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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인간’은 왜 ‘온라인 인간’보다 더 매력적일까요?

2025.08.08

‘오프라인 인간’은 왜 ‘온라인 인간’보다 더 매력적일까요?

@kelseymerritt

“그러니까,” 저는 말을 이어가며 구운 감자 두 개에 올리브 오일을 바른 뒤 소금을 뿌렸습니다. “걸 디너(Girl Dinner)가 뭐냐면 말이지, 방울토마토나 오이, 올리브같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접시에 예쁘게 올려 사진을 찍은 뒤 식사하는 거야. 왜 그런 걸 하냐면… 여자들도 하루가 끝났을 때 작은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입 밖으로 말을 꺼내고 나서 굉장히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럼에도 제 파트너는 경청했죠. 저는 말을 계속했습니다. “물론 이건 디너가 아니야.” 파트너가 헷갈릴까 봐 덧붙였죠. “그냥 ‘정상적’인 저녁 식사야.”

저와 파트너에게는 종종 있는 일입니다. 저는 파트너가 잘 모를 법한 인터넷 세상 속 유행어나 밈(Meme), 쓸모없는 논쟁 등을 설명해주거든요. 예를 들면 네포 베이비(Nepo Babies, 금수저), 코어코어(CoreCore, 음울한 음악과 비전문적이고 빠른 편집 방식을 결합해 현대인의 허무함과 외로움을 표현한 짧은 틱톡 영상), 그리고 미국인과 영국인이 서로의 줄임말을 이해하지 못해 분노한 사건 같은 것들이죠.

파트너는 잘 들어줍니다. 사실 그녀는 “요즘 인터넷 세상에서 어떤 이야기가 화두인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말도 안 되는 맥락과 흐름의 온라인 사건에 대해서는 크게 설명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 주제의 대화는 제 나름의 리트머스지 역할을 하죠. 내가 지금 말하는 게 너무 우스꽝스럽게 들리진 않나? 애초에 내가 온라인에서만 화제일 주제에 너무 휘말려 있었나? ‘현생’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닐까?

올해 초 데이팅 앱 힌지(Hinge)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3%의 사람들이 상대와 유머 코드가 맞는지 밈을 통해 확인한다고 응답했습니다. 60%는 데이트를 하기 전 ‘밈 유머’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고요. 힌지는 밈이 이제 여섯 번째 ‘사랑의 언어’로 부상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존의 다섯 가지는 스킨십, 인정의 말, 함께 보내는 시간, 헌신, 그리고 선물 받기였는데 여기에 한 가지가 추가된 것이죠.

하지만 저는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어떤 밈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좋은 신호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사람은 당신만큼 인터넷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제 파트너가 그 예시입니다. 사실 그녀가 완벽한 ‘오프라인 인간’은 아닙니다. 그녀는 블록체인, 트위치, 가상현실 플랫폼 등에 대해 저보다 훨씬 잘 알고, ‘인터넷의 분산화(Decentralising the Internet)’ 같은 개념에도 굉장히 밝습니다. 하지만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벌어지는 이상하고 의미 없는 대화나, 하루이틀 돌다 사라지는 ‘짤’이나 밈에는 전혀 관심이 없죠. 애초에 그녀의 스마트폰에는 SNS 앱 자체가 없어요. 그녀는 스마트폰을 문자 보내고 전화하는 용도로만 쓰거든요.

@kelseymerritt

저는 파트너의 그런 점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닌 듯합니다. 얼마 전 있었던 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한 남자를 알게 됐는데, 그에 대해 확신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구형 피처폰을 꺼내 버튼을 눌러가며 문자 보내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죠. “오프라인 남자한테는 뭔가 섹시한 면이 있어.” 그녀가 제게 한 말입니다. “반대로 너무 온라인에 빠져 있는 남자는… 별로지 않아?”

물론 제 말은 ‘내로남불’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온라인이 그렇게 싫으면서 왜 매일 상주하냐고요? 제가 온라인에 매력을 덜 느끼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제가 너무나도 온라인에 잠식된 인간이기 때문일 겁니다.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중독된 부분도 있거든요. 그런 제게는 ‘현생’만을 사는 오프라인 인간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거죠. 마치 지나치게 활발한 사람이 차분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처럼, 반대가 끌리는 겁니다.

반대의 조합은 서로의 삶을 균형 있게 만들어줍니다. 각자의 세계 밖에도 뭔가가 있음을 일깨워주면서 말이죠. 저 역시 앞으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온라인에서 점점 멀어져야 할 겁니다. 언젠가 완전히 로그아웃할 계획이기도 하고요. 그런 제게는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딛고 선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오프라인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켜주니까요.

만약 둘 다 ‘온라인 인간’이라면 그만한 결속감도 없을 겁니다. ‘밈 유머’가 잘 맞는다는 전제 아래에서 말이죠. 만약 상대가 계속 웃기지도 않고, 오히려 불쾌한 밈만 보낸다면 어떨까요? 깊은 대화를 하지 않았어도 안 맞는 사람임을 느낄 거예요. 그중에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안 맞는 온라인 인간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감각’이 부족하다고 평가하죠.

극단적인 온라인 인간도 문제지만, 그 정도로 온라인 인간이면서 감각까지 없는 건 더 큰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일론 머스크일 겁니다. 아마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의 ‘온라인 인간’일 텐데, 희한하게도 그가 쓰는 은 하나같이 2016년에나 유행했을 것 같은 느낌이잖아요. 그의 온라인 감각은 그를 더욱 ‘없어 보이게’ 만들죠.

@kelseymerritt

반대로 온라인 감각이 차고 넘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몇 년 전 저는 재치 있고 똑똑한 여성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녀의 온라인 페르소나는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 같았습니다. 그녀가 고르는 밈은 기이하면서도 탁월했고, 인스타그램 감성은 기묘하면서도 위트가 넘쳤죠. 어쩌면 그녀는 제 온라인 감각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네요. 생각 없이 그녀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거든요. “왜 아무도 이 트윗에 좋아요 안 눌렀지? 재미있지 않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스마트폰을 보여주자 그녀가 심드렁하게 대답했습니다. “글쎄… 리듬이 좀 어긋났달까….” 결국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잘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녀가 얼마나 유쾌한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그녀의 유머가 온라인에서 얼마나 독특하게 구현되었는지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온라인 감성을 공유하며 느끼는 즐거움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걸 초월한 저와 파트너의 일상이 더 행복합니다. 그녀가 ‘물샤워는 샤워냐 아니냐’ 같은 논쟁에 전혀 관심 없는 것도 좋고, 가끔 “우리 틱톡 같이 볼까?”라고 물어보는 것도 귀엽거든요(그녀의 폰에는 틱톡 앱이 없어요!).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은 대부분 아주 단순하고 현실적인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정원에서 함께 담배를 피울 때, 해 질 무렵 야생 마늘을 채취할 때, 슈퍼에서 장을 보다 말고 손을 잡을 때처럼 말이죠. 인터넷은 언제나 온통 소음으로 가득 차 있고, 모두가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아우성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에 함께 발 붙이고 있을 때, 그 모든 소음은 조용히 잦아듭니다. 마치 세상에 없는 일처럼 말이죠.

김현유

김현유

프리랜스 에디터

세상사에 호기심이 많은 프리랜스 에디터입니다. 패션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 분석에 관심이 많습니다. <에스콰이어 코리아>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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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y Jones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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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vogu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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