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프로엔자 스쿨러 디자이너 커플이 사는 꿈의 별장

2023.02.20

by VOGUE

    프로엔자 스쿨러 디자이너 커플이 사는 꿈의 별장

    차가운 콘크리트 도시에서 온전한 휴식을 갈망하던 프로엔자 스쿨러의 잭 맥콜로와 라자로 헤르난데즈. 매사추세츠의 한적한 시골에 자리한 별장은 그들에게 창의적 예술성을 끌어낸다.

    1792년 클랩보드로 지어진 농가가 43만㎡(13만 평)에 달하는 드넓은 대지 한복판에 자리한다.
    “저희는 정통성을 지닌 곳을 찾고 있었죠.” 라자로 헤르난데즈가 말했다.

    20년 전, 잭 맥콜로(Jack McCollough)와 라자로 헤르난데즈(Lazaro Hernandez)는 뉴욕 맨해튼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났다. “고등학생 시절, 저는 옷을 직접 만들어 입으며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 밴드의 투어를 따라다니던 열성적인 히피족이었어요. 패션을 좋아하는 수줍은 소년이었죠.” 잭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라자로는 완전히 반대였어요. 마이애미에서 온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였죠.” 둘은 파슨스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을 서로 알게 되면서 한층 가까워졌다. 강의실 한쪽에서 크리스찬 디올이 1957년 출간한 자서전 <Dior by Dior>을 읽은 둘은 매 시즌 컬렉션을 준비할 때마다 파리 남부 퐁텐블로의 별장이나 프로방스 성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수백 번 스케치를 반복하던 무슈 디올의 모습을 발견했다. 크리스찬 디올만큼이나 열정으로 가득하던 잭과 라자로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자신들만의 브랜드 ‘프로엔자 스쿨러’를 론칭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그들은 뉴욕이 아닌 시골에 별장을 마련했다. “뉴욕 생활은 늘 정신없이 빡빡하게 돌아갔어요. 친구들과 어울리며 제멋대로 살았죠. 그러다 맨해튼에서의 삶으로부터 안식을 찾고 싶어졌죠.” 라자로는 나이트클럽과 집을 번갈아가며 주말 내내 화려한 파티를 열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말했다.

    작업실에 앉은 라자로 헤르난데즈와 잭 맥콜로, 반려견 무스.

    두 사내는 바쁜 스케줄에도 틈틈이 매사추세츠의 시골 마을을 둘러보러 다녔다. 인구밀도가 낮은 버크셔 지역의 어느 동네 식료품점에서 부동산 팸플릿 하나를 집어 들었고, 곧 ‘완벽한 형태’의 집을 촬영한 흑백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저희는 도널드 저드(Donald Judd) 스타일에 심취해 있었어요. 사진 속 그 집이 딱 저드가 만든 박스처럼 보이더군요.” 1792년 클랩보드로 지은 농가였던 이곳은 매사추세츠의 외진 동네에 자리한다. 43만㎡(13만 평)에 이르는 드넓은 대지, 언덕 위에 자리해 집 안쪽에서 밖을 내다보면 정원을 가로질러 숲까지 눈에 들어오고 집 앞에는 조그만 개울과 폭포, 꽤 깊이 파인 근사한 수영장이 있다.

    미란다 브룩스가 일궈낸 로맨틱한 1층 화단은 본채의 스텐실 장식(오른쪽 아래 다이닝 룸 벽에 보이는)에서 영감을 받았다.

    농가의 첫인상을 묻자 라자로가 당시를 회상했다. “허물어지기 직전이었어요. 오래됐지만 세세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를테면 다이닝 룸에 있는 핸드 스텐실 장식, 난방을 위해 양모를 채운 독특한 플라스터(석고, 물 등으로 이루어져 마르면 경화하는 건축자재) 벽, 널찍한 판으로 된 바닥, 어떤 가구를 들고 지나가도 될 만큼 큰 거실 문 등이오. 정통성을 지닌 뭔가를 찾고 있던 저희에게 이 집의 뼈대만큼은 진짜 ‘오리지널’이었죠.”

    잭과 라자로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이 집은 알고 보면 꽤 흥미로운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찰스 2세의 칙령에 명명된 코네티컷 식민지 개발 특허권을 가진 소유자 중 한 사람의 가족이 이 집을 지었고, 나중에 이곳은 노예해방 비밀 조직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Underground Railroad)에서 활동하다 도망 다니던 노예들의 은신처가 되었다.

    다이닝 룸.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집의 뼈대가 나올 때까지 모든 것을 해체했다. 자연 속에 자리한 정원의 모습을 꿈꾸던 그들은 친구이자 조경 전문가(그리고 <보그>의 컨트리뷰팅 에디터이기도 하다)인 미란다 브룩스에게 정원을 손봐달라고 부탁했다. “여기 있는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 유지되기를 원했어요. 미란다는 누구보다 ‘그대로의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죠.” 미란다가 실행한 첫 번째 프로젝트는 높다란 너도밤나무를 울타리로 활용해 큰길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울타리 속에 틈을 만들어 1층 화단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보시다시피 이곳에는 튀는 색상의 가구나 소품이 없어요.” 우아한 나카시마(Nakashima) 가구, 투아레그(Tuareg) 짚과 가죽 매트, 베니 워레인(Beni Ourain)의 울 러그 등 빈티지 가구와 소품을 가리키며 말했다. 미란다는 이런 색조를 단서로 활용하여 블랙 아이리스, 아미초, 하얀 수국을 정원에 정성스레 심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잔디밭에 묻혀 있던 18세기 과거의 집주인들이 자연석으로 만든 파티오를 찾아냈다.

    베니 워레인의 울 러그가 투박한 미드 센추리 스타일의 미학을 표현한다.

    투박한 집의 앞쪽은 나무가 활처럼 가득 둘러싸고 있고 뒤쪽은 제멋대로 자란 야생 삼림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었다. 맥콜로는 2만㎡(6,000평)에 달하는 목초지를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확 트인 전망을 보존하고 싶었다. 집 한쪽 측면에는 계단식 밭을 만들어 채소와 검은딸기 등을 심을 수 있도록 층층이 계단밭과 평지가 조화롭게 만들었다.

    밝은 청색을 띠는 콘크리트로 만들었던 풀장은 데이지, 원추리, 목초지 꽃이 자라는 자연미 넘치는 조경과 과수원으로 재구성했다. 정원을 가로지르는 잘 손질된 길 위에는 클로버가 수북이 자라고 있었다.

    짙은 색조의 긴 풀장 주위로 데이지, 원추리, 목초지 꽃이 자연 그대로의 조경을 더한다.

    “옷이라는 것은 저희가 잘 재단해 우아한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거잖아요. 반면 정원은 끊임없는 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더군요. 식물이 죽고, 자리를 옮기고, 색을 바꾸고, 또 어떨 때는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기도 하고, 날씨에 영향을 받기도 하면서 말이죠.” 라자로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이들은 주말이면 반려견 무스를 데리고 이곳에 온다. 흡사 흑곰이 떠오르는 상냥한 뉴펀들랜드종 무스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집 안 곳곳을 성큼성큼 걸어 다니고 있었다. “금요일 밤에 이곳에 도착하면 짓눌린 어깨가 금세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져요. 그리고 긴장이 확 풀리죠. 침실은 커튼 하나 없이 해가 뜨는 동쪽으로 향해 있지만 저희는 아침까지 푹 잘 수 있답니다.” 잭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희는 12시간씩 자요. 원기가 제대로 회복되죠. 도시에서 저희가 하는 일은 굉장히 치열하잖아요?” 라자로가 말을 이었다.

    숲에 둘러싸인 소박한 오두막은 두 번째 디자인 작업실로 사용한다.

    언젠가  책에서 보았던 크리스찬 디올의 시골 저택처럼 듀오 디자이너에게 이 소박한 피난처 역시 창의적인 에너지의 위대한 원천으로 거듭났다.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농가를 디자인 스튜디오로 애용하고 조금 더 모험심이 발동할 때면 본채 뒤편, 숲속에 있는 오두막을 사용하기도 한다. “컬렉션을 준비할 때는 하루 12시간 정도 스케치하면서 9일간 머물러요.” 잭이 말했다. “겨울에는 큰 소용돌이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 정오에서 3시간 정도 지나서 해가 지죠. 그러면 영원한 밤같이 느껴지거든요.” 그러자 라자로가 설명을 더한다. “한 4~5일 지나면 자면서도 드로잉을 할 수 있게 돼요.”

    최근 투자자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면서 복잡한 일을 겪은 후 잭과 라자로는 브랜드에 대한 소유권을 되찾았다. 그리고 새로운 CEO와 새 팀을 꾸려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을 다시 찬찬히 생각해보고 있어요. 회사를 소유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죠.” 라자로가 이어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적인 면을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브랜드를 이끌어나간다는 건 단순히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이죠. 완전히 새로운 책을 써 내려가는 것과 같죠. 어찌 보면 피고용인이 된 것과 다름없죠. 회사와 사랑에 빠지게 되니 기분이 좋군요.” 스케치와 원단, 이미지로 가득한 디자인 작업실에서 두 사람은 사색하듯 말했다. 눈을 돌리면 자연이 마주하고, 푸른 들판이 펼쳐지는 투박한 시골집에서 가장 평화롭게 일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글쓴이
      Hamish Bowles
      포토그래퍼
      Simon Up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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