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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꾸는 세상 ‘드림팰리스’의 민낯

2023.06.07

by 이다영

    누구나 꿈꾸는 세상 ‘드림팰리스’의 민낯

    욕망과 절망 사이에서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치는 사람들을 그린 영화 <드림팰리스>. 남들처럼 살고 싶어 선택한 그곳에서 그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

    배우 김선영에게 제20회 로마아시아영화제 여우 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영화 <드림팰리스>가 5월 31일 개봉했다. 가성문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주’에 관련된 부동산을 둘러싼 집단 이기주의, 산업재해, 유가족 관련 대책 등의 사회문제와 부조리를 촘촘하게 다룬다. 가성문 감독은 정치적, 사회적 의견은 배제한 채 다만 이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이들이 겪는 문제가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불운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숨이 턱턱 막히도록 신랄하게 벼려진 현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다양한 질문 거리를 던진다.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김선영, 이윤지, 최민영, 세 배우의 쫀쫀한 케미스트리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하게 된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눈이 벌게질 때까지 부동산 앱을 들여다본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이 영화가 얼마나 사실적이고도 뼈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를. 좁은 땅에서 집 한 채가 갖는 의미는 상상을 초월한다. 청약 통장 한번 만들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게 어려울 만큼 인생에서 한 번쯤은 내 집을 가져야 한다는 욕망에 휩싸이도록 만든다. 이렇듯 집은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부이자 꿈과 희망 그 자체다. 그 욕망에 힘입어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그에 비례해서 커져온 빈부 격차, 이기와 대립은 지금 대한민국의 주요 해결 과제 중 하나가 됐다.

    산업재해로 남편을 잃은 혜정(김선영)은 진상 규명을 위해 시위를 하다 갑(甲)인 사 측과 합의해 합의금을 받고, 그 돈으로 아파트 ‘드림팰리스’를 분양받는다. 어두운 과거를 딛고 희망찬 출발을 꿈꾼 그곳에서 시작부터 불행이 찾아온다. 녹물이 콸콸 나오는 새 아파트. 그녀는 녹물로 샤워하지 않기 위해 아파트를 판 중개업자를 찾아가고 아파트 입주민 회의에 나가보지만, 모두 그녀를 외면한다. 스스로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해보지만 더 큰 오해와 갈등, 대립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혜정과 함께 산업재해로 남편을 잃은 수인(이윤지)과 ‘텐트 사람들’로 불리는 유가족들과의 갈등도 심화된다. 여기에 “엄마처럼 안 산다”는 아들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불행은 점점 더 그녀를 짓누른다. 잘해보려 할수록 아무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오랜 기간 미분양된 아파트를 시행사가 할인 분양하는 것마저 혜정에게 화살을 돌리며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다. 집값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는 이들은 자신과 같은 값을 치른 사람만 ‘이웃’으로 인정하겠다는 ‘집단 이기주의’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혜정을 연기한 김선영은 억울함을 꾹꾹 누른 채 불신과 오해, 고조되는 갈등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극을 이끈다. 그녀의 얼굴은 희망과 기대, 연민과 염원, 절망과 공포를 시시때때로 오간다. 혜정과 대립하는 수인의 푸석한 민낯도 마찬가지. 모래를 씹은 듯 서걱한 연기는 지금껏 배우 이윤지에게서 보지 못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준다.

    “인생에서 잘해보려 해도 안 풀리는 시기가 있잖아요. 지금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다, 그럼에도 괜찮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요”라는 감독의 말처럼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살아”라는 수인의 말에 혜정은 “그래도 다 살아져”라고 답한다.

    온갖 풍파를 마주해도 유가족의 삶은 굳세고 꿋꿋하게 이어진다. 그렇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애도의 방식인 것처럼. 그리고 마침내 죽은 남편만이 자신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혜정은 그제야 옅은 미소를 짓는다. 감독은 그렇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은 힘들지만, 선과 악이 불분명한 입체적 인물들을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김선영의 연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고, 완전히 새로운 이윤지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으며, 최민영의 내일이 기대되는 영화. <드림팰리스>가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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