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내가 하루에 2만 보를 걷기 시작한 후 달라진 것들

2025.05.09

내가 하루에 2만 보를 걷기 시작한 후 달라진 것들

@linmick

1만 보를 넘어 2만 보에 도전한 이유

저는 걷는 것을 무척 사랑합니다. 구글 맵 앱에서 도보 60분 정도 거리로 표시되는 모든 곳이 저에겐 ‘걸어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죠. 이건 제 주변 사람들에게는 다소 짜증 나는 일이기도 할 거예요. 저랑 함께 있으면 무조건 많이 걸어야 하거든요. 하지만 감히 말하건대, 많이 걷는 건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어린 시절부터 걷는 걸 좋아했어요. 학창 시절에는 3분간 지하철을 기다리는 대신 집까지 걸어갔죠. 귀에는 아이팟 셔플 이어폰을 꽂은 채로요. 지금도 최대한 많이 걸어 ‘걸음 수’를 모으는 것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입니다. 걸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으니까요. 생각하고, 음악을 듣고, 강아지를 산책시킬 수도 있죠. 덕분에 매일 1만 보를 채우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는 베를린에서도 중심가에 살기 때문에, 웬만한 장소는 걸어서 갈 수 있거든요. 앞에서 말했듯 저에게 ‘도보 60분’ 정도의 거리는 충분히 걸어갈 만한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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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리스본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첫날 저녁, 호텔 방에 누워 아이폰의 ‘헬스’ 앱을 켜니 하루 동안 2만4,003걸음을 걸었다고 뜨더군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너무나 지쳤지만, 동시에 침대에 누워 다리가 하루 종일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독일로 돌아온 후에도 이 걸음 수를 유지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 후로는 정말 하루 종일 걸었습니다. 헤드폰을 귀에 꽂은 채 도시를 가로지르고, 숲을 지나, 마트를 돌아다니는 등 익숙하지 않은 거리를 걸었죠.

2만 보 걷기 후 바뀐 것들

일상을 유지하면서 하루에 2만 보씩 걷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잘 차려입고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날에는 더더욱 그렇죠. 보통은 가장 편안한 2개의 운동화(아식스와 뉴발란스)를 돌려 신지만, 약속이 있는 날에는 잠시 바꿔 신을 구두를 챙겨야 했어요. 하지만 그건 큰 단점은 아니었습니다. 2만 보를 걸으면서 얻게 된 것들에 비하면 말이에요.

2만 보를 걷기 시작한 후, 밤에 침대에 누우면 두 다리가 무겁게 느껴질 새도 없이 순식간에 잠이 들었습니다. 금방 잠이 든다는 점만으로도 2만 보의 효과는 훌륭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사라졌다는 겁니다. 걸으면서 여러 복잡한 생각이 정리됐기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단순히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여러 강박으로부터 ‘자유’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2만 보 정도면 개인차는 있으나 약 15~18km를 걸은 셈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도대체 누가 매일 2만 보씩이나 걸을 수 있겠어’ 하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만도 하죠.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운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저는 강아지들을 따로 산책시켰습니다. 아침 출근 전, 점심시간, 그리고 저녁에도 말이죠. 중간중간 비는 시간에는 장을 보러 가거나, 약속 장소인 카페에 가거나, 미팅 혹은 인터뷰를 진행했고요. 모두 걸어서 갔죠. 종종 해가 지기 직전 혼자 동네를 한 바퀴 돌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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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장점은 옷을 갈아입을 필요 없이 운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며(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할 수 있는 것들) 할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고요. 지난 몇 달간, 차와 자전거는 거의 생각조차 하지 않고 지냈죠.

하지만 하루 1만 보와 2만 보 사이, 엄청나게 극적인 차이는 없었습니다. 불면증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등 긍정적 효과는 1만 보를 걸으나 2만 보를 걸으나 비슷한 것 같았거든요. 저는 또 궁금해졌습니다. 2만 보를 걷는 게 과연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만 보 걷기의 이점

“한때 하루 1만 보 걷기 운동이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의학적 소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어요. 1965년 일본에서 진행된 마케팅 캠페인 때문이었죠. ’만보계’라는 걸음 수 측정기를 홍보하며 떠오른 것이었어요.” 독일 쾰른 소재의 독일 스포츠대학교(Deutsche Sporthochschule Köln)의 스포츠의학 전문의의자 독일 스포츠의학 및 예방의학 학회(Deutsche Gesellschaft für Sportmedizin und Prävention, DGSP) 학회장 크리스티네 요이슈텐(Prof. Dr. Christine Joisten)의 말입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공공 보건 기관은 1만 보라는 숫자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죠. 최초의 목적이 만보계를 팔기 위한 광고였던 것과는 별개로, 실제 과학적으로 1만 보 걷기는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드러났어요.” 요이슈텐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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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슈텐은 2만 보 걷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일단 2만 보를 걸으면 800~1,200kcal 정도가 소모돼, 식단이 평소와 같을 경우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신체 능력이 향상되고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 요인이 개선되며, 혈압도 낮아져요. 혈중 지질 수치와 인슐린 감수성도 개선되고요. 식후에 걸으면 혈당 감소에도 도움이 되죠. 잠재적 이점이 다양한 면에서 관찰되고 있어요.”

걷기도 어쨌든 ‘운동’의 한 종류인 만큼, 하루 2만 보씩 꾸준히 걸으면 근골격계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근육량과 근 기능이 증가하고, 골밀도가 향상되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돼요. 스트레스나 우울 증상이 줄어들고, 수면의 질이 향상되죠. 많이 걸을수록 전반적으로 기분도 좋아지고요. 아마 햇빛의 영향 때문일 거예요.” 요이슈텐의 설명입니다. “달리기 운동에 비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도 적고, 몸을 지탱하는 여러 근육이 강화된다는 것도 장점이겠죠.” 하지만 모두가 2만 보를 매일 걸을 수는 없습니다. 이런 효과를 보기 위한 최소 걸음 수는 어느 정도일까요?

2만 보가 어렵다면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매일 7,000~8,000보를 걷는 정도만으로도 전체 사망률(특정 인구 집단 내 모든 사망 원인을 포함한 수치)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하루 1만 보를 넘게 걷는 경우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점이 발현되려면 ‘적당한 속도로 오래’ 걸어야만 한다는 것이죠. 요이슈텐에 따르면 하루 5분 정도 500보를 추가로 걷기만 해도 심혈관 질관으로 인한 사망률은 물론 전체 사망률이 낮아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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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률을 낮추는 데는 약간의 걸음만 더 필요하지만, 정말 ‘운동’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요이슈텐에 따르면, 걷기가 운동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우선 심박수가 최대 심박수의 50~70% 범위 내에 있어야 합니다. 고강도 운동을 10, 느리게 걷는 것을 1이라고 했을 때 5 정도의 강도가 되겠죠. 요이슈텐은 약간 땀이 나거나 숨이 차는 정도, 6분 동안 약 1,000걸음을 달성하는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걷기의 또 다른 장점은 한 번에 전력 질주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하루에 6~8회 정도로 나누어 걸어 그 총합이 2만 보가 되도록 하기만 해도 충분하죠. 요즘은 스마트 워치나 스마트폰이 걸음 수를 측정해주니, 계산에 어려움을 겪을 일도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에 걷는 모든 걸음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과도한 걷기의 문제점

사실 ‘과도한 걷기’라는 표현은 조금 이상합니다. 많이 걷는다고 나쁠 건 단 하나도 없거든요. 문제는 초보자나 운동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2만 보에 도전해 과부하가 걸리는 경우입니다. 무릎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거든요. “자주 걷는 편이 아니었다면, 우선 여러분이 매일 얼마만큼 걷는지 한번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건강 상태에 따라 점차 늘려나가는 편이 좋습니다.” 요이슈텐의 조언입니다.

걷기는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가끔 2만 보라는 숫자는 강박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마트 기기가 걸음 수를 세세하게 기록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운동량을 자랑하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럴 수 있죠. 강박을 느끼는 순간 재미는 반감됩니다. 걷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워야 하는데 말이죠. 요이슈텐이 말했듯, 2만 보 걷기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결코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은 아닙니다. 그러니 강박은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걸어보세요. 저 역시 앞으로도 2만 보 걷기를 꾸준히 실천할 예정이에요. 압박감 없이, 더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요.

Desireé Oostland
사진
Instagram, Courtesy Photos
출처
www.vogu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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