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엔자 스쿨러가 꼽은 최고의 패션쇼
누구나 좋아하는 패션쇼가 있습니다. <보그> 사무실에선 늘 패션쇼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의상과 무대, 특별한 퍼포먼스 또는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 패션쇼는 가장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죠. 최근에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잊을 수 없는 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질문에 가장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패션 디자이너’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시즌마다 8분 정도(톰 브라운의 경우 45분) 길이의 쇼를 선보이기 위해 의상부터 컨셉까지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들 말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패션쇼’와 ‘최고로 꼽은 다른 디자이너의 쇼’는 어떤 것인지 두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찻잎 점을 보기 위해 컵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들의 대답은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하며 ‘아, 이건 정말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할 것입니다. 알렉산더 맥퀸, 헬무트 랭 등 이 목록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디자이너가 몇 있긴 하지만, 특정 컬렉션이 두 번 이상 언급된 디자이너는 세 명에 불과합니다. 마크 제이콥스를 시작으로 사바토 데 사르노, 시몬 로샤, 피터 뮐리에, 안나 수이, 이자벨 마랑, 톰 브라운 등 현재 활약하고 있는 이 시대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패션쇼를 만나보세요.
잭 맥콜로(Jack McCollough) & 라자로 에르난데스(Lazaro Hernandez), 프로엔자 스쿨러
당신이 참여한 컬렉션 중 가장 기억나는 쇼는 어떤 것인가요?
JM: 과거의 컬렉션을 떠올리면, 학교 졸업 앨범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힘들었던 일, 과거에 있었던 민망한 일이 떠오르죠. 자신의 과거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프로엔자 스쿨러의 2015 F/W 컬렉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컬렉션을 디자인하며 해방감 같은 걸 느꼈거든요. 예술가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가 펠트 조각을 잘라 완성한 작품, ‘Permutation Pieces’에서 영감받은 컬렉션이었습니다. 당시 아무런 목표를 두지 않고 피팅 세션을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클래식한 셰이프, 심플한 스타일로부터 시작했죠. 즉석에서 가위로 원단을 이리저리 자르며 옷이 몸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구현했고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디자인이 탄생했고,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죠. 지금도 그 기분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LH: 당연히 모든 쇼가 기억에 남지만, 가장 특별한 것은 2022 S/S 컬렉션입니다. 팬데믹 이후 첫 쇼였거든요. 당시에는 영원히 패션쇼를 선보일 일이 없을 줄로만 알았습니다. 적극적으로 도와준 여러 친구들 덕분에 리틀 아일랜드에서 쇼를 열 수 있었죠. 리틀 아일랜드가 다시 대중에게 개방된 직후였습니다. 수백 명의 뉴요커를 초청했는데, 오랜만에 야외에 모인 인파를 보며 모두가 생소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1년 만에 프로엔자 스쿨러 팀이 한곳에 모였고, 쇼는 석양을 배경으로 진행됐습니다. 모두가 고난에 맞서 싸우는, 에너지 넘치는 순간이었죠.
다른 디자이너의 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쇼를 꼽는다면요?
JM: 요지 야마모토의 1999 S/S 컬렉션이요. 그때는 지금처럼 쇼가 끝나자마자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잖아요. 제가 요지 야마모토의 1999 S/S 컬렉션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쇼 영상이나 이미지가 아니었습니다. 뉴욕의 그랜드 스트리트에 위치한 요지 야마모토 매장이었죠. 매장에 몇 시간이나 머물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모든 아이템을 뒤집어도 보고, 만져도 보며 세세하게 탐구했죠. 그렇게 오랫동안 옷을 구경하고 있는데, 결국 직원이 다가와 그만 나가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영업 종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몇 달 뒤, 1999 S/S 컬렉션 영상을 처음으로 보게 됐습니다. 20세기 중반의 꾸뛰르와 요지 야마모토만의 해체주의를 결합한 듯한 컬렉션은 정말이지 엄청났습니다. 요지 야마모토의 1999 S/S 컬렉션은 분명, 우리 시대 최고의 쇼 중 하나입니다.
LH: 헬무트 랭의 2001 S/S 컬렉션이요. 학교를 빠지고, 뭐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쇼장 근처로 향했죠. 그때 저는 헬무트 랭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헬무트 랭이 세상의 중심이었죠. 주변을 서성거리는 저를 본 한 PR 회사 직원이 쇼장에 들어가고 싶냐고 물으며 스탠딩 티켓을 주더군요. 제가 실제로 본 첫 쇼였습니다. 운 좋게도, 지금까지 2001 S/S 컬렉션은 헬무트 랭의 가장 상징적인 쇼로 남아 있고요. 그때 쇼를 보며 느낀 모든 감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잭과 함께 프로엔자 스쿨러를 이끄는 제가 따라가야 할, 일종의 지표 같은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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