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미우와 캐서린 마틴이 이야기하는 ‘업사이클링’의 가치
캐서린 마틴(Catherine Martin)은 친구 미우치아 프라다에게 캡슐 컬렉션의 협업을 제안받자마자 프랑스 남부를 떠올렸습니다. 1920년대 남프랑스 사람들이 즐겨 입던 스포티하면서도 중성적인 스타일을요. “두 번의 세계대전 사이에 벌어진 일에 대해 생각했죠.” 그녀는 당시 프랑스 리비에라에 잠시 살았던 F. 스콧 피츠제럴드를 예로 들며, 당시 많은 예술가들이 풍경이 아름답고 생활비가 비교적 저렴했던 프랑스 남부로 이주했다고 말했습니다.

캐서린 마틴은 호주 출신의 저명한 코스튬 디자이너이자 프로덕션 디자이너입니다. 1997년부터 지금까지 바즈 루어만 감독과 결혼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그녀는 네 번의 아카데미상, 여섯 번의 BAFTA, 한 번의 토니상 수상에 빛나는 인물이죠. 캐서린 마틴과 프라다 그룹의 인연은 수년 전 시작됐습니다. 2013년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그 계기였죠. 캐서린 마틴은 협업을 제안받기 전부터 ‘업사이클드 바이 미우미우(Upcycled by Miu Miu)’에 매료되어 있었다고 말합니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업사이클드 바이 미우미우는 빈티지 의류를 복원해 새로운 옷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미우미우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순환적 소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오래된 옷에 담긴 이야기를 전해왔죠.

업사이클드 바이 미우미우는 럭셔리 산업이 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돕기 위해 탄생한 프로젝트입니다. 캐서린 마틴은 취지에 공감하며, 100년 전 남프랑스 특유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영감을 받았죠. 그녀는 세계 각국의 빈티지 시장에서 저지와 데님 소재를 공수하고, 레이스 원단을 얻기 위해 중고 란제리를 분해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마련한 원단을 로잉 블레이저, 세일러 칼라 재킷 등 다양한 아이템을 만드는 데 활용했죠.
이번 협업은 캐서린 마틴에게도 큰 도전이었습니다.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영화 의상 제작과 달리, 빈티지 원단만으로 컬렉션을 완성해야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캐서린 마틴은 이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고 말합니다. 원단을 분해하거나 자그마한 솜털을 모아 캐시미어를 금세 만들어내는 미우미우의 기술력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요. 그렇게 만든 캐시미어는 발랄한 분위기의 스트라이프 톱으로 재탄생했죠.


캐서린 마틴은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이 다양한 ‘캐릭터’를 구상하는 일이었다고 언급합니다. 협업을 제안받자마자 각 캐릭터를 설명하는 짧은 글을 써 내려간 뒤,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미우미우에 보냈죠. 초기 단계에서 그녀가 구상한 캐릭터는, 미우미우가 업사이클드 컬렉션과 함께 공개한 3분짜리 패션 필름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캐서린 마틴이 디렉팅한 영상은 100년 전 생트로페를 배경으로 하는데요. 데이지 리들리, 엘리엇 섬너, 그리고 2025 봄/여름 컬렉션의 피날레를 장식한 윌렘 대포가 출연해 미우미우가 그려낸 꿈같은 풍경 속을 떠돕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성격도 취향도 전부 다르지만, 하나같이 자유를 열망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캐서린 마틴은 영상을 통해 현대사회의 ‘태동기’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1920년대부터 여성들이 자유를 갈망하기 시작했죠. 코르셋을 벗어 던지고, 언더웨어를 아우터처럼 활용한 것도 그때 시작됐습니다. 바이어스 컷 드레스가 유행하며, 여성들은 몸의 곡선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됐죠.” 영상에서도 당시 스타일링을 참고한 듯한 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델들은 실크 소재의 침대 시트로 만든 슬립 드레스에 티셔츠를 레이어드하거나, 비키니에 남성적인 실루엣의 재킷을 걸친 채 모습을 드러내죠.

캐서린 마틴은 모든 아이템이 웨어러블하고 아기자기하다고 하면서도, 장난스러움 뒤에 숨겨진 메시지를 잊지 않았습니다. “이번 컬렉션의 핵심은 ‘전복’입니다. 저는 뭐든 파괴하고, 뒤집어놓는 걸 좋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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