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보그’ 뷰티 에디터가 말하는 아름다움
급변하는 동방의 뷰티 월드는 끊임없는 혁신과 신문물을 실시간 내놓는다. 다채롭고 정교한 창의성을 누구보다 앞서 경험하는 ‘보그 뷰티 에디터’라는 직업은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한국과 싱가포르, 일본, 홍콩, 태국, 필리핀, 대만까지 7개국 에디터가 아시아 미학을 정의한다.
VOGUE THAILAND
Digital Beauty Reporter KAEWSIRI SRISAM-ANG
ENHANCING 태국 여성들은 점차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어요. 화장품은 고유의 매력을 딱 한 단계 끌어올리는 수단이에요. 타고난 피붓결을 가리지 않는 파운데이션과 미니멀한 색조 메이크업, 개성은 살리되 자연스러운 질감을 강조한 헤어스타일 등이 지금 가장 많이 목격되는 룩이죠. 웰니스 카테고리가 떠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에요. 채식 위주의 식단과 슈퍼푸드 분야는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성장했어요. 젊은 여성 대부분이 요가와 필라테스를 통해 신체 활동을 즐기고, 정신 건강을 스스로 면밀하게 돌보고 있습니다. 본연의 건강한 아우라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
GLASS SKIN 방금 닦아낸 유리 표면처럼 미끄러질 듯한 광채가 흐르는 피부, ‘아시안 뷰티’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키워드가 아닐까요? 속부터 꽉 차오르는 것이 느껴지는 쫀쫀한 밀도의 피부가 발산하는 반짝임은 이제 전 세계 여성이 이상적으로 삼는 스킨 표현의 표준으로 거듭났죠. 최근 SNS에서 이슈가 된, 스킨케어 마지막 단계에서 밤 타입의 보습제를 듬뿍 바르는 ‘슬러깅(Slugging)’ 또한 광채 피부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시작됐으니까요.
LOCAL MAKEUP 통통 튀는 감성의 로컬 메이크업 브랜드는 태국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어요. 은은한 펄 입자를 자랑하는 아이섀도와 입술에 도톰한 광택을 연출하는 젤리 제형의 틴트가 시그니처인 ‘포유투(4U2)’, 글로시한 제형의 제품이 돋보이는 ‘에버핑크(Everpink)’가 대표적이죠. 폭넓은 색조 카테고리를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 매장을 방문하면 아기자기한 진열대에 시선을 빼앗기게 돼요. 국내 제품을 구매하는 일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도 있죠. 젊은 세대는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화장품 쇼핑을 해요.
LIQUID LIKE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트렌드는 CC 크림과 한국의 쿠션 파운데이션, 리퀴드 텍스처의 색조 제품에 대한 붐을 일으켰어요. 형광펜, 틴트처럼 사용하는 블러셔와 하이라이터는 발색을 조절하기도 쉽고 블렌딩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죠. 그만큼 두 번째 피부처럼 느껴지는 은은한 화장법이 대세예요. 추천 제품은 에버핑크의 ‘리퀴드 글로우’.
RETINOL 태국 여인들은 화장품 성분의 ‘안전성’을 매우 중대하게 여깁니다. 화장품 출시에서 반드시 필수 기준은 아니지만 FDA 승인도 깐깐하게 고려하죠. 그런 연유로 오랫동안 친환경 성분이 각광받아왔지만 지금 떠오르는 신흥 강자는 바로 레티놀 성분이에요. 주름을 매끈하게 펴는 효과를 제대로 입증했으니까요. 브랜드에선 덜 자극적이고, 덜 건조한 레티놀 화장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왔어요. 최신작 가운데 눈여겨보는 제품은 키엘 ‘레티놀 스킨 리뉴잉 데일리 마이크로-도즈 세럼’입니다.
LISA 블랙핑크 리사는 글로벌 스타지만 태국에서의 인기는 가히 압도적이에요. 10대부터 30대까지 그녀를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패션의 아이콘으로 삼죠. 그녀의 포스터, 사진이 붙은 음료나 굿즈 등을 소녀들의 소지품에서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죠.
GLOW BOOSTER 윤광 피부에 대한 탐미는 여성들의 스킨 부스터 시술의 대중화를 불러오고 있어요. 그 어떤 화장품보다 즉각적으로, 한눈에 보이는 효과를 전달하죠. 피부 수분감을 개선하고 꾸준히 시술할 때 반질반질 윤기가 살아나는 ‘리쥬란 힐러’를 선호합니다.
VOGUE KOREA
Beauty Editor GAHYE SONG
SEOUL CENTRAL 최신 유행의 최전방에 있으면서도 가끔 놀라운 건 패션과 뷰티 월드에서 오늘날 한국의 위상이에요. 한국 화장품의 혁신성은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지만, K-콘텐츠의 성장과 더불어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은 트렌드가 모여드는 중심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죠. 잠수교, 경복궁을 멋진 런웨이로 만든 국제적인 패션쇼, 랑콤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된 모델 겸 배우 정호연. 그리고 전 세계 젠지에게 추앙받는 시미헤이즈 뷰티는 중동을 제외하고 첫 해외 진출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해 얼마 전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어요.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것만은 명백해요.
ARTISTIC 요즘 잘나가는 뷰티 브랜드에서 보이는 특징은 바로 ‘예술성’입니다. 뛰어난 제품력만큼 제품을 얼마나 색다르고 예술적으로 보여주는지가 성패의 중요한 기준이 됐죠. 탬버린즈 같은 브랜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다가가기 쉽고 편한 이미지보다 브랜드 고유의 취향과 언어로 제품 스토리를 완성하죠. 전시장처럼 꾸민 매장,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한 광고로 디자인과 직간접적 체험, 감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사로잡고 있어요. 올해 설화수는 다채로운 문화 예술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죠. 어뮤즈는 복숭아를 모티브로 한 브랜드만의 독특한 버추얼 세계관을 제시하고요.
IDOL EMPIRE 아이돌 전성기는 계속되고 있어요. 아르마니 뷰티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뉴진스 하니,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얼굴로 활약을 펼치는 블랙핑크 지수와 차은우까지. 남녀 불문하고 대부분의 멤버가 국내외 뷰티 브랜드 모델로 활약 중이죠. 최근 체감한 사실은 Z세대의 메이크업 트렌드는 아이돌을 주축으로 형성된다는 점이에요. 눈매를 시원하게 틔우는 스모키 아이와 오버 립 메이크업, 리본으로 장식한 베이비 브레이드 헤어와 히메 커트까지. 특유의 통통 튀면서도 쿨한 ‘하이틴’ 감수성이 일상의 뷰티를 제대로 점령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뷰티 월드를 지배하던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룩에서 훨씬 대담하고 다채롭게 변화했죠.
SKIN MINIMAL 메이크업이 과감해진 반면, 스킨케어는 ‘최소’가 미덕인 추세입니다. 많은 화장품을 여러 단계에 걸쳐 사용하기보다는 적은 가짓수의 제품으로, 피부에 꼭 필요한 성분만 빠른 시간 내에 바르고 흡수시키는 루틴으로 변모했죠. 그만큼 바르는 ‘텍스처’에 대한 기준은 더 까다로워졌고요. 세럼과 로션 사이의 산뜻하면서도 보습력은 뛰어난 하이브리드 제형, 메이크업 베이스와 자외선 차단 기능을 결합한 제품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드는 효과는 덤이에요. 근래 푹 빠진 스킨케어를 꼽자면 누텍스처의 ‘마일드 엑스폴리에이팅 토너’와 컴포트존 ‘서브라임 스킨 플루이드 크림’. 환경을 고려한 심플한 패키지 디자인 덕에 화장대가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죠.
LUX HAIR 헤어 케어 브랜드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눈에 띄는 공통분모는 ‘안티에이징’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진표 전략기획실장은 <보그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간 헤어 케어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겪으며 개인 맞춤형 두피 관리를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젊은 감성의 헤어 케어 브랜드 저스트에즈아이엠, 그로우어스, 배우 고윤정을 앞세운 려의 ‘루트젠’ 라인 등은 2030의 탈모 증세를 겨냥하죠. 모발 손상을 최소화하는 다이슨, 바이오프래그래밍, LG 프라엘의 헤어 디바이스는 프리미엄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대중화되고 있어요.
PHYSIC-ALL ‘MZ’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지금 모두 운동에 빠져 있어요. 있는 그대로 내 몸을 사랑하자는 주의의 ‘보디 포지티브’, 식이 장애를 낳은 보디 프로필 열풍을 지나 바르고 건강한 몸으로 삶을 즐기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의 흐름에 들어섰죠. 지방 흡입보다는 운동과 식단으로 절대적인 체지방량을 줄이고, 복부나 엉덩이 근육과 라인을 시술로 다지는 것이 더 주목받는 추세예요. 고강도 자기장으로 내장 지방을 완화하고 복근을 강화해주는 ‘아큐커브’, 처진 팔뚝이나 뱃살의 탄력을 높이는 ‘보디 써마지’를 추천해요.
VOGUE HONG KONG
Beauty Director CECI WONG
GENDERLESS ‘젠더 뉴트럴’ ‘젠더리스’ 키워드가 뷰티 월드에 등장한 지는 꽤 오래됐지만, 홍콩 남성들은 보수적인 편이었죠. 그런데 최근 놀랍게도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지대합니다. 화장이 쉽게 무너지는 습한 기후에, 지속력 높은 화장품을 추구하는 남성의 비중이 늘었어요. 파운데이션과 눈썹 연출은 기본, 입술과 손끝의 색조까지 남성들은 확실히 개방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죠.
LIP ATTITUDE 홍콩 여성들의 입술 색은 다채로워요. 특정 컬러와 텍스처의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피부 표현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입술에만 생생한 색채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룩이죠.
CRAZY HAIR 중국 한방 의학에 기반을 둔 전통 성분과 바르는 단계를 최소화하는 스킨케어를 추구하지만, 헤어 영역에서만큼은 한없이 자유로워지는 추세입니다. 아이시 블루와 핑크, 형광색까지 여성들은 거리낌 없이 과감한 총천연색으로 모발을 물들이고 있어요. 여기에 홍콩 날씨를 닮은 촉촉한 텍스처까지 살짝 부여하면 트렌디한 헤어스타일이 완성돼요.
WULT 홍콩의 젊은 층에게 가장 핫한 로컬 브랜드를 묻는다면 단연 ‘WULT(Woke Up Like This)’예요. 홍콩의 대표적인 뷰티 인플루언서 젠 램(Jenn Lam)과 토니아 라이(Tawnia Lai)가 2020년 공동으로 창립한 비건 뷰티 브랜드죠. 유기농, 친환경 성분과 패키지를 추구하는 제품으로 홍콩의 기후 특성을 고려해 가볍고 산뜻한 텍스처를 겸비했어요. 화장품 사용 팁을 꼼꼼히 전달하는 인스타그램 계정(@wult.wokeuplikethis)은 레트로 감성으로 꾸며놓은 덕에 구경하는 재미가 있죠. 눈여겨보는 최신작은? 볼과 입술에 멀티로 사용 가능한 리퀴드 타입의 ‘페이스 댑(Face Dab)’입니다.
HIFU 초음파 리프팅 시술이 대중적으로 성행하고 있어요. 더운 날씨와 사시사철 에어컨 바람을 쐬는 실내 환경 탓에 홍콩 여성의 피부는 노화에 취약하죠. 급격한 온도 변화만큼 피부를 빠르게 늙게 하는 것도 없으니까요. 피부 진피층을 탄탄하게 개선하는 슈링크, 써마지 시술은 건강한 피부를 가꾸는 필수 루틴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HERBAL THERAPY 뛰어난 디톡스 효과와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되찾아주는 아로마테라피 프로그램은 동양의 전통 의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추천하는 웰니스 스폿은 바로 ‘SPA by MTM’. 내게 필요한 아로마 오일 공식으로 온몸을 정화하고 심신의 평화를 되찾게 해주죠.
BUN’S 2020 Y2K 코드의 전 세계적 히트 덕일까요? 지금 젊은 세대가 즐기는 스포츠는 바로 롤러스케이트예요. 화려한 네온 조명 아래서 스케이트를 즐기는 ‘Bun’s 2020’은 홍콩의 세련된 ‘젠지’가 모여드는 핫 플레이스죠.
COMMON LANGUAGE 아시아에서 뷰티는 가지각색의 인종과 문화,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로 여겨집니다. 스킨케어 제품은 그 나라의 계절과 기후를 읽을 수 있는 척도가 되고,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은 다채로운 개성을 표방하죠. 한국의 드라마, 아이돌로부터 비롯된 뷰티 트렌드는 아시아 전역이 열광하는 공통분모고요. 2023년 아시아의 뷰티는 곧 전 세계를 연결하는 소통 수단입니다.
VOGUE PHILIPPINES
Beauty Editor JOYCE OREÑA
SHORT CUT 몇 달간 ‘짧은 헤어스타일’이란 키워드가 필리핀의 검색창을 점령하고 있어요. 모발 끝의 질감을 강조한 짧은 레이어드 커트부터 슬릭한 텍스처를 입힌 시원한 쇼트커트, 조형적인 모양의 헤어스타일까지. 필리핀 여성들의 모발은 점점 가볍지만 강렬하고, 과감해지는 중이죠.
OLFACTORY 필리핀 민족은 ‘아시아’보다는 정확히 ‘오스트로네시안(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사람들을 일컫는다)’에 속합니다. 역사적으로 황금빛의 갈색 피부, 검고 곧은 머리카락, 표현력이 깊은 눈, 그리고 무엇보다 뷰티를 후각적으로 해석하는 독특한 경향이 있죠. 까다롭고 꼼꼼한 청결함, 목욕 직후의 깨끗한 향기와 갓 세탁한 옷에서 풍기는 신선한 향으로부터 아름다움은 기인합니다.
NATURAL ROOTS 필리핀 여인들은 지역 고유의 천연 성분을 뷰티 루틴에 활용합니다. 오래전부터 피부와 모발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코코넛 오일을 사용해왔으며, 타위타위(Tawi-Tawi)섬 지역의 부족인 사마 바자우(Sama-Bajau) 여성들은 천연 자외선 차단제로 강황 페이스트를 바르는 관습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죠. 세계적으로 유수한 향수에서 중요한 원료로 쓰이는 일랑일랑꽃, 은은한 시트러스 향으로 심신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엘레미 오일도 필리핀이 원산지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CARAMELIZED 서구의 지배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에서 파생된 뷰티 트렌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황금빛 모래나 캐러멜색 등 필리핀 여성 본연의 건강한 피부가 이상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자 미백 제품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죠.
ANTI-BLEMISH 매연과 미세먼지로 필리핀의 공기는 매우 탁한 편이에요. 열대기후로 1년 내내 찌는 듯한 더위까지 합세하면 피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 덕에 여드름을 치료하는 항염 효과의 나이아신아마이드, 앞서 향료로도 언급한 일랑일랑 등의 스킨케어 성분은 늘 각광받고 있어요.
GIRL CODE 배우 제나 오르테가가 연기한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 주인공의 ‘고스 글램(Goth Glam)’ 스타일이 ‘젠지’의 뷰티 룩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촘촘하게 땋은 양 갈래 머리와 눈가를 어두운색으로 번지게끔 칠한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을 한 소녀들이 종종 포착되죠. 반대로 핑크빛으로 얼굴을 사랑스럽게 물들이고 높은 포니테일이나 리본을 단 헤어스타일로 대표되는 ‘바비코어’의 유행도 상당한 편이에요.
HILOT ‘힐롯’은 고대 필리핀의 치유 예술 과학입니다. 몸과 마음, 에너지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치료법으로 생리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정서적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죠. 필리핀에선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경험해볼 수 있어요. ‘더 팜 앳 산 베니토(The Farm at San Benito)’는 다양한 홀리스틱 트리트먼트를 제공하는 리조트로 제가 휴식을 취할 때 즐겨 찾는 곳입니다. 디톡스 클렌즈와 수면 회복, 폐경 치료와 다양한 요가, 명상 클래스로 에너지의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죠.
VOGUE TAIWAN
Beauty Editor JASMINE LEE
SELF-CONTROL ‘뷰티’라는 단어 아래 수없이 다채로운 정의가 존재합니다. 서양의 아름다움은 폭발적이고 담대한 반면, 동양은 상대적으로 정제된 미학을 선보입니다. 표면적으로 분출하기보다는 절제되고 섬세한 면이 있죠. 그런 미덕이 정교한 기술력의 화장품, 건강한 우아함을 만들어내고요.
LESS & SIMPLE 한국과 일본에 비해 대만은 매우 단순한 스킨케어 단계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메이크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피부 잡티와 결점을 가리기보다는 은은한 커버력의 베이스를 얇게 한 겹 입히고, 얼굴 딱 한 곳에만 포인트를 주는 심플함을 추구해요. 눈 화장과 볼, 입술 가운데 또렷한 색조를 입힐 부위를 하나만 선택하는 거죠.
TEA PERFUME 누군가 대만을 방문한다면 ‘피.세븐(P.Seven)’의 향수를 추천하고 싶군요. 대만의 ‘차(茶) 문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향수로, 타이베이의 유명 부티크 호텔에서 다도사로 일했던 창립자가 론칭한 브랜드입니다. 비가 내린 뒤의 숲길을 산책하다 들어선 작은 찻집에서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산과 물의 운치를 만끽하는 기분을 담은 차분한 향이에요. 청정한 마음가짐과 철학적 이념을 담은 동양 특유의 차 문화의 정수를 담아내고 있죠.
TEACHER XIAO KAI 대만의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카이 창(Kai Chang)의 닉네임입니다. 그가 론칭한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카이 뷰티(KAIBEAUTY)는 아시아 맞춤형 제품으로 젊은 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죠. 그중에서도 강력 추천하는 제품은 바로 ‘리미틀리스 업워드 마스카라(Limitless Upward Mascara)’. 가늘고 아래로 쉽게 처지는 속눈썹을 지닌 아시아 여성을 위해 고안한 마스카라로, 속눈썹이 풍성하게 컬링되는 효과가 뛰어난 덕에 대만 미용 포럼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어요. 활처럼 살짝 휜 브러시 팁 또한 동양 여성의 눈매에 안성맞춤이죠.
EMBRACING GRAY 대만 여성들은 희끗한 새치를 더 이상 덮어야 하는 결점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점차 바래는 모발색을 오히려 자연스럽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추세입니다. 세련된 옷차림에 윤기를 더한 회색 모발을 길게 늘어뜨린 여성을 떠올려보세요.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ONE-TO-ONE 어느 때보다 건강한 몸을 가꾸는 데 몰입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보다 꼼꼼하게 몸매 교정을 받기 위해 피트니스 코치를 고용하고, 일대일 트레이닝을 받는 데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죠. 저탄수화물 식단과 간헐적 단식 또한 인기입니다.
WARM TOUCH 장시간 업무과 스트레스로 불균형한 신진대사와 수면 장애를 겪는 현대 여성에겐 지압 마사지가 필수예요. 컨디션 난조를 겪을 때마다 제가 찾는 곳은 타이베이의 ‘뉘앙스 프리베(Nuance Privée)’. 손끝을 따뜻하게 데운 테라피스트가 허리부터 어깨, 엉덩이와 다리 근육을 편안하게 어루만지는 ‘클래식 마사지’ 코스를 추천합니다. 만성 수족 냉증도 점차 완화되고 있어요.
VOGUE JAPAN
Beauty Editor RISA YAMAGUCHI
YOUTHFUL SKIN 일본 여성들은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동안 피부를 선망해요. 잡티 없이 환한 피부 톤, 처짐을 찾아볼 수 없는 통통한 두 볼이 이상적인 지표로 여겨지죠. 아무래도 성숙하고 섹시한 이미지보다는 귀여운 이미지를 선호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안색을 밝혀주는 효소 성분의 클렌저, 미백 기능의 자외선 차단제가 꾸준히 인기입니다. 특히 안티에이징 분야에서 일본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술을 자랑해요. 끌레드뽀 보떼, 데코르테, 폴라(POLA)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죠. 세대를 불문하고 로컬 브랜드의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하는 비율이 상당합니다. 요즘은 모두 비타민 C와 레티놀을 조합한 화장품의 효과를 화두로 삼고 있어요.
TOTONOU ‘차례대로 갖춰서’ ‘가지런하게 정돈된’을 뜻하는 일본어입니다. 일본인들은 로션과 팩, 세럼, 밀키한 제형의 로션, 크림, 아이 크림으로 이어지는 스킨케어 순서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죠. 요즘은 홋카이도나 나가노현에서 즐기는 ‘토토누 사우나(Totonou Sauna)’가 주목받고 있어요. 약 90도의 증기에서 사우나를 즐긴 뒤 냉수로 목욕하고, 청정 자연에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단계로 휴식을 취하죠.
HEAVY CREAM 젊은 세대에게 근래 가장 이슈가 된 화장품은 놀랍게도 니베아의 크림이에요. 파란 캔 안에 담긴,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바로 그 제품이요. 이 크림을 얼굴 전체에 도톰하게 얹으면 피부에 보습막이 생기면서 피부가 탱탱해지는 효과가 SNS에서 퍼졌어요. 듬뿍 발라도 부담 없는 가격도 한몫 거들었죠.
RE-GAL 한때 열풍이었던 ‘갸루’가 1020 세대를 다시 사로잡고 있습니다. 인형 같은 속눈썹과 반짝이는 눈 화장, 시럽처럼 탐스러운 광택의 글로시 립까지, 마스크를 벗게 되면서 메이크업에 대한 욕망이 폭발한 것이죠.
BLEACH BOOM K-팝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일본도 예외는 아니죠. 아이돌 멤버들의 금발은 물론, 셔벗 같은 핑크와 오렌지, 보랏빛의 오색찬란한 머리 빛깔이 의외로 40~50대의 탈색 트렌드를 이끄는 것이 눈에 띕니다. 새치를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전체를 그레이로 염색하거나 오히려 더 화려한 모발색을 입히는 등 일본의 중년 세대도 더 적극적인 태도로 변모하고 있어요.
WORMWOOD STEAMING 일본 여성들은 Y존 건강에 도움을 주는 ‘쑥 찜질’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특히 일회용 생리대 대신 생리 팬티를 착용하는 젊은 숙녀들이 많아지면서 떠오르게 된 스파 프로그램이죠. 말린 쑥의 증기를 활용한 좌욕으로,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어요. 쑥은 오래전부터 생리 불순을 치료하는 데 쓰일 정도로 여성호르몬 분비를 조절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하죠. Y존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효과는 물론이고요.
MULTIPLICITY ‘아시안 뷰티’를 정의할 때 과거엔 끝이 뾰족한 아몬드 형태의 눈매, 윤기가 흐르는 길고 검은 생머리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어요. 주로 서양 시각에서 바라본 동양 미인으로 시대착오적 기준이었죠. 오늘날은 명확하게 연상되는 그 특정한 이미지가 완연히 사라졌어요. 동양적 아름다움이라 하면 이제는 성별을 판별하기 어려울 만큼 화려하게 치장한 남자일 수도, 드라마틱한 성형수술을 한 얼굴일 수도 있어요. 반면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룩을 가리킬 때도 있고요. 뷰티는 다채로운 개성이 모여 포괄적으로 재정립되고 있어요. 성별, 국경, 나이가 더 이상 아름다움을 가리는 요소가 될 수 없죠.
VOGUE SINGAPORE
Beauty Director ALLI SIM
BEAUTY SPONGE 싱가포르는 국제적인 문화와 유행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민족적, 문화적 배경으로 동서양의 트렌드를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이를 복합적으로 융화하죠. 몸과 마음, 피부 건강을 연결시키는 중국의 TCM(중국 전통 의학), 인도의 아유르베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전통 치유 풍습 등 동방의 철학으로부터 지혜를 얻는 동시에 정신 질환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셀레나 고메즈, 메이크업과 신체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하는 리한나를 뷰티 아이콘으로 여깁니다.
SUNSCREEN 기후 특성으로 싱가포르 여성은 깊고 어두운 피부 톤을 갖고 있어요. 미네랄 성분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탁하고 잿빛으로 표현되는 일이 다반사죠. 백탁 현상이 없고 번들거리지 않는 텍스처에 대한 기준은 세계 어느 곳보다 까다로워요. 우리가 추천하는 자외선 차단제라면 믿고 사용해도 된다고 자부해요.
LEMON8 국적 불문 Z세대라면 모두 그렇듯 틱톡이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요. 싱가포르에선 SNS로부터 발단한 ‘마이크로 트렌드’에 기민한 덕에 최근 레몬8(Lemon8)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일부 세대에게 급부상하고 있어요. 화장품, 뷰티 팁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죠.
CUSTOMIZED SERUM 백옥처럼 뽀얀 피부에 대한 동경을 접고, 마침내 다양한 피부 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리고 떠오른 건 바로 맞춤형 스킨케어입니다. 개개인의 피부가 남다른 만큼, 스킨케어 제품 역시 동일할 수 없다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싱가포르 브랜드 ‘Skin Inc’는 피부 고민에 따라 알맞은 성분을 배합한 캡슐형 세럼을 제공하죠. 획일화된 피부 톤에 대한 욕망은 줄었지만, 매끄러운 윤기가 감도는 건강한 피부는 불변의 아름다움이니까요.
KOREAN BASE 싱가포르는 한국의 뷰티 월드와 긴밀하게 이어져 있어요. 얼마 전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MSBB(My Skin But Better)’, 즉 파운데이션을 바른 듯 안 바른 듯한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을 위해 한국 브랜드 피카소의 스패출러를 대량으로 비축하는 현상이 화제였어요. 한방 화장품 브랜드 조선미녀의 산뜻한 자외선 차단제가 인기를 끌고, 싱가포르의 대표 뷰티 브랜드 ‘Sigi Skin’ 또한 한국에서 제조한 포뮬러를 바탕으로 프로바이오틱스와 레티놀,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케일 같은 식물성 성분을 함유한 스킨케어 제품을 만들어내죠.
TRAPTOX 블랙핑크 제니의 가녀리면서도 태가 나는 직각 어깨 때문일까요? 목과 어깨 부위에 보톡스를 시술하는 일명 ‘트랩톡스(TrapTox)’가 유행하고 있어요. 긴장된 어깨 근육을 이완시켜 목이 일자로 길게 뻗고, 자세가 바르고 곧아 보이는 효과를 자랑해요. 특히 스마트폰 사용으로 불거진 거북목과 늘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싱가포르의 직장인에게 더없이 매력적이죠.
MANI-PEDI 싱가포르 여성만큼 네일 아트, 특히 페디큐어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들도 없을 거예요. 1년 내내 더운 날씨로 오픈토 슈즈나 샌들을 착용하니까요. 특히 싱가포르의 명절인 하리 라야(Hari Raya) 기간이나 새해, 특별한 기념일에 맞춰 발끝을 꾸민 모습을 자주 포착할 수 있습니다.
SOUND MIND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 큰 뷰티 트렌드예요. 싱잉볼로 명상을 하는 ‘사운드 배스’가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주류를 이루고, 저 역시 세인트 레지스 호텔(St. Regis Hotel)의 ‘르메드 스파(Remède Spa)’에서 활력을 되찾곤 합니다. 이곳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화하는 ‘라술 함맘 의식(Rassoul Hammam Ritual)’에 따라 돌로 만든 침대 위에 누워 온몸의 각질을 제거하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마음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마지막으로 두피 마사지와 오렌지 블로섬 워터로 샤워를 마치고 나면 정신이 한층 맑아집니다. 적외선 사우나, 냉탕에 몸을 담그는 ‘콜드 플런지’도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DIVERSITY 싱가포르의 뷰티 에디터로서 자랑스러운 사실은 우리가 단일민족이 아니기에 동방 뷰티의 현주소를 가장 포괄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시아의 미학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죠. 젊은 세대는 아름다움의 진정성을 깨닫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맘껏 누리고 표출할 줄 아니까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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