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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블랙핑크의 커리어 로드

2025.05.02

2025년 블랙핑크의 커리어 로드

Claudia Argueta

지수, 제니, 로제, 리사의 블랙핑크가 드디어 한자리에 모입니다. 제니와 리사가 달군 코첼라의 열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 월드 투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죠. 이에 멕시코 <보그>가 발 빠르게 그녀들의 커리어 분석에 나섰습니다. 파리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런던으로, 뉴욕까지 북반구의 도시란 도시는 모두 휩쓰는 이들의 행보나, 패션 위크에서의 위상은 익숙하지만, 여전히 다른 에디션에서 들려오는 그녀들의 소식은 반갑게 느껴집니다. 팝 스타의 사소한 정보라도 알고 싶어 해외 웹사이트를 돌던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겁니다.

멕시코 <보그>에서 K-팝을 전문으로 분석하는 객원 기자, 이바나 E. 모랄레스(Ivana E. Morales)는 블랙핑크의 집단적 영향력은 충분히 압도적이라고 합니다. 무대 위 카리스마는 물론, 주체적인 메시지를 노래하는 음악은 전 세계 팬들에게 깊은 공명을 일으켰다고 평했죠. “이들이 지난 몇 년간 K-팝을 넘어 글로벌 음악 시장에 미친 영향은 결코 과장된 평가가 아닙니다.” 이바나는 각 멤버가 지닌 고유한 매력과 색채는 팀 안에서도 분명히 드러났고, 2024년을 기점으로 그 개성이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도약으로 이어졌다고 짚었습니다.

블랙핑크의 현재: 그룹에서 솔로로

블랙핑크의 월드 투어, ‘본 핑크(Born Pink)’는 4개 대륙, 23개국에서 총 66회 진행되었으며, K-팝 걸 그룹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어로 기록되었습니다. 하지만 투어의 종료는 블랙핑크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7년간 함께해온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만료된 후, 멤버들은 블랙핑크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동시에 각자의 예술적 정체성을 확장하기 위한 솔로 프로젝트에 돌입했죠.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각 멤버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음악은 물론 연기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바나 E. 모랄레스가 각 멤버별 커리어를 분석했습니다. 스페인에서 바라본 블랙핑크의 커리어 로드는 이렇습니다.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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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는 특유의 균형감과 우아함으로 사랑받아온 멤버입니다. 우아함과 강인함의 이중성은 2023년 3월 31일 발매한 솔로 데뷔 싱글 앨범 <Me>의 수록곡 ‘꽃’을 통해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꽃’에서 지수는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지만, 그 아픔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하루를 향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수록곡 ‘All Eyes On Me’는 ‘꽃’의 절제된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는 역동적인 곡이며, <Me>는 발매 당시 한국 여성 솔로 가수 앨범 역사상 최초로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난 후, 그녀는 ‘지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나가는 행복을 공유하겠다’라는 슬로건 아래 엔터테인먼트 회사 ‘블리수(Blissoo)’를 설립하며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또한 배우로도 활약 중이며, 대표작으로는 드라마 <설강화>가 있고, 최근 사랑과 코미디, 좀비 요소가 뒤섞인 <뉴토피아>가 공개됐습니다.

지수가 음악 활동을 지속할지에 대해선 소문이 돌았지만, 작년 말 새로운 솔로 앨범 작업 소식을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뒤이어 1월에는 워너 레코드와 솔로 앨범의 글로벌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미니 앨범이 바로 <AMORTAGE>로, ’사랑(Love)’과 ’몽타주(Montage)’의 합성어입니다.

2024년 2월 14일 발매된 <AMORTAGE>에서는 지수가 4곡의 팝 트랙을 통해 재치 있게 감정을 풀어냈는데, 그중 2곡은 영어로 녹음했습니다. 이번 앨범은 전작 <Me>의 절제된 분위기보다 더 빠르고 생기 있는 멜로디로 구성했습니다. 타이틀곡 ‘earthquake’는 강렬하게 꽃피는 사랑을 가사로 표현했으며, 곡이 진행될수록 더욱 벅차오르는 구성과 함께 지수의 보컬도 힘차게 뻗어나갑니다.

<AMORTAGE>는 지수의 음악 스펙트럼을 한층 확장시키며 그녀의 다재다능함과 적응력을 보여줍니다. 극단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더라도 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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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다재다능(Polifacética)’입니다.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시절부터 이미 알려진 사실이며, 그녀는 그때부터 상징적인 인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무대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전율을 일으킵니다. 랩을 능숙하게 구사하고, 노래 한 소절 한 소절, 그녀가 부르는 모든 음표는 매혹적이죠. 이러한 변화무쌍한 능력 덕분에 제니는 완성형 아티스트로 평가받습니다.

2018년, 제니는 블랙핑크 멤버 중 솔로 활동을 시작한 첫 멤버로, 데뷔 싱글 ‘SOLO’를 발표했는데, 이 곡은 관계의 끝에서도 자아의 힘을 북돋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5년 후, 제니의 새로운 솔로 곡 ‘You&Me’가 공개되었으며, 이는 월드 투어 ‘본 핑크’에서 처음 선보인 곡이기도 합니다.

한편, 제니는 2023년 HBO의 화제작 <디 아이돌(The Idol)>을 통해 브라운관에도 도전했습니다. 본명인 ‘제니 루비 제인(Jennie Ruby Jane)’으로 출연한 드라마에서 그녀는 비록 조연이었지만, 강렬한 댄스 장면으로 많은 주목을 받으며 어느 곳에서든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2023년 말, 제니는 자신의 기획사 ‘오드 아틀리에(Odd Atelier)’를 설립했고, 반년 후 미국 음반사 컬럼비아 레코드(Columbia Records)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 첫걸음은 그녀의 첫 정규 앨범 <Ruby>의 타이틀곡, ‘Mantra’입니다. 당당하게 자신의 관능미를 받아들이자는 메시지를 담은 곡입니다.

<Ruby>에는 ‘Mantra’ 외 총 15곡이 수록되었으며, 협업한 2곡을 선공개했습니다. 하나는 도미닉 파이크(Dominic Fike)와 작업한 ‘Love Hangover’, 다른 하나는 2025년 그래미 수상자인 도이치(Doechii)와 함께한 ‘ExtraL’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 두아 리파(Dua Lipa), 칼리 우치스(Kali Uchis) 등이 참여했습니다. 이 앨범으로 제니는 지난 4월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 솔로로 올랐습니다.

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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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마치 소리로 된 포옹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그녀만의 독특한 음색은 깊은 감정을 일깨우며, 곡마다 긴 여운을 남깁니다. 이러한 매력은 특히 그녀의 첫 싱글 앨범 <R>의 타이틀곡 ‘On The Ground’에서 두드러집니다. 2021년 발매된 이 곡은 로제의 창작 세계를 미리 엿볼 수 있으며,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미니멀한 구성과 보컬의 질감이 핵심을 이루는 작품입니다.

뉴질랜드 출신인 로제는 블랙핑크 네 멤버 중 마지막으로 향후 행보를 공개했습니다. 다른 멤버들이 자기 회사를 설립한 것과 달리, 로제는 블랙핑크의 많은 곡을 만들어낸 프로듀서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TheBlackLabel)’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또 그녀는 해외 음악 유통을 위해 애틀랜틱 레코드(Atlantic Records)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새로운 챕터의 첫 곡은 지난 10월, SNS에 여러 단서를 흘린 후 깜짝 발표한 브루노 마스와의 듀엣곡 ‘아파트(APT.)’였습니다. 한국의 술 게임을 모티브로 삼은 곡으로, 팅팅스(The Ting Tings)를 떠올리게 하는 자유분방한 악기 구성 속에서 단순하지만 반복된 후렴구가 강한 중독성을 만들어냈고 대중적 인기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아파트’는 곧바로 입소문을 타며 히트했고(지금까지 널리 사랑받고 있으며), 빌보드 핫 100 차트 3위에 올랐습니다.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가 달성한 최고이자 최초의 사례입니다.

‘아파트’는 로제의 첫 정규 앨범 <rosie>의 타이틀곡이며, 이 앨범은 로제가 로스앤젤레스와 한국을 오가며 1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입니다. 총 12곡이 수록된 앨범은 ‘아파트’보다 한층 절제된 분위기의 곡들로 구성됐으며, 로제는 그 안에서 K-팝 스타의 화려한 외면을 내려놓고 상처와 분노, 상실까지 개인적인 성찰을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한마디로 로제의 내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앨범입니다.

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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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로 더 널리 알려진 라리사 마노반. 그녀가 창조한 세계는 광대하며, 예술적 정체성의 다양한 면모도 끊임없이 변화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언제나 “나는 리사”라고 단언하며,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난 뒤 발표한 첫 솔로 싱글 ‘Rockstar’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내가 가는 모든 도시는 내 것이야.”

다면성은 리사의 개인 레이블 ‘라우드(Lloud)’와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산하의 RCA 레코드와 협업해 발매한 앨범 <Alter Ego>의 핵심 주제입니다. 이 앨범은 에클레틱(다채로운 혼합)한 색채를 띠며, 록시(Roxi), 키키(Kiki), 빅시(Vixi), 써니(Sunni), 스피디(Speedi)라는 캐릭터를 통해 생명력을 얻습니다. 다섯 캐릭터는 모두 리사를 상징합니다.

<Alter Ego> 프로모션 초기부터 리사는 다섯 개의 뾰족한 꼭짓점을 지닌 별을 로고로 사용했는데, 이를 두고 팬들은 앨범 공개 전 다섯 개의 싱글이 먼저 발매될 것이라는 추측을 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습니다. 리사는 작년 여름 ‘Rockstar’로 시작했고, 이어 로살리아(Rosalia)와 협업한 곡 ‘New Woman’을 발표했습니다. 그 뒤로는 ‘Kiss Me’의 후렴을 인용한 낭만적인 곡 ‘Moonlit Floor’, 그리고 레이, 도자 캣과 함께한 ‘Born Again’을 연달아 선보였습니다. ‘Born Again’의 뮤직비디오는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어, ‘5’라는 숫자가 리사의 개인적 신화 속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는 암시로 읽힙니다. 숫자 점성술에서 ‘5’가 독립성과 변화의 상징이라는 점과 맞물립니다.

앨범과 함께 공개된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싱글 ‘FXCK UP THE WORLD’는 그녀의 첫 솔로곡 ‘LALISA’와 ‘MONEY’를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에너지를 품고 있으며, 리사의 솔로 데뷔 당시의 존재감을 다시금 환기합니다.

블랙핑크의 막내이자 메인 래퍼로 K-팝에 입문한 리사는, 자신의 예술적 범위를 확장하며 글로벌 팝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바쁘며, 각종 페스티벌과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아카데미 시상식 등 굵직한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HBO 시리즈 <화이트 로투스(The White Lotus)>에서 배우로 데뷔했으며, 제니와 마찬가지로 코첼라 무대에서 2회에 걸쳐 공연했습니다.

2025년, 블랙핑크는 어떻게 될까요?

블랙핑크는 각자의 영역에서 정체성을 다지고 있지만, 그룹 활동이 다시 이어질 예정입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가 2025년 새 앨범과 함께 7월 5일, 고양 스타디움에서 시작되는 월드 투어를 준비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정규 앨범 <BORN PINK> 발매 이후, 2025년은 네 사람이 다시 하나로 모여 새로운 시대를 여는 해가 될 것입니다. 각자의 빛이 모여 더 큰 빛을 만드는 순간을 전 세계 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Ivana E. Morales
사진
Claudia Argueta, Getty Images
출처
www.vogue.m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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