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향한 이종석의 공개 고백을 이끌어낸 MBC의 ‘운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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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향한 이종석의 공개 고백을 이끌어낸 MBC의 ‘운발’

2023-01-05T22:09:15+00:00 2023.01.06|

“어떻게 연기대상을 공동으로 받아? 이게 개근상이야? 선행상이야?”

SBS 드라마 ‘온에어’ 스틸 컷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공개한 김은숙 작가의 2008년 작 <온에어> 1화에 나오는 대사다. 대상 수상 통보를 받고 연말 방송사 시상식에 참석한 톱스타 오승아(김하늘)는 뒤늦게 다른 배우와 공동 수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저렇게 말한다. 15년 전 드라마에서 지적한 연말 시상식의 행태가 2022년 연말에 반복됐다. 2022 KBS 연기대상에서 <태종 이방원>의 주상욱과 <법대로 사랑하라>의 이승기가 대상을 공동 수상한 것이다. 방송사는 왜 한 명이 아닌 두 명에게 대상을 줘야 했을까? 이에 대해서도 <온에어>에서 오승아가 한 말이 중요하다. “상은 상다워야 합니다. 나눠 먹기식 관행은 상의 희소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립니다.” ‘나눠 먹기’를 좀 더 점잖게 표현하면 ‘분배’가 될 것이다. 방송사는 그동안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수여하지 않고, 분배해왔다. 물론 성과급처럼 차등은 두었다. 자사 예능 프로그램에 오랫동안 꾸준히 출연하며 시청률을 올려온 사람에게 연예대상을 주고, 지난 1년을 놓고 볼 때 가장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한 드라마의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에게 연기대상을 주었다. 그 외의 예능인과 배우에게는 최우수상, 우수상 등을 주었는데 그래도 상을 줘야 할 사람이 많다 보니 여러 가지 상을 일부러 만들어 분배했다. 베스트 커플상, 베스트 캐릭터상, 우정상, 베스트 팀워크상,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등등. 매년 반복되어온 일이다. 그래서 비판도 매년 나온다.

2022 KBS 연기대상, 대상 수상자 주상욱, 이승기

매번 안 좋은 소리를 듣지만, 연말 시상식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스타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만큼 광고를 판매하기에 좋은 콘텐츠이니 포기할 수 없을 법하다.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가 있어서 나쁠 건 없다. 다만 하필 이 행사가 ‘시상식’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어온 것이다. 나눠 먹기식 관행이 상의 희소성과 신뢰성을 잃게 했다면, 시청률을 최우선의 기준으로 세워놓은 건 시상식에 걸맞은 긴장감도 사라지게 했다. KBS 연예대상의 경우 2016년의 김종민, 2018년의 이영자, 2020년의 김숙처럼 수상자 개인의 역사와 ‘대상’의 의미가 맞물리며 그 자체로 감동이 된 수상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수상 결과에 대한 반응은 ‘그럴 줄 알았다’이다. 차라리 상이 아니라 진짜 성과급을 주는 행사였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나눠 먹기’식이라는 비판은 받지 않았을지 모른다. 현재 방송사 연말 시상식에 대한 비판은 어차피 ‘숫자’로 평가하는 시상식인데, 그렇지 않은 시상식처럼 포장해 생겨난 간극에서 비롯된 게 크니 말이다.

SBS 드라마 ‘온에어’ 스틸 컷

하지만 방송사에서 앞으로 그런 간극을 줄이려는 노력을 애써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들어온 잔소리다. 그보다는 오히려 소셜 미디어 시대에 어울리는 이슈를 만드는 게 효과적이라고 보지 않을까. 다시 <온에어>로 돌아가보자. 오승아가 수상을 거부하자, 행사 진행에 참여한 드라마국 PD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이거 경위서를 예능국에서 써야 하는 거야? 드라마국에서 써야 하는 거야?” 이때 현장에 있던 이경민 PD(박용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드라마국이 써야죠. 격려금 나올지도 모르는데. 시청률 엄청 나올걸요?” 그의 예상대로 역대 방송사 시상식 시청률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한다. 2022년 방송사 시상식에서도 그처럼 이슈가 될 법한 장면이 여럿 나왔다. 영화 촬영 때문에 삭발을 한 이승기는 수상 소감에서 “내년, 내후년, 10~20년 후 이 자리에 앉아 있을 후배들을 위해서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싸워서 얻어내야 하는 일은 물려주면 안 된다’고 오늘 또 다짐했다”며 전 소속사와의 법정 분쟁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SBS 연예대상은 지석진에게 대상을 줄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결국 유재석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상을 받은 사람도 어딘가 찜찜한 시상식을 만들어버렸다. 좋은 쪽으로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슈는 된 장면이었다. 물론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을 통틀어서 2022년 연말 시상식 중에서는 MBC 연기대상이 가장 화제였지만 말이다.

2022 MBC 연기대상, 대상 수상자 이종석

드라마 <빅마우스>로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 배우 이종석은 그 자리에서 공개 고백을 했다. “제가 군 복무를 마치고 많은 고민과 두려움, 괴로움이 많았는데 그때 인간적인 방향성, 긍정적 생각을 하게 해준 분이 있다. 그분께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항상 그렇게 멋지게 있어줘서 고맙고, 내가 아주 오랫동안 많이 좋아했다고, 너무 존경한다고 전하고 싶다.” 다음 날 디스패치는 이종석과 아이유의 열애설을 보도했고, 양쪽 소속사가 인정하면서 MBC 연기대상을 통해 남긴 이종석의 고백은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MBC의 입장에서 보면 2022년 연기대상의 화제성은 여러 가지 운이 맞은 결과일 것이다. 먼저 편성의 운. <빅마우스>는 원래 tvN에서 편성된 작품이었다. 만약 tvN에서 방영했다면 시청률이 더 좋았을지는 모르지만, 연말 시상식 같은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청률의 운. 어쨌든 이종석은 MBC에서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그 드라마가 MBC의 2022년 작품 가운데 거의 유일한 흥행작이 되었고 그래서 이종석은 대상을 받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연애의 운이 있다. 이종석은 오래전부터 아이유를 좋아했는데, 시상식이 열리기 몇 개월 전에 아이유가 그 마음을 알아주었다. 그리고 여기에 디스패치가 가세한다. 아마도 이종석과 아이유는 디스패치의 취재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종석은 보도 전에  연기대상에서 먼저 아이유에 대한 마음을 전했을 것이다. 드라마 캐스팅과 편성, 사랑의 진심과 언론의 집요한 추적이 한데 엮여 만들어낸 기이한 결과인 셈. 이런 상황이면 누구에게 격려금을 주어야 할까? 역시 <빅마우스>를 편성해 흥행에 성공했지만 다른 드라마를 흥행시키지 못해 이종석이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만든 드라마국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