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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조용하고 가장 럭셔리한 셔츠, 샤르베

2026.05.12

  • VOGUE

가장 조용하고 가장 럭셔리한 셔츠, 샤르베

프랑스 셔츠메이커 샤르베는 어느 때보다 주목받지만, 정작 브랜드를 설립하고 일궈온 가족은 눈에 띄지 않으려 애쓴다.

단순한 협업이 아니다. 샤르베와 샤넬의 ‘대화(Conversation)’가 만들어낸 셔츠를 입은 모델 알렉스 콘사니(Alex Consani)의 모습. 사진가 카스 버드(Cass Bird)가 촬영했다.

“우리 고객이 전통을 반복하고 있다고 여긴다면 그건 오해입니다.” 188년 역사를 지닌 프랑스 셔츠 제작사 샤르베(Charvet)를 여동생 안 마리 콜방(Anne-Marie Colban)과 함께 운영 중인 장 클로드 콜방(Jean-Claude Colban)이 말했다. 비록 둘은 이런 표현을 싫어하겠지만, 이 유서 깊은 브랜드는 요즘 같은 시대에 다소 이례적인 존재다. 약 6,000가지 원단으로 맞춤 셔츠를 만들거나 128가지 색상의 스웨이드 슬리퍼를 주문할 수 있지만, 이커머스 플랫폼도, 카탈로그도 없어 파리 방돔 광장 28번지에 위치한 7층 규모의 매장 외에는 구입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두 번째 매장이나 온라인 판매, 혹은 다른 어떤 현대적인 방식을 도입할 계획도 전무하다. 신제품 출시를 위한 마케팅이나 기념행사 같은 것도 없다. 그럼에도 샤르베는 지금 어느 때보다 큰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필기체로 샤르베라고 적힌 흰색 쇼핑백은 샤를 드골 공항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항공편의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 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내가 1월에 방문했을 때는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자신의 첫 샤넬 컬렉션을 위해 디자인한 샤르베 셔츠가 곧 매장에 출시될 예정이었다. 4,000달러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과 별개로, 한 벌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억세게 운이 좋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샤르베의 마법이자 신비로움이다. 그들의 방식에 맞춰 다가가야 한다.

콜방 남매는 부드러운 말투로 장난기 어린 건조한 유머를 즐긴다. “샤르베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묻는다면, 우리는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어요.” 장 클로드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꺼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샤르베는 나폴레옹의 개인 재단사의 아들 조제프 크리스토프 샤르베(Joseph-Christophe Charvet)가 1838년에 설립했다. 당시 세계 최초의 셔츠 전문 매장으로, 줄자 발명과 기성복 보급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 이후 원단 공급업자였던 장 클로드와 안 마리의 아버지 드니 콜방(Denis Colban)이 1960년대 중반 샤르베 후손에게서 이 회사를 인수했다. 그 후 샤르베는 콜방의 가업으로 이어졌다. 은행에서 일하던 장 클로드는 지금 위치로 매장을 이전하던 시기인 1980년대 초반에 합류했고, 안 마리는 건축가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가족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1994년 작고하기 전까지 5층 사무실에서 일했으며,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 역시 그곳에 사무실이 있었다. “여기가 바로 우리의 공간입니다.” 안 마리는 이 건물이 일터라기보다 집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것이 또 다른 매장을 여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샤르베는 파리와 프랑스 중부 앵드르 지역 근처 공방 등에 약 1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방돔 광장 매장은 까르띠에 부티크나 리츠 호텔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 무리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샤르베 매장 1층은 고요하다. 음악도 없고, 조명도 은은하다. 정장을 입은 몇몇 판매 직원은 언제든 도울 준비가 되어 있지만, 누구도 포켓 스퀘어 더미나 주얼 컬러의 캐시미어 스카프, 19세기 후반에 개발한 실크 니트 소재의 타이와 벨트를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다.

신용카드 단말기 외에는 눈에 띄는 기술 장비가 하나도 없다. 고객 치수부터 전화로 접수된 주문까지, 전부 손으로 직접 써서 기록한다. 어떤 형태든 맞춤 제작을 원한다면 반드시 전화하거나 이메일로 예약해야 하니, 어딘가에 컴퓨터 한 대는 있는 게 분명하다.

콜방 남매가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절제된 표현일 정도다. “우리는 많은 제안을 거절하는 편입니다.” 장 클로드가 말했다. 남매는 책과 샴페인병 모양의 샤르베 전용 세제 같은 기념품으로 채워진 아버지 사무실의 가죽 의자에 앉아 있다. 그들은 대부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며, 사생활에 대해서도 거의 얘기하지 않는다(며칠 동안 내가 알아낸 것은 장 클로드에게 언젠가 이곳에서 함께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 아들이 한 명 있다는 것과 안 마리가 파리 좌안 어딘가에 산다는 것 정도다).

과거든 현재든, 유명한 고객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꺼렸다. “누군가를 편애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원치 않습니다.” 디자인을 담당하는 장 클로드가 말했다. “그들을 위해 셔츠 만드는 걸 즐길 뿐이죠.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관계니까요.” 고객 관리를 담당하는 안 마리가 덧붙였다.

돈과 권력을 지닌 사람들은 오랫동안 샤르베에서 셔츠를 맞췄다. 술탄, 파샤 등 이슬람과 중동의 귀족과 왕족은 물론 샤를 드골, 존 F. 케네디, 프랑수아 미테랑, 윈스턴 처칠 같은 국가원수들 역시 고객이었다. 계급과 부의 전형적인 경계를 허문 창작자와도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에밀 졸라, 샤를 보들레르, 로베르 드 몽테스키우, 마르셀 프루스트, 장 콕토, 세르주 갱스부르, 이브 생 로랑, 그리고 최근에는 소피아 코폴라와 그녀의 남편 토마스 마스, 데이비드 베컴까지 포함한다. 클로에 세비니는 샤르베 슬리퍼를 신고 촬영한 적 있으며, 더 로우는 비슷한 디자인을 자체 제작하기 전에는 이 슬리퍼를 판매했다. 맨해튼에서 고급 식료품점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엘리 자바르(Eli Zabar)는 샤르베에서 속옷을 맞추는데, 안 마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는 언제나 셔츠를 두 벌씩 겹쳐 입어요.”

그들이 고객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는 로고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서리에 브랜드명을 눈에 띄게 넣는 것은 정말 좋아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장 클로드가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샤르베 제품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형태나 색으로 알 수 있죠. 디테일로도요. 물론 그런 요소는 알아보게 하기 위해 있는 건 아닙니다.”

샤르베의 철학은 신중함이지만, 그렇다고 옷이 단조로운 건 아니다. “셔츠에 아주 단순한 단색 줄무늬를 사용하면서, 뭔가 독특한 것을 원하는 고객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마주할 때가 있죠. 어떻게 하면 간결하면서도 눈에 띌 정도로 색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요?” 장 클로드가 물었다. “흥미로운 도전이죠. 때로는 약간의 불규칙성을 가미해 작은 감성을 담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예리한 안목이 필요하지만요.”

우리는 건물의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거의 공개된 적 없는 6층 쇼룸으로 향했다. 새로운 원단과 패턴 샘플을 보관하는 곳이다. 장 클로드는 선반에서 흰색 바탕에 파란 줄무늬가 들어간 평범해 보이는 셔츠를 꺼내 들었다. “여기 보세요, 옅은 파란색이 약간의 그림자를 만들어내면서 비대칭을 이루죠.” 그가 파란 줄무늬 바로 옆에 간격을 두고 배치된 미묘한 색을 가리켰다. “한결 흥미로워집니다. 서로 다른 파란색을 함께 사용해 약간의 입체적인 부조감을 더하는 거죠.” 특정 컬러나 패턴이 단종되면 콜방 남매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공급업체에선 합리적으로 대처하죠. 하지만 우리는 이성적인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혀요.” 장 클로드가 말했다.

샤르베는 지난 두 세기 동안 남자들의 옷 입는 방식과 함께 진화해왔다. “50년 전을 돌아보면, 우리 사업에서 맞춤 제작 비중이 훨씬 컸습니다.” 과거엔 셔츠뿐 아니라 넥타이와 보타이까지도 개인 취향에 따라 맞춤 제작했지만, 이제 대부분 기성품으로 대체되었다. 예전에는 모자와 여행 가방도 만들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콜방 남매는 장갑을 다시 만들 가능성을 검토 중이지만, 슈즈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1980년대 어느 시점에 그들은 샤르베라는 이름으로 초콜릿을 만들기도 했다. 고객이 가장 꿈꾸는 제품은 샤르베의 침대 시트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침대 시트를 만들 수 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장 클로드가 솔직하게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매우 넓은 폭의 직조기가 필요했고, 침대 리넨을 만들 수 있는 커다란 원단을 생산하는 공장 중에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품질을 충족하는 곳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든 실패 가능성에 완전히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명성에 해가 되거나 고객의 신뢰를 저버릴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들은 현재 실크 소재 샤르베 베레모를 작업 중이다.

콜방 남매는 대기업의 인수 제안을 거부해왔다. 브랜드가 가진 개성이 에르메스처럼 글로벌한 방식으로 퍼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사업 확장에 관심이 없다는 건 오히려 이들을 더 돋보이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창의적인 영역을 넓히는 시도를 꺼린다는 뜻은 아니다.

왜 샤넬과의 협업에는 동의했는지 궁금했다. “모르는 사람이 두 브랜드 이름을 붙인 티셔츠를 만들겠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들고 온 게 아니었으니까요.” 장 클로드가 답했다. “어떤 일은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문화적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반면에 또 어떤 것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억지로 만들어지기도 하죠.” 두 브랜드는 이를 두고 협업이 아니라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의 대화라고 부른다. 블라지는 코코 샤넬의 연인이자 실제 샤르베 고객이었던 보이 카펠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들을 찾아왔다. 블라지는 남자 친구의 옷을 입은 샤넬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녀는 1929년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의 발레 작품 ‘아폴로 뮈자제트(Apollon Musagète)’ 무대의상을 디자인할 때 샤르베 타이를 튜닉 위에 두른 벨트로 활용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도 개연성이 있습니다.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거죠.” 장 클로드가 강조했다.

맞춤 셔츠를 제작하는 2층은 매장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수천 개에 달하는 원단 롤 더미(대부분 스위스와 이탈리아산이며, 일부는 일본에서 가져왔다)가 색과 패턴에 따라 대략적으로 구분되어 있어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내가 치수를 재던 날, 독일어를 사용하는 중년 커플이 각각 다섯 벌씩 맞춤 파자마를 만들기 위해 원단을 고르고 있었다.

이곳은 기이함과 환상으로 가득한 궁전이다. 옷걸이에 걸린 기성복 셔츠는 최소 500달러, 완전 맞춤 셔츠는 900달러쯤 한다. 셔츠 한 벌을 주문하려면 치수를 재고 원단을 고르는 데 1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모든 선택을 단번에 할 수 있는 사람의 경우다. 빨리 결정하지 못하면 훨씬 더 오래 걸린다. 가장 단순한 흰색 셔츠라 해도, 이곳에는 100가지 색조, 400가지 질감과 직조 방식이 존재한다.

두 명의 여성 직원이 나를 담당했다. 한 명은 치수를 재고, 다른 한 명은 여러 선택지를 보여주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저 셔츠 길이만 맞추는 것이 아니다. 밑단을 둥글게 처리할지 직선으로 할지, 어떤 색의 자개 단추를 원하는지, 앞면에 비브(Bib) 디테일을 넣을지, 이니셜을 새길지까지 세세하게 확인했다. 또 매일 시계를 착용한다면 시계 두께는 어느 정도인지, 어느 손목에 착용하는지도 물었다. 보통 시계 착용을 고려해 0.5cm 정도 여유를 두기 때문이다. 피팅 룸 벽에는 다양한 칼라와 커프스 샘플이 전시되어 있다. 이제 막 문을 연 테일러 숍처럼 완벽하고 새것 같다기보다는, 생활감이 느껴지고 미완성처럼 보였다. 안 마리가 다가와 볼을 맞대며 인사를 건넨 뒤, 내게는 여성용 셔츠보다 남성용 셔츠가 더 잘 어울린다고 정중하게 조언했다.

이들의 강점 중 하나는 경험이 풍부한 판매 직원이 고객의 관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는 점이다. 나는 거의 흰색이나 회색으로 보일 정도로 아주 연한 라벤더색 셔츠를 원했다. 원단 담당인 레베카(Rebecca)는 언뜻 보기에 전부 같아 보이는 여섯 가지 코튼 원단을 찾아왔다. 하나씩 내게 대보자 어떤 것은 색감이 너무 따뜻하고, 어떤 것은 조금 더 보라색에 가깝고, 어떤 것은 광택이 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중 하나가 딱 적당해 보였다. 나는 버튼을 채울 수 있는 프렌치 커프스와 클래식 칼라, 비브 디테일을 추가해 턱시도 셔츠의 캐주얼한 버전을 완성했다. 늘 원했지만 한 번도 찾지 못한 바로 그 디자인이다.

나는 전형적인 타입의 고객이었고, 콜방 남매가 마케팅 없이도 새로운 고객을 꾸준히 확보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고객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합니다. 그것이 이 제안이 지닌 진짜 가치죠.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거예요.” 장 클로드가 자신 있게 말했다. 나는 약 3개월 뒤 샤르베에서 주문한 첫 맞춤 셔츠가 완성됐다는 이메일을 받게 될 것이다(샤르베의 주문은 독촉할 수 없다). “이 과정을 통해 시간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많은 것이 바뀔수록 더 오래 유지되는 것도 있기 마련이죠.” VK

필자 마리사 멜처(Marisa Meltzer)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뉴욕 타임스> <뉴요커> <가디언> <보그> <베니티 페어> <뉴욕 매거진>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한다. 경험을 통한 날카로운 시선과 위트 있는 표현으로 현대 여성 문화를 해석한다.

    Marisa Meltzer
    사진
    Cass Bird
    모델
    Alex Consani
    스타일리스트
    Heathermary Jackson
    헤어
    Sabrina Szin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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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uko Tsuchiha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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