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스콧이 이야기하는 프로엔자 스쿨러의 미래
프로엔자 스쿨러가 로에베로 떠난 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의 후임자를 찾았습니다. 그 주인공은 브랜드 디오티마(Diotima) 창립자, 레이첼 스콧(Rachael Scott)입니다.

자메이카 혈통인 스콧은 올해 41세로, 20년 가까이 뉴욕과 밀라노를 오가며 경력을 쌓은 디자이너입니다. 코스튬 내셔널, J. 멘델, 엘리자베스 앤 제임스, 그리고 레이첼 코미 등 다양한 하우스를 경험했죠. 그녀는 자신과 다른 관점을 지닌 브랜드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는 2002년, 프로엔자 스쿨러를 론칭하며 뉴욕 패션계에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스콧 역시 2021년, 디오티마를 론칭하며 단숨에 뉴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했죠. 디오티마만의 반항적이고 혼돈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자메이카에서 만든 크로셰 톱과 드레스는 포스트 팬데믹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줬습니다. 레이첼 스콧은 2023년 CFDA가 수상하는 신인 디자이너상을 받았고, 바로 다음 해에는 CFDA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로 선정됐죠. 마크 제이콥스, 톰 브라운, 토리 버치, 그리고 프로엔자 스쿨러의 듀오를 제치고 달성한 업적이었습니다.

디오티마는 9월 15일, 브랜드 최초의 정식 런웨이 컬렉션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편 프로엔자 스쿨러 역시 9월 11일부터 시작되는 뉴욕 패션 위크 기간 중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2026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이번 컬렉션에도 스콧의 터치가 가미되었습니다. 올해 초, 프로엔자 스쿨러의 디자인팀이 그녀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비하인드가 밝혀졌거든요. <보그>가 두 번의 데뷔를 앞둔 레이첼 스콧을 만났습니다.
정식으로 합류하기 전, 당신이 생각하는 프로엔자 스쿨러는 어떤 브랜드였나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 제의를 받아들인 이유도 궁금합니다.
프로엔자 스쿨러는 전설적인 미국 브랜드죠. 잭과 라자로가 브랜드를 처음 론칭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저는 대학생이었고, 곧바로 프로엔자 스쿨러 팬이 되었죠. 다른 미국 출신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보다 글로벌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공예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그들이 초기에 선보인 브라 톱이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을 수락한 이유는, 프로엔자 스쿨러가 디오티마와는 완전히 다른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제나 도전하는 걸 즐기거든요. 브랜드의 유산과 코드를 먼저 이해한 뒤, 저만의 관점을 더할 생각입니다.
‘디오티마 우먼’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녀는 ‘프로엔자 스쿨러 우먼’과 무엇이 다른가요?
우선 공통점부터 얘기해볼까요? 둘 다 지적인 여성일 겁니다. 확실한 신념과 정체성을 갖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사람이죠. 디오티마를 입는 여성은 조금 더 관능적입니다. 약간은 에로틱한 면도 있지만, 외부 영향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프로엔자 스쿨러에 약간의 관능미를 더한다면 더욱 재밌는 그림이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디오티마와는 또 다른 관능미 말이죠. 프로엔자 스쿨러 우먼은 굉장히 우아하고 세련된 사람일 겁니다. 동시에 여유롭고, 지나치게 고고하지 않죠. 반항적이고 어딘가 정돈되지 않은 디오티마 우먼과는 다릅니다. 저에게는 프로엔자 스쿨러 우먼 같은 면모도 있고, 디오티마 우먼 같은 면도 있죠.
프로엔자 스쿨러에 합류한 뒤 가장 놀란 점은 무엇인가요?
함께 일할 팀원, 그리고 스튜디오가 있어 기쁠 뿐입니다. 다가올 2월, 정식으로 선보일 데뷔 쇼가 벌써 기대되는군요. 컬렉션을 구상하고, 소재를 개발하는 팀원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생각입니다.
어려움은 없을까요?
저는 꽤 낙관적인 성격입니다. 큰 도전이나 어려움에 직면해도 좌절하지 않죠. 브랜드를 180도 바꿔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프로엔자 스쿨러는 이미 아름다운 유산을 지니고 있잖아요. 저는 단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급진적인 혁명이 아닌, 자연스러운 진화 말이죠. 프로엔자 스쿨러와 오랜 시간 함께해온 팀원들이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습니다. 모두에게 제 관점을 이해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죠.
다음 주 있을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힌트를 준다면?
우선 ‘프로엔자 스쿨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예리한 테일러링을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잭과 라자로가 즐겨 썼던 컬러는 물론, 기존에는 잘 쓰지 않았던 컬러도 있고요. 가장 큰 차이는 물질성입니다. 저는 감촉과 질감, 그리고 소재에 집중하는 디자이너거든요.
남성 듀오가 론칭한 브랜드를 이어받은 여성 디자이너가 됐습니다. 큰 차이점일까요?
물론입니다. 저는 남성 디자이너는 물론 여성 디자이너 밑에서도 일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남성이 여성복을 만드는 것과 여성이 여성복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걸 배웠죠. ‘남성 디자이너는 제대로 된 여성복을 만들 수 없다’라고 얘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단지 여성의 입장과 감정을 완벽하게 이해하기가 어려울 뿐이죠. 저는 이 브랜드에 약간의 관능미와 감수성을 더하고 싶습니다. 그 부분이 많은 사람들에게 와닿았으면 좋겠어요.
원래도 잭, 라자로와 아는 사이였나요?
아니요. 하지만 브랜드의 전 CEO 케이 홍(Kay Hong)과는 아는 사이였습니다. 2023년, 제가 CFDA/보그 패션 펀드에서 2등을 했을 당시 그녀가 제 멘토였거든요. 라자로에게 큰 도움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작년 9월쯤이었죠. 당장 며칠 뒤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여야 하는데, 제가 신을 신발의 배송이 지연되고 있었습니다. 케이가 UPS에 전화를 걸어 방법이 없을지 찾아보고 있었죠. 그때 라자로가 케이에게 이렇게 얘기했다더군요. “만약 필요한 날짜까지 배송되지 않는다면, 그녀가 저희 스튜디오로 와서 원하는 신발을 가져가도 좋아요.” 그 이야기를 전해 듣자마자 울음이 터졌습니다. 그런 식으로 호의를 베푸는 디자이너는 정말 드물거든요. 그리고 몇 달 뒤, CFDA는 프로엔자 스쿨러가 아닌 저를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로 뽑았습니다. 어떻게 제가 그들을 이길 수 있었는지 아직도 잘 이해가 안 되지만 말이죠! 수상 소감을 발표할 때도, 라자로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프로엔자 스쿨러의 새 CEO, 시라 수베이크 스나이더(Shira Suveyke Snyder)에게 브랜드를 이끌어달라는 제의를 받은 뒤에는 잭과 라자로와 줌 미팅을 갖기도 했고요.
결국 프레젠테이션 때 프로엔자 스쿨러 신발을 신었나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쉽다고 해야 할지, 신지 않았습니다. 제 신발이 쇼 당일 아침 7시에 도착했거든요!
줌 미팅 때는 무슨 이야기를 나눴죠?
1시간 30분간 이어진 미팅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는 방식, 그리고 공예 등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잭과 라자로에게도 브랜드를 떠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그들은 브랜드를 론칭한 이래 쭉 뉴욕에서만 활동해왔으니까요. 파리는 미국 출신 디자이너들에게 그리 호의적인 도시가 아닙니다.
그들이 프로엔자 스쿨러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린 모든 것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프로엔자 스쿨러는 21세기 미국 패션의 상징과도 같은 브랜드거든요.
이제 당신은 디오티마와 프로엔자 스쿨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죠. 두 팀을 동시에 관리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을 겁니다.
저는 커리어 내내 남을 위해 일해왔습니다. 저와는 다른 관점을 지닌 타인 말이죠. 그게 저에게는 일종의 훈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디오티마는 독특한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두 브랜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수월할 것 같아요. 디오티마에서는 조금 더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허용되죠. 반면 프로엔자 스쿨러에는 몇 가지 규칙이 존재합니다. 깨서는 안 되는 규칙이요. 개인적으로 라울 펙(Raoul Peck)의 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아이티 대지진 이후, 그는 아이티에 관한 영화를 두 편 제작했어요. 하나는 다큐멘터리, 그리고 다른 하나는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테오레마>를 모티브 삼은 픽션 영화죠. 영화 두 편을 거의 동시에 촬영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며 형식의 한계를 느낄 때마다 픽션을 촬영하고, 또 픽션 영화의 한계를 맞닥뜨리면 다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식으로요. 제 접근법 역시 비슷할 듯합니다.
지금 프로엔자 스쿨러에서는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일하고 있나요?
네, 마리카 엘라 에임스(Marika Ella Ames)요. 디오티마에서도 쭉 그녀와 함께해왔습니다. 그녀는 정말 재능이 넘치는 스타일리스트죠.
레이첼 스콧의 프로엔자 스쿨러 쇼에는 어떤 모델들이 등장할까요?
디오티마의 쇼에서 찾아볼 수 있을 법한 모델 반, 그리고 프로엔자 스쿨러의 쇼에서 찾아볼 수 있을 법한 모델 반! 저는 어떤 상황이건 ‘믹스’를 선호합니다.
디오티마에서는 불가능하지만, 프로엔자 스쿨러에서는 가능한 일도 있을까요?
예를 들어줄 수 있나요?
음… 셀럽 드레싱이 예가 될 수 있겠군요. 잭과 라자로는 많은 ‘잇 걸’들에게 프로엔자 스쿨러를 입히곤 했으니까요.

언젠가는 이자벨 위페르가 제 옷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군요. 하지만 가장 기대하는 것은 저에게 주어질 수많은 수공예 관련 자원입니다. 예를 들면 특정 공법에 특화된 값비싼 기계처럼요. 디오티마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추천기사
-
여행
러너라면 주목! 마라톤 대회 3
2025.04.04by 이정미
-
패션 뉴스
비욘세부터 니콜 키드먼까지, 2026 멧 갈라 공동 의장
2025.12.11by 오기쁨
-
패션 아이템
신난다! 마구 들썩이는 2026 스커트 트렌드 7가지
2025.12.11by 하솔휘
-
아트
우리는 무엇으로 살까, 올해를 되돌아볼 책 4
2025.12.08by 조아란
-
패션 아이템
사고 싶은 옷이 없는 요즘,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는 겨울 액세서리 5
2025.12.16by 안건호
-
패션 아이템
입지 말고 신으세요, 내년에 정점을 찍을 모피!
2025.12.15by 황혜원, Paulina Berges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