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는 언제부터 이렇게 디스토피아적이 된 걸까?

밤 10시, 잠자리에 들기 직전 틱톡을 켠다(정말 안 좋은 선택이란 걸 나도 알지만, 일단 넘어가자). 단 몇 분 만에 내 눈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온다. 그릇에 담긴 용암을 먹는 AI 인플루언서, (대부분 카무플라주인) 제3차 세계대전 ‘데일리 룩’, 레바논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구군가의 머리 위로 미사일 여러 개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모습, 한 페스티벌에서 주사기 공격이 있었다는 뉴스, ‘당신이 나르시시스트와 사귀고 있을지 모른다는 10가지 신호’, 폭발해 돌무더기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의 주택들, 케이티 페리가 누군가의 손에서 라부부 인형을 낚아채 떨어뜨리는 모습, 찰리 XCX의 ‘Girl, so confusing’에 따라 어깨를 들썩이는 여자들, 그리고(적어둔 메모를 확인한다) 숲속에서 코카인을 흡입하는 AI 고릴라의 모습까지. 다 보고 난 후 나는 눈을 감고 잠이 든다.
언젠가 종말의 시간이 온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기후 재앙이 눈앞에 닥쳐왔다는 조짐을 다룬 지구온난화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은 이제 벌써 거의 20년 전 영화다. 환경, 그리고 우리의 비판적 사고력을 사정없이 망가뜨리고 있는 AI의 상승세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경고 신호가 그토록 오랫동안 존재해왔음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2020년대에 우리가 맞게 될 종말론적 분위기가, 틱톡에서 군인들이 엘리 굴딩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보고, 곧이어 중국에서 웰시 코기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영상을 보는 방식으로 드러나게 되리라고는 말이다.
지금 특히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이 드는 건 틱톡만이 아니다. ‘디스토피아적’이라는 건, 세계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재난에 관한 영상이 ‘내가 하루 동안 먹은 것들’ 영상과 나란히 뜨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스타그램 같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같은 기분을 느낀다. 나는 단 몇 초 사이에 전쟁으로 파괴된 나라의 아이가 굶주리는 가슴 아픈 사진을 보고, 그 옆으로 2000년대에 케이트 모스와 피트 도허티를 찍은 텀블러 스타일의 사진들이 뜨는 걸 본 후, 곧바로 5등급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가운데 마이클 잭슨의 곡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의 영상을 보게 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늘 발생해왔으며, 폭력과 평범한 일상이 동시에 존재하는 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휴대폰을 통해 목격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끈질기게 연속적으로 몰아치는 지금의 광경은 예전에는 본 적 없었던 것 같다. 그뿐 아니라 이제는 완전히 일상적인 광경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체 정확히 무엇을 측정한단 말인가? 잔혹함에 대한 우리의 둔감성? 우리의 집단적 불안 수준? 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소셜 미디어가 특히 젊은 층의 정신 건강을 전반적으로 더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소셜 미디어에 ‘중독’됐던 이들은 자살 행동을 할 위험이 약 2배 더 높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는 어린이들에게 소셜 미디어가 흡연이나 도박만큼 해로울 수 있다고 한다.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뉴스를 보는 것이 시청자들의 정신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지어 한 연구에서는 2001년 9·11 테러를 다룬 뉴스 영상을 반복해서 본 사람들이 몇 년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징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현시점에서 소셜 미디어에 존재하는 것들이 우리 뇌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해도, 그게 좋은 영향일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지금 소셜 미디어는 우리를 일종의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휴대폰을 더 자주 내려놓는 게 타당한 판단일 것이다(스크린 타임을 3분의 1로 줄이는 데 성공한 직장 동료 래드를 칭찬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넓은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른 채 지내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정신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잔혹 행위를 외면하는 것 역시 암담하게 느껴지지는 않는가? 정보를 얻는 것과 우리 뇌의 화학작용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썩어버리지 않으면서도 계속 온라인에 연결되는 것,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은 없을까? 라이프스타일 코치 겸 팟캐스트 진행자들과 AI로 만든 도널드 트럼프 영상으로 어지러운 틱톡 추천 피드 대신,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뉴스 기사를 소비하는 게 더 맞는 선택인 걸까?
나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모른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그저 소셜 미디어가 그 어느 때보다 기괴해졌으며, 나는 인제 그만 그곳에서 빠져나와도 아무 상관 없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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