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레이디 구찌, 가가

2021.12.01

by 황혜영

    레이디 구찌, 가가

    Gaga in Gucci

    지난여름 우리는 곧 개봉 예정인 <House of Gucci>의 트위터 계정이 공개한 게시물을 통해 그 악명 높은
    파트리치아 레지아니(Patrizia Reggiani) 역을 맡아 싸늘한 버건디색 입술, 구두약처럼 검고 수플레처럼 부풀어 오른 머리를 한 레이디 가가의 모습을 처음 봤다. 그녀는 구찌의 아이코닉한 캔버스 모노그램 패턴의 레더 트리밍 튜닉에 밍크 코트를 입고 있었다. 요약하자면, 그녀는 레지아니가 1995년 청부 살인 업자를 고용해 본인의 남편이자 구찌 가문의 상속자였던 마우리치오 구찌(Maurizio Gucci, 아담 드라이버가 배역을 맡았다)를 살해하기 전까지의 스타일을 완벽히 구현했다(언젠가 한 기자가 그녀에게 왜 직접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냐고 묻자 레지아니는 “저는 시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 한 방에 명중시킬 자신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실화라는 사실을 믿기 힘든 이 영화는 리들리 스콧이 총감독을 맡았고,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에 그 특유의 괴짜 같은 시크함을 전파하기 훨씬 전, 그리고 톰 포드가 그룹을 되살리기 조금 전인 199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다. 그 당시 구찌는 과다한 노출로 빛을 잃은 상태였다. 코스튬 디자이너 잔티 예이츠(Janty Yates)는 이렇게 말한다. “이베이와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럭셔리 중고 거래 플랫폼)를 통해 엄청난 양의 구찌 의류를 구입해 마네킹으로 모델링을 하고 리들리에게 보여줬습니다.” 그런 뒤 레이디 가가가 등장해 판돈을 훨씬 올렸다고 덧붙였다(예이츠에 따르면, 피팅은 때때로 5시간까지 소요됐다). 자신이 맡은 배역을 연기하며 가가는 의도적으로 로맨스가 결여된 이탤리언 악센트를 사용하고, 박시한 골드 버튼 장식의 파워 드레스와 푸시 보우 블라우스(Pussy Bow Blouse, 큰 나비 리본 장식이 달린 블라우스)를 입고 등장한다.

    그녀의 의상은 빈티지와 당시에 유행하던 의류의 완벽한 혼합이다. 의상 중에는 두 피스의 구찌 아카이브와(가문의 몇몇 인물과는 대조적으로 구찌 하우스는 영화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레이디 가가가 직접 대여한 은사슬 갑옷도 포함되었다. 잔티 역시 불가리, 부쉐론 같은 파인 주얼리 메종에 연락해 주얼리를 대여했다. 그녀는 코스튬 주얼리만으로는 영화의 느낌이 살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레지아니는 예전에 “롤스로이스 안에서 우는 것이 자전거를 타며 행복한 것보다 낫다”고 말한 적 있다). 레이디 가가의 이미지가 처음 공개되고 난 뒤, 해당 시대의 구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구찌는 심지어 1969년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아 같은 튜닉을 재판매했다. 온라인 빈티지 거래 플랫폼 쉬림튼 꾸뛰르(Shrimpton Couture)의 딜러 셰리 바크(Cherie Balch)는 “톰 포드 이전의 구찌는 찾기 매우 어렵습니다”라고도 말했다.

    우리가 진짜와 똑같은 ‘House of Gucci’ 룩을 완성하기 위해선 일종의 전략이 필요하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퍼스트딥스(1stDibs), 베스티에르(Vestiaire), 엣시(Etsy) 등에서는 수많은 1960~1990년대의 상징적인 구찌 호보 백과 뱀부 핸들 백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영감을 얻기 위해 밀라노의 구찌 본사에서 주기적으로 아카이브를 참조한다. 최근에 재판매된 다이애나 백과 해리 스타일스에 의해서도 사랑받고 있는 재키 백이 좋은 예다. 올봄 구찌의 100주년을 기념한 아리아 컬렉션 런웨이에서는 1966년 그레이스 켈리를 위해 디자인된 플로럴 프린트와 포드의 섹슈얼한 레드 벨벳 수트를 다시 선보였다. 레이디 가가의 활약이 더 큰 ‘빈티지 열풍’을 불러올까? 일단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에디터
      황혜영
      Lilah Ramzi
      Courtesy of
      House of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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