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 신작, ‘페니키안 스킴’에 등장한 까르띠에 묵주
웨스 앤더슨은 패션 디자이너를 했어도 이름 좀 날렸을 겁니다. 대표작 <로얄 테넌바움>이나 <프렌치 디스패치> 속 타협 없이 정교한 세계를 보며 그의 런웨이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하게 되죠. 웨스 앤더슨은 패션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가장 직관적인 언어라는 걸 잘 아는 감독입니다. 인물의 성격을 시각적으로 설계하고, 거기에 잘 어울리는 디테일로 분위기를 완성하죠. 오는 28일 개봉하는 <페니키안 스킴>에서도 그 실력을 어김없이 발휘합니다.

영화 <페니키안 스킴>은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거물 사업가 자자 코다와 그의 딸 리즐의 이야기입니다. 각각 베니시오 델 토로와 미아 트리플턴이 연기했죠. 수녀 옷을 입은 리즐은 초록 섀도에 레드 네일을 하고, 손에 화려한 묵주를 감은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일반적인 수녀와 사뭇 다른 그 모습만으로도 리즐이라는 인물에게 궁금증이 생기죠. 특히 눈에 띄는 건 ‘치렁치렁하고 화려한’ 묵주입니다. 묵주에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일 수도 있겠네요.


웨스 앤더슨은 까르띠에의 1880년대 십자가 펜던트를 보고 꼭 영화 속 묵주로 활용하고 싶다고 까르띠에 측에 요청했습니다. 까르띠에는 ‘웨스 앤더슨 스타일’에 맞춘 새로운 디자인의 묵주로 화답했죠. 묵주는 크게 두 파트입니다. 십자가 펜던트는 장미 커팅 다이아몬드와 카보숑 컷 루비가 박힌 화이트 골드, 체인은 에메랄드 비즈와 다이아몬드, 그리고 5개의 루비로 완성했습니다. 스크린에서 눈에 띄도록 십자가는 약 5.5cm, 체인은 무려 78.5cm까지 규모를 키우기도 했죠. 하이 주얼리 피스라 칭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눈여겨볼 디테일은 ‘로즈 컷’입니다. 브릴리언트 컷처럼 날카롭게 반짝이기보다 퍼지는 빛을 담아내는 부드러운 방식의 커팅이죠. 촛불처럼 잔잔한 조명을 받았을 때 은은하게 빛나도록 설계된 고전적 스타일로 빅토리아 시대에 사랑받았습니다. 까르띠에가 웨스 앤더슨의 빈티지한 스타일을 잘 캐치한 거죠.
물론 수녀가 보석으로 장식한 묵주를 들고 다닌다는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웨스 앤더슨이 만든 고유한 세계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죠. 가장 작고 섬세한 묵주를 쌓아 올린 치밀함이 있으니까요. 수녀 리즐은, 그리고 영화 <페니키안 스킴>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요? <보그> 오디언스라면 그 치밀한 세계를 누구보다 잘 즐길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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