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시했던 고귀한 식품, 달걀의 숨은 가치
저렴하고 접근하기 쉬운 식품이자, 완벽한 단백질 공급원인 달걀. 달걀은 영양학적 가치뿐 아니라 상징적 의미도 지닌 식품입니다. 사육한 닭의 알을 먹은 역사는 비교적 짧지만, 역사학자들은 선사시대부터 선조가 ‘알’을 섭취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작은 알에 든 영양학적 이점은 고귀하다 못해 상징을 부여하기에 충분했죠.

달걀은 탄생, 죽음을 동시에 의미하는 상징물입니다. 그래서인지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은 달걀을 무서워하고 혐오했다고 해요. 1963년 칸영화제의 한 인터뷰에서 그는 “저는 달걀이 무서워요. 아니, 무섭다기보다 역겨운 쪽에 가까워요. 끈적이는 노른자가 흘러나오는 걸 본 적 있죠? 피는 밝은 붉은색이라 괜찮지만, 노른자는 노랗고 끔찍해요. 전 한 번도 달걀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히치콕처럼 실제로 오보포비아(Ovophobia), 즉 달걀 공포증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 조류독감으로 양계장이 절반 이상 사라지고, 부활절 특수로 달걀 수요 증가가 겹쳐 달걀 12알 한 팩에 9.53달러(약 1만4,000원)를 돌파한 미국의 상황이라면 이런 공포가 생길 만도 하죠.

그도 그럴 것이 서양 문화에서 달걀은 오랫동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아침 식사는 물론 베이킹까지, 거의 모든 요리에 빼놓을 수 없는 재료죠. 문화적으로도 마찬가지인데요. 부활절은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과 함께 중요한 기념일 중 하나입니다. 매년 부활절이 되면 가족과 함께 ‘에그 헌팅(달걀 찾기)’을 하고, 상점에서는 다양한 달걀 장식을 판매하죠. 심지어 백악관에서도 달걀 굴리기 행사 ‘이스터 에그 롤’을 합니다. 영화나 게임 속 숨겨둔 단서를 뜻하는 ‘이스터 에그’ 역시 이 전통에서 나온 말이고요.
달걀의 영양학적 가치
달걀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신체에 필수적인 단백질은 20개의 아미노산을 활용해 합성하는데, 우리 몸이 만들어내는 아미노산은 단 11개뿐입니다. 나머지 9가지 아미노산은 음식으로 섭취해야만 하는데 달걀이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치로 보면, 달걀 한 알에 단백질이 평균 6g 이상 들어 있습니다. 달걀 하나가 약 70칼로리임을 생각할 때 상당한 양이죠. 뇌 발달에 중요한 영양소이자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콜린(Choline), 시력을 지켜주는 항산화제 루테인(Lutein)과 지아잔틴(Zeaxanthin)도 들어 있습니다. 또 단백질과 함께 지방을 함유해 포만감도 상당합니다. 달걀을 완전식품으로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죠. 그런데도 육류와 생선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활용도가 높고,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조리할 수 있죠. 삶으면 휴대하기 쉬운 점까지, 나열하기 입 아플 정도로 장점이 많죠.

달걀의 상징적 의미
달걀은 매우 오래전부터 부활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기독교 이전의 고대에도 봄철 대지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에 등장했고, 전 세계 다양한 문화에서 생명의 귀환을 상징하며 무덤이나 비석에도 달걀을 자주 새겼죠. 고대 이집트에서는 달걀을 장식해 신들에게 선물로 바쳤어요. 이는 중세 시기 부유한 가문에서 하인들에게 달걀을 선물로 주는 것으로 이어졌는데, 달걀 장식이 점차 값비싸고 화려하게 변모해갔죠. 심지어 19세기 말에는 러시아 황제를 위해 보석 세공사 피터 칼 파베르제(Peter Carl Fabergé)가 금과 은, 다이아몬드와 루비 등 각종 보석으로 만든 부활절 달걀이 현재 약 250억원에 낙찰되었습니다. 달걀이 부활을 상징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껍질 속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모습이 새로운 시작, 생명, 출산과 번식, 풍요와 다산 등으로 연결되죠.
예술 속 달걀
껍질에 싸여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형태 때문일까요? 달걀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주제입니다. 태어날 생명, 파괴와 부서지는 삶에 이르기까지 여성성을 상징하는 도구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달걀은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입니다. 그는 달걀을 강인함과 연약함이라는 이중성을 담고 있으며 창조성과 잉태의 개념, 자궁 안의 인간 존재 등 원초적 상태를 표현하는 매개로 여겼습니다. 그는 내면과 외부 세계의 경계를 달걀로 표현했죠. 심지어 스페인 피게레스에 있는 달리 미술관 건물의 꼭대기에는 커다란 달걀 모형이 여러 개 놓여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예술의 탄생, 창의적 정신을 상징하죠.
2022년 올리비아 와일드 감독의 <돈 워리 달링(Don’t Worry Darling)>에서 플로렌스 퓨가 연기한 앨리스는 매일 남편 잭(해리 스타일스)을 위해 같은 아침 식사를 차립니다. 그러다 어느 날, 달걀을 깨뜨리고 안이 텅 비어 있음을 발견한 후 아내이자 가정주부로서의 공허함을 깨닫죠.
2003년 영화 <디 아워스(The Hours)> 역시 달걀을 통해 감정적 연약함과 가정적 역할에 한정된 여성의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클라리사가 요리하는 모습이 여러 번 등장하는 데, 특히 인상적인 장면이 있죠. 케이크 반죽에 달걀을 깨뜨린 후 클라리사는 정신적으로 쇠약해지는데요. 가정생활의 압박이 결국 부화하지 못하고 깨진 달걀에 투영되며, 클라리사가 처한 상황을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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