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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가 말하는 한 잔의 예술

2023.03.25

by 김나랑

    레이디 가가가 말하는 한 잔의 예술

    LA에서 샴페인 잔을 마주치며 만난 레이디 가가는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고향에서 평생 창작을 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할리우드의 펜트하우스. 레이디 가가가 민낯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편안한 실루엣의 감색 니트를 입고 나타났다. 금발 머리는 질끈 묶어 올렸다. “이 자리에 차려입고 와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아티스트니까 이런 모습으로 와야 한다고. 방금까지 곡을 만들다 왔다. 창작자로서 매일 오랜 시간 작업을 한다. 그러니까 이게 내 자아를 보여주는 차림이다. 다른 제작자,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레이디 가가는 한 손에 든 돔 페리뇽 샴페인을 홀짝이며 낮고 그윽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입가에는 항상 옅은 미소를 띠었고, 누군가 말을 걸면 그와 눈을 마주치며 밝게 웃었다. 이날 돔 페리뇽은 레이디 가가와의 협업 캠페인을 공개했다. 이들의 인연은 2021년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8 리미티드 에디션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캠페인은 ‘하나의 의도, 하나의 움직임’을 추구한다. 전통과 현대, 아늑한 친밀감과 과장된 움직임, 그림자와 빛, 돔 페리뇽의 예술과 음악, 춤의 밀접함을 드러낸다. 흑백의 캠페인 영상에서 압권은 7세기에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 설립된 생피에르 오빌레 수도원에서 펼쳐지는 군무다. 레이디 가가의 피아노에 맞춰 댄서들이 흔들리는 잔의 샴페인처럼 유연하게 움직인다. 안무는 세계적인 안무가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Sidi Larbi Cherkaoui)가 맡았고, 영상은 우드키드(Woodkid)가 연출했다. 캠페인 사진은 마리오 소렌티가 촬영했다. 돔 페리뇽의 셰프 드 카브인 뱅상 샤프롱(Vincent Chaperon)은 레이디 가가와의 협업을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와 협업을 하면 자신의 역사를 더 잘 알게 된다. 이번에도 그랬다. 레이디 가가는 그 자체로 르네상스다. 그녀는 우리가 어떤 브랜드이며 무엇을 지향하는지 이해하고 혁신적인 미학을 제시했다. 우리 둘 다 창의성이 곧 전부이기에 깊이 통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돔 페리뇽 2013으로 채운 파티가 열렸다. 레이디 가가는 킬 힐에 아찔한 아이라인을 그린 화려한 아티스트로 돌아와 디제잉을 하며 샴페인의 버블을 더블로 만들었다.

    돔 페리뇽과 협업을 결정한 이유는? 많은 스타가 특정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이 트렌드지만, 나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 돔 페리뇽의 역사에 감동받고 그들의 비전에 공감하기에 가능했다. 바로 ‘창조’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다. 그들은 캠페인에 함께할 내 예술가 친구들도 포용했다. 역시 통하는 사람들과 뭔가를 창조해내는 과정은 정말이지 즐거웠다.

    오늘만 해도 ‘창작을 위한 노력’을 여러 번 강조했다. 대충 하는 노력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이고 이미지를 조사하고 영상을 여러 편 보고 시를 비롯해 책을 읽고 혁신적인 사고를 갖도록 스스로 끊임없이 대화한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면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알다시피 요즘은 예술이 너무 흔해졌다. 이번 캠페인은 내게 그런 의미다. 예술을 사명으로 삼은 돔 페리뇽과 나에 관한 이야기다. 오늘 역시 하루 종일 일하다가 왔다. 창작은 일종의 특권이기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어떤 이는 간절히 원해도 가질 수 없다. 그러니 더 감사해야 한다.

    돔 페리뇽 캠페인의 특징은 무엇인가? 첫 번째 협업이 환상에 관한 것이라면, 두 번째는 자기 성찰의 면모가 강하며 감정과 창조의 특별함을 이야기한다. 캠페인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거칠고 대담해 보이면서도 인간적이고 소박하며 사랑스럽기도 하다. 예술을 창조할 때 꼭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 무엇이든 창조하는 행위 자체가 특별하다.

    퍼포머이자 배우이고 작가이기도 한 당신의 창의적인 사고 과정이 궁금하다. 특히 맛과 분위기를 전해야 하는 샴페인 캠페인 작업은 다를 것 같은데?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지만 다중적인 작업을 즐기는 편이다. 프로젝트마다 시작점은 다르다. 혼자 작업할 때도 있고, 누군가와 상의할 때도 있고, 시집이나 책을 집어 들거나 피아노를 칠 때도 있다. 때론 머릿속에 떠오르는 멜로디를 소리 내 부르고, 어떨 땐 바로 피아노 앞으로 달려가 녹음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도 좋아해서 “어떻게 생각해? “잠시 시간 좀 내줘”라며 질문을 퍼붓는다. 협업할 때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지 않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려 한다. 피드백을 반영하고 생각과 생각을 맞서게 해야 한다.

    캠페인 영상의 글램 룩과 안무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받았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궁금하다. 우드키드 감독과의 작업은 정말 즐거웠다. 나의 예술관이기도 한 ‘자아 성찰’이라는 개념을 영상에 담고 싶었다. 특히 ‘반영하기’를 즐긴다. 반영은 억지로 만들거나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며 자신을 뒤돌아보는 것이다. 캠페인 영상에 이런 예술적인 시선을 제시한다니 설렜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작업하고, 우리가 말하고 싶은 바를 의논하면서 관객에게 전달하게 만드는 모든 과정이 좋았다. 혼자 일하면 편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음악과 안무에 어떻게 참여했나? 영상에서 내가 춘 춤은 즉흥적으로 직접 창작한 동작이다. 평생을 춤추며 안무를 공부했지만 이런 스타일의 동작은 처음이었다. 돔 페리뇽 팀도 놀랐을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패션은 여동생 나탈리 제르마노타(Natali Germanotta)가 만든 보디수트다. 마리오 소렌티와 촬영한 캠페인 사진에도 나오는데, 캠페인 영상에서는 살짝 잘라 셔츠 위에 톱처럼 착용했다. 창작이란 우리가 무엇을 입는지,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느끼는지에 관해 탄탄하게 구성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캠페인 전체는 예술가로서 우리에 대한 탐구 그 자체를 담고 있다. 아이디어, 영감, 상상력, 상징적인 순간, 아이코닉한 샴페인처럼 뭔가를 창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표현하고자 했다.

    영상 감독을 직접 선정했다. 지난 캠페인의 닉 나이트에 이어 이번에 우드키드와 함께한 이유는? 늘 다양한 아티스트와 일하고 싶다. 우드키드는 놀랍도록 정서가 풍부하다. 오랜 친구이기도 한 니콜라 포미체티(Nicola Formichetti)와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 돔 페리뇽 캠페인을 위한 고전적인 곡을 만들었는데, 우드키드가 캠페인에서 연주하길 바랐고 나 역시 흔쾌히 동의했다. 촬영장에서 악보를 앞에 두고 서로 깔깔거리며 의논한 기억이 난다. 어릴 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했는데, 요즘은 종이에 적힌 악보를 본다. 날것 느낌이라 좋다. 무엇보다 나를 강압적으로 제어하지 않는 사람들과 일해서 즐거웠다. 알다시피 나의 커리어는 다채로웠는데, 어떤 사람은 나를 인형처럼 옷 입히려 했고, 어떤 사람은 자기식대로 나를 무대에 세우려 했는데, 이번 돔 페리뇽 캠페인은 그렇지 않았다. 자기 성찰의 정신, 예술가로 탄생하는 시작의 순간, 창조하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는 작업이어서 진심으로 즐겼다. 나는 진심으로 일을 좋아한다. 때로는 펑크적이고, 때로는 거칠고 날이 서기도 하지만. 돔 페리뇽은 나의 두 가지 상반된 면모를 존중해주기에 더 완성도 높은 캠페인이 나온 것 같다.

    이번 캠페인은 음악, 예술, 사진, 와인 등 문화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오늘날 문화의 힘은 무엇일까? 세상에! 문화는 정말 중요하다. 문화는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정치는 사회와 인류를 변화시킨다. 그렇기에 경제적인 부보다 정서적인 부가 훨씬 중요하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지금 문화 예술계가 다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로어이스트사이드에 살던 18세 무렵, 예술적인 친구가 많았다. 우린 동네에서 작은 공연을 열고 그림, 사진, 시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영감을 줬다. 당시엔 소셜 미디어가 없어서 세상은 우리의 존재를 몰랐다. 하지만 문화 예술이 풍부했다. 반면 오늘날엔 문화가 바뀌었다기보다는 우리가 느끼는 표현의 수준과 압박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오늘 집에서 일하다 왔는데, 당신을 만나기 전에 헤어스타일을 손보고 드레스를 차려입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다 ‘아니야, 나는 아티스트니까. 일할 때는 이렇게 입는 거야’라고 깨달았다. 이것이 당신에게 나의 문화적 자아를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음악가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의 나, 영화 제작자와 있을 때의 나, 배우와 가수들과 있을 때의 내 모습이기도 하다.

    샴페인의 세계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수도사로부터 시작된 샴페인의 이야기가 멋지지 않나? 이처럼 흥미롭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똑똑하고 다정한 것들이 나를 자극한다. 나는 생각보다 영감의 원천을 고를 때 까다롭지 않다(웃음). 무엇보다 돔 페리뇽의 역사를 보면서 나 역시 과거와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함을 되새긴다. 그들의 유구한 이야기는 내가 어디서 시작했고,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잊지 않게 한다.

    다음 도전은 무엇인가? 자발적 고독에 관심이 있다. 사람들은 내가 할리우드에 자주 외출할 거라 생각하지만 대부분 집에 있다. 성공하면 할수록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누군가와 함께 앉아서 “이 노래 좋지 않아?”라며 협업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만의 관점도 필요하다. 고독을 논할 때마다 꼭 하는 얘기가 있다. 14세에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감명받은 문구다. “밤이 깊은 시간, 글을 쓸 수 없게 되면 차라리 죽음을 택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그 근거가 당신의 심장 가장 깊은 곳까지 뿌리를 뻗고 있는지 확인해보라.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나는 꼭 글을 써야 하는가?” 23세에 일본 오사카에서 이 문구를 타투로 새겼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면 아주 강력한 결심이 필요하다는 거다. 지금의 성공이 몹시 감사하지만, 비록 무명이라 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로어이스트사이드에 살며 창작을 계속했을 것이다. 100% 확신한다. (VK)

      SPONSORED BY
      Dom Pérignon
      PHOTOGRAPHER
      Heather Sommerfield, Alex Maj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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