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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의 탐구 정신_보그 런웨이

2026.03.20

로에베의 탐구 정신_보그 런웨이

손에 쥐는 모든 것이 탐구 대상이 될 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가죽 소재를 활용한 실험, 전임자 조나단 앤더슨의 장난기 넘치는 디자인, 그리고 잭 & 라자로 듀오가 미국에서 수련하며 갈고닦은 ‘팝한 감성’을 더해 완성한 ‘뉴 로에베’!

귀가 축 늘어진 개, 활기 넘치는 돌고래, 동그랗고 처진 눈의 조개. 아티스트 코지마 폰 보닌(Cosima von Bonin)의 손길에서 탄생한 이 동물 작품이 로에베(Loewe)에서 관객을 반겼다. 이 작품들은 잭 맥콜로(Jack McCollough)와 라자로 에르난데스(Lazaro Hernandez)가 새롭게 이끌고 있는 로에베에 대한 모든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미국 출신인 이 디자이너들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지난 시즌 선보인 컬러풀하고 창의적인 데뷔 무대에 이어, 이번에는 더 실험적인 가을 컬렉션을 공개했다.

뉴욕에서 활동했던 이 듀오에게 정교한 작업은 늘 핵심이었다. 그런 점은 스페인의 가죽 제품 공방으로 시작해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 변모해온 로에베에서도 마찬가지다. 맥콜로와 에르난데스는 가죽 이상을 고려하고 세련된 하이테크 감각을 실험하고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3D 프린팅과 라텍스로 구현된 슬립 드레스였다. 이 의상에 더해진 레이스 끝단, 가슴 중앙에 부착된 리본, 작은 구멍 패턴 니트 등의 디테일은 아주 입체적이었다. 앞쪽에 지퍼가 달린 후드 코트 역시 라텍스로 만들었지만 물풍선처럼 매끄럽게 런웨이를 따라 움직였다.

‘물’ 테마가 이어졌다. 공기로 빵빵한 고무보트로 만든 듯한 스포티한 파카는 비유적으로나 문자 그대로 패션쇼 분위기를 한껏 띄워놓았다. 실제로 바다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들의 스튜디오에는 랍스터 집게발 모양의 장난기 넘치는 공기 펌프가 놓여 있었다. 육지 생활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또 다른 옵션이 있었다. 테일러드 울 코트에 잔뜩 부푼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었고, 스커트는 수영장용 튜브 같은 것으로 과장되게 표현했다. 맥콜로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작 과정의 즐거움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더 전통적인 소재도 탐구했다. 그들이 지난 시즌 선보인 벨 모양 재킷은 짧게 깎아 염색한 후 브러싱한 양털 소재로 재탄생되었다. 골이 넓은 코듀로이 또한 양털 소재로 제작했다. 복슬복슬한 술 장식이 달린 이브닝용 홀터넥 드레스 두 벌은 모델들이 추위를 막으려는 듯 팔을 드레스 안으로 집어넣을 만큼 넉넉한 핏이었다. 다른 파티용 드레스 몇 벌은 낮에 착용한 셔츠의 섬세한 꽃무늬를 새긴 긴 구슬 고리로 만들었고, 여성이 립스틱이나 열쇠 등을 넣을 수 있는 포켓이 가슴 아래쪽에 부착된 듯했다.

오늘 그들은 처음으로 남성복 디자인을 선보였다. 침착한 손길이 돋보이는 옷이었다. 남성용 루스 핏 타이츠를 제외하고는, 성별에 관계없이 그들의 아이디어를 즐길 법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화려한 울트라 마린 색상의 심플한 면 소재로 만든 무지 파카였다. 6월에 공개될 첫 남성 슈즈 컬렉션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제 런웨이와 일상의 괴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그들은 이미 로에베만의 방식을 빠르게 구축해나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VK

손기호

손기호

패션 에디터

패션은 본능적으로 즐기는 것이지만, 때로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믿는 ‘올드 패션드’ 패션 에디터입니다. <보그>는 패션을 만끽하는 방법과 해석하는 방향을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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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COLE PHELPS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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