-01-31T20:38:10+00:00 2022.12.30|
포스트-오젬픽 보디=이상적인 몸을 향한 끝없는 욕망.

반지는 벨앤누보 (Bell&Nouveau).

 

상상을 뛰어넘는 의상의 향연이 펼쳐지는 멧 갈라. 2022년 레드 카펫에 등장한 킴 카다시안은 이날 예상외로 기상천외한 패션이 아닌, 마릴린 먼로의 가장 상징적인 드레스, 케네디 대통령의 45세 생일에 노래를 부를 때 입은 ‘위글 드레스(Wiggle Dress)’를 선택했다. 실루엣이 여실히 드러나는 시스루 스타일의 이 크리스털 드레스는 본래 그녀의 굴곡진 몸매에 비해 한없이 작은 사이즈. 경매 역사에서 가장 고가를 자랑하는 이 귀한 빈티지 드레스가 망가지는 것은 아닌지 모두가 우려했지만, 그녀는 3주 만에 7kg 이상을 감량하며 드레스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 후로 관심이 들끓기 시작한 킴만의 다이어트 비결. 이 혹독한 체중 감량의 비하인드로 유사 언론부터 온갖 SNS에서까지 이 성분을 꼽았다. 이름하여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비만이나 운동 부족, 나쁜 식습관 등 환경적·유전적 요인으로 발병하는 제2형 당뇨병의 치료제로 급부상하는 약물인 ‘오젬픽(Ozempic)’의 유효 성분이다.

정작 그녀는 이 루머에 침묵했지만, 일론 머스크는 최근 12kg을 감량한 비결을 묻는 트윗에 대해 ‘Fasting(특정 종류의 음식 섭취를 삼가는 종교 의식)’에 이어 ‘그리고 위고비(Wegovy)’라는 멘션을 덧붙이며 만천하에 약물을 사용했음을 공개했다. 뒤에서 상세한 설명은 이어가겠지만, 위고비 역시 오젬픽과 같은 기능이되 강도와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치료제로 생각하면 된다. ‘오젬픽’을 주제로 한 해시태그는 틱톡에서 무려 3억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며, 세간의 이목을 끄는 체중 감량에 대한 추측이 나돌면서 ‘포스트-오젬픽 보디(Post-Ozempic Body)’라는 표현도 적지 않게 활용되고 있다. 유명 인사들이 이 약물의 사용을 인정하든 하지 않든, 포털 사이트에서 오젬픽에 대한 검색 횟수는 치솟고 있고, 이는 단기간에 달성 가능한 급격한 체중 감량에 대한 사람들의 끝없는 욕망을 방증한다.

‘오, 오, 오, 오젬픽!’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출시한 제2형 당뇨 치료제, ‘오젬픽’의 광고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다. 1970년대에 활동한 스코틀랜드의 록 밴드, 파일럿(Pilot)의 인기곡 ‘매직(Magic)’의 멜로디를 딴 이 광고 음악은 중독성마저 띤다. 당뇨 치료제가 다이어트로 연결되는 그 마법 같은 작용 원리는? 오젬픽의 유효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작용제로 불리는 약물에 속하는데, 이 화합물은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 장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포도당 섭취에 반응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장의 내용물 배출을 다소 늦춥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이자 이 학교의 체중 및 섭식 장애 센터(Center for Weight and Eating Disorders)의 의학 책임자 아리아나 차오(Ariana Chao) 박사가 말했다. 뉴욕대학교 랑곤 보건대학(Langone Health)의 외과 및 의학부 임상 부교수이자 체중 관리 프로그램 책임자를 겸하는 홀리 로프튼(Holly Lofton) 박사는 “세미글루타이드는 식욕과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뇌 영역에서도 작용합니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인슐린에 우리 몸이 더 민감해지도록 만들죠”라고 덧붙였 다. 전문적인 용어를 덜어내고 간단히 요약하자면, 오젬픽은 식욕을 억제하고 몸을 속여 포만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오젬픽이 흉내 낸 호르몬이 우리 몸에서 자연 생성될 경우 2~3시간 동안만 포만감을 유지하는 반면, 이 약물은 24시간 동안 포만감을 느끼게 합니다.” 베벌리힐스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내과 의사이자 비만 치료 전문가 낸시 라나마(Nancy Rahnama) 박사는 말한다. 1회 투여 시 6~7일 동안 포만감이 유지되며, 시간이 흐르면서 효과는 더 강해진다. “환자들은 평소의 1/3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먹지 않고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더는 간식에 손을 대지 않게 된다고 말하더군요.” 홀리 로프튼 박사가 설명했다.

위고비 역시 세마글루타이드 계열로 노보 노디스크에서 생산되는 제품. 각기 다른 용도로 승인됐지만 사실 둘은 유사하다.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의 비만 및 대사 연구소 의학박사 윈필드 스콧 부시(Winfield Scott Butsch) 박사는 “2017년부터 FDA가 주 1회 세마글루타이드 1mg(오젬픽)을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했습니다. 2022년 초에는 2mg 증량을 승인했죠”라고 말했다. 위고비는 2021년 7월 비만 치료제로 승인됐으며, 이 의약품의 경우 세마글루타이드 투여량은 오젬픽보다 많은 주 1회 2.4mg이다. 몇 주 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한 임상 실험에 따르면 위고비에 대한 연구 결과, 이 약품은 청소년에게도 안전하게 체중 조절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밝혀졌다고. 세마글루타이드가 적절히 사용되면 식욕이 완전히 억제되는 것이 아니라, 조절이 용이해진다고 라나마 박사는 얘기한다.

그렇다면 이 약품은 지금 주목받은 이유처럼 FDA로부터 체중 감량용으로 승인받은 것일까? 정확히 그렇지는 않다. 위고비는 18세 이상, BMI(체질량 지수) 30 이상 또는 고콜레스테롤이나 고혈압과 같은 동반 질병이 있는 경우는 BMI 27 이상의 성인에게만 체중 감량 용도로 승인했다. “위고비는 굉장히 효과적인 비만 치료제의 신기원을 열었습니다.” 부시 박사가 말했다. “평균 BMI가 37인 1,900명 이상을 대상으로 68주 동안 진행된 무작위 대조 실험에서 체중 감량이 12.4%에 달했는데, 이는 기존 비만 치료제보다 우수한 효과였어요. 게다가 실험 그룹의 절반 이상이 체중의 15% 이상을, 35%는 20% 이상의 체중을 감량했죠. 그러나 오젬픽은 관례적으로 위고비보다 구하기 수월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이 의약품을 ‘오프라벨(승인된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처방되는 것)’로 사용하고 있습니다”라고 라나마 박사가 말했다. 가정에서 직접 주 1회 복부나 허벅지 또는 팔뚝에 주사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팬데믹 기간에 이 의약품의 확산을 부추겼다.

뉴욕의 피부과 전문의 폴 재러드 프랭크(Paul Jarrod Frank) 박사는 “환자들은 그것을 경이로운 약으로 여기고 있어요”라고 표현한다. 수많은 의사처럼 그 또한 오젬픽과 관련된 무수한 질문을 받는다. “비아그라와 보톡스를 제외하고, 이토록 빠르게 현대 문화의 일상적인 용어가 된 의약품을 본 적이 없어요.” 이쯤에서 떠오르는 이름 하나가 있을 것이다. 바로 삭센다(Saxenda). 식욕을 조절하는 GLP-1 호르몬 유사체, 리라글루티드(Liraglutide) 성분의 자가 주사제로, 몇 년 전 한반도에서도 품절 대란을 일으킨 적 있다.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이 제기됨에도 여전히 높은 처방률을 보이며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이 역시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제품으로 결국 쉽게 말하면 오젬픽은 삭센다의 차기작. 원리부터 위장에 일으키는 부작용은 비슷하지만 오젬픽이 임상 실험에서 삭센다보다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혹하는 효과에 국내 도입 시기가 궁금해지는 시점. 지난 상반기 노보 노디스크는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오젬픽의 국내 허가를 마쳤다. “특히 팬데믹 이후 소아 청소년의 비만이 급증하고, 젊은 세대 역시 식습관으로 인해 당뇨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어요. 삭센다 처방도 코로나 이후 급격히 증가했죠. 비만에 대한 관점 역시 약물을 통해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어요.” 가정의학과 전문의 마이클리닉 강은희 원장이 말했다. 이토록 국내에서도 비만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오젬픽의 활약이 기대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 위고비 역시 최근 제약사가 아시아인에 특화한 임상 실험을 허가받은 상태다. 서울대 의대 내과 조영민 교수는 “그동안 당뇨병학회 등은 환자의 당뇨병 조절률이 25%밖에 안 된다고 해왔죠. 사실 좋은 약물이 없어서 그래왔던 겁니다”라고 지적하며 차기 약물이 비만 대사 수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임상 실험 중 소량 투여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환자들이 있어, 현재 용량이 동양인에게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 현지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만 기준을 재설정하고 투여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오젬픽. 전문가들이 애초에 예상한 국내의 본격 도입 시기는 2023년 초였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SNS를 통해 퍼져나간 ‘오젬픽 다이어트’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발생한 것. 정작 필요로 하는 당뇨병 환자들이 처방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영국에서는 심지어 한 차례 판매 중단 후 기존에 처방받은 이력이 있는 환자들만 1월까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내렸다. 호주 역시 3월까지 오젬픽을 판매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물량 부족 사태로 국내 출시마저 미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혈당 조절을 위해 수년 동안 이 약을 투여해왔던 환자들이 사람들의 부적절한 사용 때문에 약물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비만 치료 전문가 낸시 라나마 박사는 말한다. 바로 여기서 또 한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바로 승인된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처방되는 ‘오프라벨’ 방식이다.

전 세계적 품절 대란을 일으킨 이 오프라벨 방식에 대한 규제가 명확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FDA는 제2형 당뇨 치료제로서 오젬픽 사용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지만, 국내에서 삭센다가 그러했듯 이 약물 역시 의료계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관행으로 다이어트 용도로 처방되기 때문이다. “오젬픽은 제2형 당뇨병을 앓지 않는 사람들이나, 비만이 아닌 사람들에게서 충분히 연구되지는 않았습니다. 비교적 신약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연구 결과도 더 두고 봐야 하고요. 오프라벨로 처방되는 것이 매우 우려되는 점이죠.”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 차오 박사는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단지 몇 kg을 감량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의약품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 체질량 지수가 의약품 투약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로 활용되는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 “BMI는 완벽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수치는 발병률이나 사망률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도 없어요.” 그녀는 덧붙이며 종종 환자의 비만 여부 또는 심장병 발생 위험이 높은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허리둘레를 비롯한 다른 건강지표가 더 적절하다고 본다. 오젬픽의 부적절한 사용은 식욕을 완전히 억제함으로써 섭식 장애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당뇨를 앓는 환자를 위한 만성 질환 치료제입니다. 투여를 중단하도록 만들지 않았죠. 단기적인 다이어트 용도로 오젬픽을 투여하다 중단하고, 환자가 다시 이전 식습관으로 돌아간다면 감량한 체중과 혈당은 결국 원래대로 돌아갈 것입니다.” 부시 박사는 설명했다. “이 약의 생리를 이해하고, 환자를 정기적으로 적절히 추적할 시간을 확보한 의사만 이 약을 처방해야 합니다.”

이토록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된 오젬픽. 마른 몸매가 현재 패션계를 다시 장악하면서(그것이 실제로 사라진 적조차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체중이 얼마나 쉽게 트렌드 사이클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상기시킨다. 많은 사람이 날씬한 신체 기준에 딱 맞춘다는 명목으로 정기적인 주사제와 잠재적으로 불편할 수 있는 부작용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것은 분명 문제다. “신체 왜곡, 신체 이형증이 우려됩니다. 비현실적으로 필터링된 미적 스타일에 취약한 젊은 여성에게 잘못된 미적 기준이 설정되는 것도 걱정이고요.” 피부과 전문의 아바 샴반(Ava Shamban) 박사는 말한다. 비만 치료 전문가 낸시 라나마 역시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 그녀에 따르면 그저 이상적인 몸매를 얻기 위해 이 약물을 투여하거나 남용하는 것은 오히려 체중 감량 문화를 확산시키기 때문에 심각한 사안이 된다. 개미 같은 허리가 건강한 몸매와 융합되어버린 사회 분위기에서 영구히 인정받은 의약품은 정확히 무엇일까? 그리고 누가 그것을 복용해야 하는가? 한반도 상륙이 머지않아 보이는 이 시점에 고민해야 할 질문이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