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S/S 맨즈웨어 컬렉션, 밀라노에서 새롭게 떠오른 브랜드 3
2024년의 패션을 가장 먼저 엿볼 수 있는 자리, 2024 S/S 맨즈웨어 컬렉션이 개최됐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새로운 브랜드가 여럿 등장했지만, 다른 시즌과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디자이너를 많이 배출한 런던 컬렉션보다, 밀라노에서 신선한 분위기의 컬렉션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죠. 내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밀라노 런웨이의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1. Magliano
이탈리아 볼로냐 출신의 루카 말리아노(Luca Magliano)가 설립한 말리아노는 최근 가장 뜨거운 브랜드가 됐습니다. 얼마 전 패션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LVMH 프라이즈에서 칼 라거펠트 상을 수상했기 때문이죠. 말리아노는 좌파적 성향이 강한 볼로냐에서 탄생한 브랜드답게, 이탈리아의 전통 복식에 급진적인 디자인을 더했는데요. 런웨이에서는 성별, 인종,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옷을 선보였습니다.
모델이 입은 바지는 매듭과 벨트를 사용해 몸의 형태에 맞는 드레이프를 만들고, 재킷은 어깨가 맞지 않더라도 몸을 편하게 감쌌죠. 나아가 피부를 드러내는 시어한 소재도 아낌없이 활용했는데요. 이는 말리아노가 편견 없이 착용자를 바라보는 태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성별과 인종 등 개인을 구분 짓는 요소를 제거하면서 누구에게나 꼭 맞는 옷을 빚어낼 수 있었죠.
2. 44 Label Group
베를린 기반의 브랜드 44 레이블 그룹은 테크노 프로듀서 겸 디자이너 막스 코보질(Max Kobosil)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이 브랜드는 스트리트 컬처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클럽, 레이브 문화에 하이엔드를 결합했습니다. 클럽에서 새벽까지 춤추기 적합한 옷을 만들고 있죠. 동시에 테크노 신을 장악한 베를린의 아이덴티티를 전면에 드러내는데요. 세상에서 가장 입장하기 어려운 클럽, 베를린 베르크하인(Berghain)의 악명 높은 문지기 스벤 마르크바르트를 모델로 내세우기도 했죠.
이탈리아의 총리 조르자 멜로니는 지난해 부임 직후 레이브 문화를 금지하는 법안을 냈습니다. 실제로 법안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이탈리아 파티 문화가 위험에 놓였었죠. 44 레이블 그룹은 이탈리아의 패션 수도에서 총리 주장과 정반대의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이번에도 클럽 문화를 적극 차용한 것이죠. 지하 주차장을 무대로 하나같이 무채색의 옷을 입은 모델들이 등장했습니다. 애슬레저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는 후드 티와 스웨트셔츠, 버뮤다 팬츠에는 강렬한 문구와 프린트를 올려 터프한 무드를 만들었고요. 여기에 선글라스와 검은색 장갑, 볼캡 등 일관되게 클럽을 떠올릴 수 있는 액세서리를 더한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죠. 시크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활동성을 보장하는 것, 컬렉션을 통해 44 레이블 그룹이 지향하는 옷을 알 수 있었습니다.
3. Andersson Bell
국내 브랜드 앤더슨벨은 스칸디나비아와 한국 문화를 직조하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스칸디나비아를 넘어 카우보이, 로큰롤 등 다양한 지역의 문화를 흡수하며 컬렉션을 전개했죠.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앤더슨벨은 밀라노 데뷔 컬렉션이라는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기 팝의 ‘Nightclubbing’이 흘러나오는 앤더슨벨의 런웨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레이어드였습니다. 데님과 밀리터리, 빈티지에서 영감을 받은 옷을 겹겹이 레이어드한 모델이 대거 등장했으니까요. 특히 여러 데님을 해체한 후 재조립한 아이템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절개가 인상적인 바이커 진, 데님을 니트처럼 짠 재킷과 팬츠 등의 디테일이 인상적이었죠. 여기에 화병 모양의 바소 백과 오리발처럼 보이는 슈즈의 유니크한 디자인까지, 앤더슨벨은 데뷔 컬렉션만으로 유럽에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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