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델핀 아르노가 시간을 초월하는 방법

2025.05.20

델핀 아르노가 시간을 초월하는 방법

디올 하우스의 과거를 기념하고, 현재를 이끌고, 미래를 그리는 리더 델핀 아르노. 서울에서 열리는 특별한 전시를 위해 그녀가 〈보그〉의 문을 두드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를 위해 파리의 유산 부서에서 오뜨 꾸뛰르 드레스를 포장하는 장면. 지안프랑코 페레가 디자인한 1995년 봄 오뜨 꾸뛰르 드레스.

“당신이 남긴 믿을 수 없는 유산에 마음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유산은 디올을 독특하게 만들고, 당신의 놀라운 비전과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창의성 덕분에 매일 영감을 받습니다.” 디올(Dior) 회장이자 CEO 델핀 아르노(Delphine Arnault)에게 하우스의 창립자 크리스챤 디올을 마주하면 어떤 말을 건네고 싶은지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어쩌면 무슈 디올 역시 자신이 80년 전 시작한 꾸뛰르 메종을 21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이끄는 아르노에게 답사를 전할지도 모른다.

아르노가 <보그 코리아>에 서면으로 인사를 건넨 건 지난 4월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대규모 전시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2017년 하우스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파리 장식 미술관에서 처음 열린 전시는 런던, 뉴욕, 도쿄 등 전 세계를 돌아 서울에 착륙했다. 1947년 무슈 디올의 첫 번째 컬렉션부터 그 뒤를 이은 디자이너 6인의 창작품까지 망라한 전시는 디올이라는 패션 하우스가 어떻게 명맥을 이어왔는지 살피기 좋은 청사진이 되어준다. 하우스를 대표하는 바 수트(4월호 <보그> 커버에서 지수가 입었던), 당대 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해 완성한 ‘레이디 디올 아트’ 시리즈, 하우스 아틀리에의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섬세한 작업까지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그 코리아>는 이번 전시에 숨은 의미를 알고자 2023년 디올 회장 겸 CEO 자리에 오른 델핀 아르노에게 인터뷰를 제안했다. 절대적으로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그녀가 직접 인터뷰에 나서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 효과적인 질문을 추리기는 쉽지 않았다. 디올을 현재와 미래에 어떤 식으로 이끌어나가는지, 혹은 젊은 디자이너들을 후원하는 LVMH 프라이즈를 시작한 이유에 대한 질문은 기본이었다. 세계 최대 럭셔리 기업인 LVMH 그룹을 경영하는 아버지 베르나르 아르노 옆에서 얻은 산지식과 당대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는 노하우도 궁금했다. 고민 끝에 보낸 질문과 함께 돌아온 답변은 간결하지만 정곡을 짚었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은 넘쳤고, 완벽한 창의적인 자유에 대한 존중을 엿볼 수 있었다. 델핀 아르노가 이야기하는 디올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여기에 있다.

V 2017년 파리 장식 미술관에서 처음 만난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를 서울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멀리 돌아서 서울로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DA 서울에서 이 회고전을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쁘다. 서울은 디올 하우스에 창의성과 독창적인 예술 활동이 활발한 소중한 도시다. 매우 중요한 문화 수도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에스프리 디올> 전시를 선보인 DDP에서 10년이 지나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가 이어지는 셈이다.

V 다른 도시에서 만났던 전시와는 또 다른 컬렉션과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전시를 보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DA 이 전시는 몰입할 수 있는 전시 디자인부터 패션에서 향수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를 진정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상징적인 뉴 룩의 탄생과 그 뒤를 이은 수많은 재해석, 정원과 무도회, 파티에 대한 디올만의 아이디어, 그리고 파리 몽테뉴가 30번지 메종 아틀리에에서 발현되는 뛰어난 장인 정신도 놓칠 수 없다.
파리 장식 미술관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런던, 상하이, 청두, 뉴욕, 도하, 도쿄, 리야드를 거쳤다. 각 도시에서 우리만의 오뜨 꾸뛰르 실루엣과 소중한 아카이브를 소개했다. 한국 관람객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시간 여행을 하며 디올 하우스라는 꿈의 왕국이 가진 마법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DDP를 찾는 모든 이들이 우리의 이야기에 매료되고 감동받길 바란다.

V 처음 본 전시와 많이 다른 점은 한국 출신 아티스트와의 협업이다.

DA 무려 27인의 한국 예술가와 함께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인 아티스트와 함께한 ‘디올 레이디 아트’ 프로젝트와 ‘레이디 디올 애즈 신 바이’ 프로젝트를 모았다. 김현주, 수 써니 박, 제이디 차의 작품은 이번 전시에 포함되어 있다.
‘레이디 디올’만을 위해 한국 아티스트만 함께한 공간을 선보이는 건 처음이다. 특히 단 한 국가 출신 아티스트의 예술품을 보여주는 것도 최초다. 이는 동시대 한국 예술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다채로운지 경이로운 수준을 내보인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디올 하우스가 이토록 뛰어난 아티스트와 함께한 동맹을 계속 발전시켜왔음을 증명하고 있다.

V 다양한 아티스트뿐 아니라 장인과의 협업도 계속되고 있다.

DA 이런 협업은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예술가, 장인과 작업하며 우리의 유산과 아이콘 코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다. 이를 통해 레이디 디올은 단순히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진정한 예술품이 되고, 고객에게 무한한 영감을 제공한다. 우리 아틀리에의 장인들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아티스트의 창의적인 비전을 현실로 이뤄내기 때문에 어떤 아이디어도 실현 가능하다.

전시장의 처음을 장식한 몽테뉴가 30번지 디올 아틀리에 풍경.
디올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나가는 회장이자 CEO 델핀 아르노.

디올의 예술적인 협업과 대화는 전 세계의 장인 정신이 빛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멕시코시티나 에든버러, 세비야와 뭄바이 그리고 서울에서 열린 패션쇼를 통해 디자이너와 제작자, 장인 등의 관계를 맺어주곤 했다. 매번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번 독창적으로 계승하고 재조명하는 기회도 된다.

V 서울에 여러 번 방문한 것으로 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이야기한다면?

DA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영감을 안겨주고, 뜨거운 에너지가 작열하는 도시기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멈추지 않는 거대한 도시가 주는 에너지에 감동을 받았다. 그렇기에 서울과 계속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V 럭셔리 시장에서 서울과 한국이 지닌 지위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DA 인상적인 아트 신을 지닌 한국은 럭셔리와 라이프스타일, 문화계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필수 목적지임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매우 능동적인 시장이다. 그곳에서 디올은 아주 특별한 프랑스다운 우아함을 대표한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하우스 오브 디올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패션과 오뜨 꾸뛰르의 상징은 독특하다.

V 다양한 한국 아티스트 역시 디올 하우스를 대표하고 있다.

DA 이런 관계가 두드러지는 건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 한국 문화의 상징적인 인물들이다. K-팝 아티스트와 배우, 운동선수 등도 우리와 함께한다.

V 2022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가을 패션쇼를 선보인 후 계속 관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DA 이화여자대학교와 나눈 파트너십은 탁월함, 자기 계발, 포용이라는 가치를 공유한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내일의 여성 리더를 돕는다. 이는 유네스코와 함께 진행하는 파트너십 우먼@디올(Women@Dior)의 연장선이다.

V 미래를 위한 협업인가?

DA 1947년부터 디올 하우스는 교육을 핵심 가치로 삼아왔다. 이화여자대학교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은 우리가 포용성과 자율성에 대한 헌신을 이어갈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젊은 세대의 여성이 스스로 개성이나 견해를 피력하고 자신만의 독특함과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더욱 바람직한 미래를 그리도록 격려하는 필수적인 미션이다. 여성이자 크리스챤 디올 꾸뛰르의 회장 겸 CEO로서 2025년에도 이 선순환적 협력 관계를 지속하고 더 공고히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

V 파리 아틀리에를 비롯해 전 세계의 다양한 곳에서 디올을 위해 일하는 젊은 재능인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디올 하우스의 코드와 정신을 어떻게 전하고 싶은가?

DA 디올이라는 생태계의 중심에는 탁월함, 지식 공유, 집단 에너지라는 가치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가장 오래된 전통부터 가장 혁신적인 장인 정신까지 미래의 패션과 꾸뛰르를 만들어갈 탁월한 장인 양성에 공을 들인다. 무엇보다 젊은 인재들은 아틀리에 최고의 전문가와 훌륭한 멘토인 아티스틱 디렉터에게 배운다!
그리고 몽테뉴가 30번지에 자리한 ‘라 갤러리 디올’과 모든 아카이브를 다루는 디올 유산 부서, 리서치 센터와 전시장 등에서 끝없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디올은 우리의 코드와 역사를 (재)발견하고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놀이터인 셈이다.

V 패션은 젊은 재능을 필요로 한다. 젊은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LVMH 프라이즈를 직접 시작한 이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DA LVMH 프라이즈는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프로젝트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패션계에서 미래의 디자이너, 젊은 재능을 격려하고, 동행하고, 지원하고, 조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LVMH 그룹이 구현하는 핵심 가치인 창조와 대담함에 대한 열정을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하는 데 기여한다. 무엇보다 이 콘테스트가 이제 국제적인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 신선한 안목과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의 꿈을 되살리는 기회가 되고, 다양한 노하우를 통해 파리를 비교할 수 없는 꾸뛰르의 수도로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벌써 12년째 이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V 디올 하우스의 지난 역사에도 뛰어난 재능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주는 절대적인 신임이 바로 디올 하우스를 지탱해준 힘이다.

DA 물론이다. 창의적인 자유는 오늘과 미래의 패션을 창조하는 데 필수적이다.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를 비롯해 크리스챤 디올의 뒤를 이은 디자이너들은 이런 필수적인 자유를 온전히 누리고 있으며, 이런 자유가 없었다면 우리의 유산은 대담함, 창의성, 매혹으로 새롭게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V 동시에 그 디자이너들은 무슈 디올의 전통을 철저히 존중해왔다.

DA 크리스챤 디올의 글로벌한 창의성과 비전은 독보적인 힘이며,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하고 무궁무진한 영감의 원천이다. 그의 작품과 쇼가 하우스 설립 초기부터 파리를 넘어 미국과 아시아, 더 나아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도록 하겠다는 그의 선구적 야망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 여성들의 꿈을 실현하는 그의 비할 데 없는 능력에 감명받지 않거나 감격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무슈 디올은 그의 하우스처럼 꾸뛰르의 탁월함을 통해 여성성을 승화시키는 귀중한 재능을 지녔다. 그의 관대한 성품도 한몫했다. 친절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자연과 삶의 예술, 즐거움을 사랑했다. 예술에 대한 열정을 우리에게 물려준 미학자이기도 하다. 그의 후계자들은 컬렉션과 협업을 통해 꾸준히 그 열정을 되살려왔다.

V 그렇다면 디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DA 우리의 미래는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유산과 분리될 수 없다. 바로 과거, 현재, 미래, 노하우와 창의성, 유산과 혁신의 하모니 덕분에 세대를 초월하는 꾸뛰르 하우스가 될 수 있었다. 깊은 역사를 지녔지만 시대에 굳건히 뿌리내리고, 미래를 향해 부단히 나아가 더 매력적이고, 영감을 주며, 열정적인 혁신을 추구한다.

V 그렇다면 미래에도 이어질 럭셔리의 핵심은 무엇인가?

DA 탁월함에 대한 노하우. 오뜨 꾸뛰르부터 하이 주얼리, 레디 투 웨어와 모든 액세서리까지. 최고의 기준을 바탕으로 제품의 뛰어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변함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오늘날 럭셔리는 수많은 요소의 조합이며, 무엇보다 고객에게 특별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예술이다. 또한 창조에 대한 열정과 정신의 자유, 대담함, 창의성, 재창조를 위한 충분한 여지를 필요로 한다. 이런 것들이 한데 모였을 때 지금의 럭셔리가 주는 탁월함과 매력이 증폭된다. 디올은 특히 럭셔리를 통해 프랑스의 삶의 예술, 즉 사람들에게 꿈을 주고자 하는 예술과 함께한다. 이는 늘 우리 마음속에 깊이 자리해왔다. (VK)

    에디터
    손기호
    포토
    ©Kyungsub Shin, Brigitte Lacombe, Association Willy Maywald / ADAGP, Paris, 2025. Dior Héritage Collection / Bellini, Laziz Ha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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