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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성격은 왜 오해받을까?

2025.11.14

내성적인 성격은 왜 오해받을까?

@moonandparis

소음 속에서 잃어버린 사색의 시간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샬롯은 창가에 앉아 도쿄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봅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바라볼 뿐입니다. 소음과 과잉 연결, 과시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이런 침묵은 거의 저항처럼 느껴집니다. 어쩌면 이 영화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겁니다. 이미 20년 전, 말 대신 사색의 힘을 보여주었으니까요.

우리 사회는 겉모습, 속도, 성과 등 눈에 보이는 모습을 지나치게 중시합니다. 이 끝없는 소음 속에서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내성적인 사람들, 즉 조용히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기 위해 멈추고,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잃습니다. 그들은 종종 ‘소심하다’, ‘존재감이 없다’라는 평가를 받곤 하죠.

@oliviarodrigo

“지금의 사회는 우리 스스로 돌아보게 하지 않습니다.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죠. 모든 것이 자극적이고, 즐거워야만 한다는 강박 속에서 우리는 계속 자극만 추구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자 부에나벤투라 델 차르코(Buenaventura del Charco)는 말합니다.

이런 과잉 자극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멈추는 법을 잊고, 침묵은 불안의 신호로 여겨지며, 약속 없는 금요일 밤은 휴식이 아닌 외로움으로 해석됩니다. 지금의 사회는 외향적인 사람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합니다. 사람들과 거침없이 어울리고, 침묵을 불편해하는 사람들 말이죠. 그렇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사회적 틀에 억지로 맞출 때 생기는 피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내성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신중함과 사려 깊음, 감정 조절력 같은 본질적인 덕목은 과소평가되고, 때론 답답함으로 오해받습니다. <콰이어트(Quiet: The Power of Introverts in a World That Can’t Stop Talking)>의 작가 수전 케인(Susan Cain)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사회는 외향적인 성격을 높이 평가합니다. 자신감과 사교성이 모든 것을 압도하죠. 반면 침묵의 힘은 외면받고 있어요.”

@oliviarodrigo
@oliviarodrigo

그래서 내성적인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연기를 합니다. 실제 성격보다 더 사교적인 척하고,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며,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억지로 모임에 나갑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큽니다. 고요를 갈망하는 마음을 억누른 채 끝없는 자극에 자신을 밀어넣으면, 정서적 피로와 불안이 깊어질 수밖에 없죠. 델 차르코는 이렇게 말합니다.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외향적인 사람들에게 ‘조용히 있어라’, ‘눈에 띄지 마라’, ‘존재감을 드러내지 마라’라고 강요한다면요? 아마 그것은 그들에게 고통으로 다가갈 겁니다.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조용함은 왜 오해받을까

어릴 적부터 우리는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라’, ‘수업 시간에 손 들어라’, ‘더 큰 소리로 말해라’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소심한 아이’, ‘뭔가 부족한 사람’,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낙인찍히죠. 델 차르코는 회상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내성적인 사람들을 너드(Nerd)로 취급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다를 뿐,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배우 킬리언 머피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의 카리스마는 조용함에서 비롯됩니다. 인터뷰에서 종종 ‘내성적이다’, ‘차갑다’라는 오해를 받지만, 오히려 절제된 태도가 그를 더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심리학자 일레인 N. 애런(Elaine N. Aron)은 이렇게 말합니다. “민감하거나 내성적인 사람은 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더 예민하게 세상을 느끼고, 감정의 흐름에 쉽게 공감할 뿐이에요.”

@rosalia.vt

사회적 압박은 우리를 지치게 한다

지금 우리의 삶은 SNS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항상 행복해 보여야 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아야만 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죠.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이런 세상은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천천히 사는 삶 혹은 침착한 태도는 게으름으로 오해받으니까요.

2023년 미국심리학회(APA)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62%가 회의나 모임 후 심리적 피로를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사람들과의 대면 교류가 많을수록 피로감은 더 커졌습니다. 재택근무와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시대, 물리적 거리는 유연해졌지만 심리적 거리는 오히려 더 좁아졌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압박, 항상 적극적인 반응을 얻어야 한다는 기대는 우리를 지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matildadjerf
@matildadjerf

내성적인 사람들의 조용한 힘

내성적인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고, 타인의 말에 귀를 귀울이며, 절제할 줄 압니다. 그들의 강점은 화려한 말이나 눈에 띄는 행동이 아니라, 세심한 관찰력과 성찰의 깊이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향성과 외향성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살아갈 자유를 인정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사회적 성공을 친구 수나 팔로어 수 혹은 모임 개수로 측정하지 않고, 진심으로 이어진 관계의 질로 바라본다면 세상은 훨씬 너그러워질 것입니다. 영화 <Her>에서 주인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대화를 통해 사랑을 느낍니다. 이는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우리 각자의 내면세계가 지닌 힘을 상징하죠. 그 조용한 세계 안에서 우리는 충분히 평화롭고 온전해질 수 있습니다.

@moonandparis

결국 중요한 건 타인의 기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리듬에 맞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자신을 억누르지 않고, 조용함 속에서도 자신답게 존재할 때 우리는 진짜 평화를 느낍니다. 내성적인 사람들이 말이 없다고 해서, 마음까지 닫혀 있는 것은 아닙니다.

Marichu del Amo
사진
Instagram
출처
www.vogu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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