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안젤리나 켄달이 입은 슬리브리스 톱은 도엔(Dôen), 청바지는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비토리아 체레티가 입은 브라 톱은 보디(Bode), 청바지는 닐리 로탄(Nili Lotan). 아멜리아 그레이가 입은 톱은 울라 존슨(Ulla Johnson). 룰루 테니가 입은 블라우스는 닐리 로탄. 아녹 야이가 입은 톱은 도엔. 데빈 가르시아가 입은 란제리 톱은 도엔, 청바지는 리바이스(Levi’s). 롤리 바히아가 입은 블라우스는 갭(Gap).

윈드브레이커는 아크테릭스(Arc’teryx), 집업 재킷은 윌리 차바리아×아디다스(Willy Chavarria×Adidas), 레이어드한 셔츠와 스트라이프 박서 쇼츠는 유니클로(Uniqlo), 스트라이프 스웨터는 웨일스 보너(Wales Bonner), 모자는 코치(Coach).

스트라이프 셔츠는 제이크루(J.Crew), 스웨트셔츠는 올인(All-In), 레더 재킷과 데님 재킷을 레이어드한 디자인의 스커트는 올인×게스(All-In×Guess), 네크리스는 알렉시스 비타(Alexis Bittar).

커스텀 데님 드레스는 갭스튜디오(GapStudio), 화이트 셔츠는 알13(R13), 스커트는 프레임(Frame).

재킷은 아페쎄(A.P.C.), 셔츠는 코스(COS), 플리츠 스커트는 프랭키샵(The Frankie Shop).

(왼쪽부터) 롤리 바히아가 입은 셔츠는 갭(Gap), 청바지는 에이골디(Agolde). 안젤리나 켄달이 입은 셔츠는 닐리 로탄(Nili Lotan), 청바지는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데빈 가르시아가 입은 셔츠는 폴로 랄프 로렌, 청바지는 리바이스(Levi’s). 룰루 테니가 입은 셔츠와 청바지는 닐리 로탄. 비토리아 체레티가 입은 셔츠는 폴로 랄프 로렌, 청바지는 닐리 로탄. 아녹 야이가 입은 셔츠는 갭, 청바지는 캘빈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아멜리아 그레이가 입은 셔츠는 닐리 로탄, 청바지는 알13(R13). 부츠는 코치(Coach).

코트는 코치(Coach), 오른팔에 걸친 스트라이프 재킷은 프로엔자 스쿨러 화이트 라벨(Proenza Schouler White Label), 화이트 드레스는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슬립 드레스는 라 펠라(La Perla).

재킷은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셔츠는 호다코바(Hodakova), 스커트는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과거에는 이랬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잡고, 출근할 때 입을 만한 옷을 사러 쇼핑몰로 향한다. 생애 처음으로 어엿하게 돈 벌며 몇 달 보내고 나면 그동안 꿈꿔온 걸 사기 위해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사회적 혹은 재정적 성장을 입증할 만한 것, 이를테면 샤넬 백이나 까르띠에 시계 또는 구찌 슈즈 같은 것 말이다. 물론 비싸다. 그리고 다소 분에 넘칠 수 있다. 그러나 돈을 벌고 있는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이다.
20대 때 700달러짜리 가방을 샀어요. 지금도 비싸지만, 당시 제가 예상한 가격대에 가까웠거든요.” 끌로에와 지방시 아티스틱 디렉터를 거쳐 유니클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닿을 수 없을 정도로 아주아주 멀게 느껴지겠지만요.”
26세인 나는 1년 6개월 전에 <보그> 패션 저널리스트직을 제안받았다. 당시 나는 파트타임 댄스 강사였고 미국으로 이주하느라 모은 돈을 전부 써버려 빈털터리 신세였다. 첫 면접 때 화이트 코튼 드레스를 바나나 리퍼블릭에서 사 입었는데, 꽃무늬 자수에 소매에는 러플 장식이 달린 드레스였다(처음엔 180달러였지만 나중에 43.79달러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뉴욕 패션 위크에 처음 참석한 날도 그 드레스를 입었더니 파티에서 만난 젊고 유명한 여자들이 추켜세웠다. 그리고 내가 어디서 샀는지 말하자 ‘엄근진’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도 바나나 리퍼블릭 좋아해!”
패션계에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고 있다. 독점권, 럭셔리, 열망 같은 과거의 상징이 독창성, 합리적인 가격대, 접근 가능성 같은 단어와 함께 엮인다. 이는 패션의 민주화를 뜻한다. 웨이트 켈러가 유니클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고, 잭 포즌이 갭에서 새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그리고 토템이나 프랭키샵처럼 싸진 않지만 살 수 없을 정도로 비싸진 않은 브랜드의 부상으로 우아하고 세련된 옷을 가질 수 있게 됐다(이 화보처럼 클래식한 아메리칸 스타일, 젊은 디자이너의 컨셉추얼한 디자인, 애슬레저 아이템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가격대는 7달러부터 1,000달러까지다).
2020년 웨이트 켈러는 지방시에서 쉴 틈 없이 일했다. “패션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제 생각이 급격하게 바뀌었죠.” 그녀는 지난해 9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유니클로에 합류했다. “혁신성과 질 좋은 제품으로 인정받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죠. 그게 맞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시대를 앞서간 건지도 모르겠군요.” 그녀가 디자인한 유니클로 ‘C 컬렉션’은 캐시미어 카디건부터 패딩 점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클래식 아이템을 제안한다. 가격이 극히 합리적이라 당황스러울 정도다. “럭셔리 브랜드에서 일할 때만큼 가격이 중요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디자이너로서 영향력을 널리 행사할 수 있으니까요.”
하이패션에서 경력을 쌓고 대중적인 브랜드에 합류한 디자이너는 그녀 혼자가 아니다. 지난해 2월 잭 포즌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갭에 합류했으며, 거대 브랜드를 쿨하고 새로우며 모던한 이미지로 재탄생시킬 준비를 마쳤다. 가격대는 그대로 유지한 채 말이다. 포즌의 갭은 미국 <보그> 사무실에서 사랑받을 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서도 인정받았다. 갭 소비자들은 틱톡에 이런 코멘트와 함께 영상을 업로드했다. “갭이 이번엔 제대로 했네.” “누가 디자인했는지 모르지만 연봉 인상받아 마땅해!”
지난 토요일 오후, 나는 갭 매장에 청바지를 교환하러 맨해튼으로 갔다. 그곳엔 학창 시절 익숙하던 형광빛 입구는 더 이상 없었다. 밝고 생기 넘치는 공간에는 배기 진에 셔츠를 입은 힙한 직원들, 청바지에 트렌치 코트를 걸친 20대 쇼핑객이 있었다. 앤더슨 팩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한 젊은 여자가 온라인에서 본 메시 톱에 대해 문의하고 있었다. 또 다른 쇼핑객은 페어 아일 패턴 스웨터를 대보면서 친구에게 물었다. “이거 사야 할까?” 나는 로우 라이즈 인디고 배기 진을 찾으면서, 직원 두 명이 내가 찾는 그 바지가 순식간에 팔려 더 이상 재고가 없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리고 초콜릿 컬러의 터틀넥 스웨터가 눈에 들어오자마자 내가 가져온 청바지를 그 스웨터로 교환하기로 결심했다. 교환을 위해 카운터 앞에 선 나는 실로 오랜만에 쇼핑으로 인한 죄책감에서 해방되었다. 유행 타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질 좋은 아이템을 샀을 뿐 아니라 비싸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 조건을 전부 충족하는 경우는 그야말로 드물다.
나처럼 밀레니얼과 젠지 사이에 낀 세대는 포스트 놈코어 시대를 겪었고 콰이어트 럭셔리가 점령한 직장을 다닌다. 우리는 트렌드를 따르고 싶고 그 아름다움을 누리고 싶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오래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아홉 살이던 대공황기에 우리 집의 가장이던 어머니는 광고대행사의 직장을 잃었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직전, 어머니는 내가 잡지에서 마일리 사이러스가 신은 걸 보고 너무 갖고 싶어 하던 미네통카 부츠를 사주셨다. 100달러였고 그때까지 엄마가 사준 것 중 가장 비싼 것이었다. 수년이 지난 후 엄마는 당시 부츠를 살 형편이 안 됐지만 내가 돈 걱정 할까 봐 사준 거라고 말씀하셨다. 성인이 된 나는 100달러로 살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지만, 그럼에도 열 살인 내게 그 부츠는 열망의 대상이었으며 결국 가질 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들어 소비자들은 점점 더 많이 사고 있으며 미국은 불황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인,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불황처럼 느껴진다. 최근 인기를 얻은 브랜드는 패션을 사랑하지만 재정적으로 민감한 소비자에게 어필하면서 사업을 키우고 있다. 2014년 프랭키샵을 설립한 가엘 드레베(Gaëlle Drevet)는 일상복을 더 세련된 버전으로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럭셔리라고 부르는 브랜드는 양말 한 켤레에 왜 800달러를 받는 걸까요?” 그녀가 물었다. “그건 말이 안 돼요. 저렴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정당해야 한다는 거죠.” 드레베는 과거 경시됐던 고객층을 겨냥해왔다. 매일 입는 옷에 몇백만 원을 쓸 순 없지만 ‘허용 가능한 가격대에서 대담하고 흥미롭고 모던한 스타일’을 누리길 원하는 이들이다(그녀는 구체적으로 패션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언급했다). 론칭 10년이 된 지금, 프랭키샵은 주요 럭셔리 브랜드와 동일한 공장에서 옷을 생산한다. “초기보다 질적으로 좋아졌어요. 최소 생산량이 더 많아졌기에 가능했죠. 같은 공장에서 만들고, 같은 원단을 씁니다.”
코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는 오랫동안 이어진 럭셔리의 의미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구시대적으로 느껴져요. 세련되고, 완벽하며,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과거의 방식 말입니다.” 베버스가 말했다. 그 자리는 소비자가 진정성을 원한다는 인식이 차지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코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 500달러 미만의 가죽 호보 백인 브루클린 백의 성공이 이를 입증한다. “정직한 제품이에요. 간단합니다, 그게 먹힌 거죠.” 그가 덧붙였다. “제가 노동자 계층 출신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가격대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진정성에 대한 추구는 최근 세계적인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협업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에 스테파노 필라티, 케이트 모스가 자라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고, 갭이 도엔과 협업했으며, 제이크루는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 마리암 나시르 자데에게 디자인을 의뢰했다. 그리고 올해는 11년 동안 와이/프로젝트를 이끌고 메종 마르지엘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글렌 마르탱과 H&M의 협업이 기다린다. 이런 협업은 소규모 브랜드가 거대 기업의 자원을 활용하고 그들의 소비자와 소통하는 기회를 의미하며, 소비자에게는 더 낮아진 진입 장벽을 뜻한다. “우리 브랜드의 가격대는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실제로 우리 옷을 입을 수 있게 된다는 건 신나는 일이죠.” 로저스는 얼마 전 제이크루 컬렉션을 통해 브랜드의 상징적인 비비드 컬러와 볼륨, 스트라이프가 가미된 디자인을 500달러 미만으로 선보였다. “그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CFDA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상을 두 차례 수상한 디자이너 윌리 차바리아는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처럼 튀는 아이템보다 실용적인 의류와 오브제를 추구한다. 질적으로든 디자인적으로든 말이다. “사람들은 텔파라는 브랜드가 퀴어, 흑인, 창의성을 상징하기 때문에 그 가방을 선택하죠.” 브랜드로서 윌리 차바리아의 정체성은 치카노 문화와 인종, 계층과 성별에 기반한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가방보다 훨씬 매력적입니다.” 2021년 타겟과 캡슐 컬렉션을 론칭한 로저스는 2009년 타겟과 로다테의 협업 컬렉션에 대해 언급했다. “‘전위적’ 디자인을 처음으로 직접 마주한 순간이었습니다. 비록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의 타겟 매장이었지만 말이죠.”
로스앤젤레스 교외에서 자란 나는 심부름 갔다가 보게 된 미쏘니와 프로엔자 스쿨러의 타겟 컬렉션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특히 샌디 리앙의 타겟 컬렉션, 시몬 로샤와 H&M 협업 컬렉션을 좋아했다. 피터 팬 칼라 스웨터나 프릴이 잔뜩 달린 튤 드레스를 살 때는 소비를 정당화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 했다. 그리고 <보그>에서 일하게 됐을 땐 협업 컬렉션이 브랜드를 희석한 ‘저렴이’ 버전으로 보일까 봐 걱정했지만, 곧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마리암 나시르 자데가 디자인한 제이크루, 갭×도엔 캡슐 컬렉션은 사무실에서 인기 있는 컬렉션이었다.
물론 접근 가능한 가격대는 자선 행위가 아니고 효과적인 사업 전략이다. 차바리아는 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뚜렷한 효과를 봤다. “감당할 수 없는 가격대를 제시하면 소비자들은 떠날 겁니다. 제가 가장 원치 않는 일이 단지 살 수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돌려보내는 겁니다.” 차바리아는 2025 봄/여름 쇼에서 아디다스와의 새로운 협업을 알렸다. 협업 아이템을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기 위해 컬렉션 라인보다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처음으로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리게 될 것이다. 그는 이것이 미래라고 확신한다. “포용성이야말로 새로운 럭셔리입니다.” (VK)
- 포토그래퍼
- Inez & Vinoodh
- 스타일리스트
- Camilla Nickerson
- 글
- Hannah Jackson
- 모델
- Angelina Kendall, Vittoria Ceretti, Amelia Gray, Lulu Tenney, Anok Yai, Devyn Garcia, Loli Bahia
- 헤어
- Mustafa Yanaz
- 메이크업
- Fulvia Farolfi
- 네일
- Gina Edwards
- 테일러
- Lars Nordensten(Lars Nord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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