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핀 아르노가 말하는 ‘미래의 디자이너’
씨앗을 심고 정성으로 가꾸며 꽃이 피길 기다린다. 델핀 아르노는 패션의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이런 과정을 11년간 반복해왔다.

델핀 아르노(Delphine Arnault)가 지난해 12월 1일 영국패션협회가 주최하는 패션 어워즈에서 ‘특별 공로상(Special Recognition Award)’을 수상했다. “델핀은 수년간 디올을 훌륭하게 이끌어온 ‘패션 리더’입니다. 저를 비롯해 모두가 그녀의 세심함과 지혜에 경외심을 느낍니다.” 안나 윈투어는 아르노를 이렇게 소개했다.
아르노는 맥킨지앤컴퍼니에서 짧게 일한 후 2000년 LVMH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갈리아노의 개인 브랜드에서 1년간 일한 뒤, 디올 부전무이사로 임명됐다. 2013년부터 루이 비통 부사장으로 근무한 그녀는 2023년부터 디올 회장 겸 CEO를 맡고 있다.
델핀 아르노가 루이 비통과 디올에서 이룬 업적은 25년에 걸친 그녀의 ‘패션 이력서’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부분이 아니다. 아르노는 2014년 LVMH 프라이즈를 창설한 후 재능 넘치는 젊은 디자이너들을 지원해왔다. 수상자에게 상금을 수여하고 LVMH 전문 팀과 함께하는 테일러링 관련 멘토링 세션을 1년 동안 제공하면서 말이다. 안나 윈투어는 LVMH 프라이즈가 단순한 상을 넘어 일종의 등용문이자 보증수표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LVMH 프라이즈는 100% 델핀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디올 하우스는 2020년부터 BFC 재단 석사 장학금을 제공하며 영국의 남성복 전공자에게 멘토십의 기회와 등록금,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아르노는 최근 여성복 전공자에게도 같은 기회를 제공할 거라 밝혔다. <보그>가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델핀 아르노를 만났다.
LVMH 프라이즈를 창설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패션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지원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창의성과 대담함을 전면에 내세우고 파리를 패션, 꾸뛰르, 문화와 ‘사부아 페어’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도록 돕는 일은 언제나 제 가장 큰 야망이었죠.
LVMH 프라이즈가 시작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딱 한 순간을 꼽을 순 없습니다. 재능 넘치는 이들과 함께한 모든 시간 덕분에 제가 패션의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 역시 바뀌었죠. 명문 대학을 졸업한 디자이너도, 독학으로 패션을 공부한 디자이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 고유의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LVMH 프라이즈를 거쳐 간 디자이너들은 안나 윈투어, 칼 라거펠트, 조나단 앤더슨, 니콜라 제스키에르, 피비 파일로 등 업계 ‘거물’들과 교류했습니다. 이런 순간들은 그들에게도 결정적으로 작용했죠. 결국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각자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브랜드를 론칭하고 운영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담력, 끈기, 끝없는 적응력이 필요한 일이죠. 말 그대로 인생을 걸어야 합니다.
LVMH 프라이즈는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인큐베이터이자 온실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레이스 웨일스 보너, 뎀나, 버질 아블로, 자크뮈스··· 수많은 디자이너가 LVMH 프라이즈를 거쳐 간 뒤 결국 패션계를 움직이는 중심축이 됐죠.
LVMH 프라이즈를 10년 넘게 주관하며 배운 점은 무언가요?
대담한 태도는 언젠가 보상받는다는 것. 창조란 끊임없이 생동하는 유기체나 다름없으며, 그것이야말로 나를 움직여온 동력이라는 사실. 전승, 만남, 협업, 호기심과 열정··· 이 모든 것이 ‘창작’이라는 생태계를 이룬다는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디올 하우스의 임무는 사부아 페어 정신을 계승하고, 재능 있는 디자이너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LVMH 프라이즈 덕분에 그 목표 의식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지금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접근성’입니다. ‘두 개의 컬렉션을 선보인 경험이 있을 것’이라는 조건만 충족된다면 누구나 LVMH 프라이즈에 지원할 수 있죠.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LVMH 프라이즈의 스카우트 팀은 분주히 숨은 재능을 찾고 있습니다.
LVMH 프라이즈의 역할은 결국 젊은 디자이너들이 ‘패션 생태계’에 접근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포토그래퍼, 메이크업 아티스트, 모델, 에디터와 바이어에 이르는 패션계의 핵심 인물들과 연결 고리를 형성하고 비즈니스를 확장할 발판을 제공하는 거죠.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세미 파이널리스트 20명은 모두 풍부한 경험과 영감을 안고 돌아갈 수 있습니다. 미래에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을 지원할 수 있길 바랍니다. 지금은 경쟁이 더 치열해졌으니까요.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합류가 발표됐을 무렵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오래전부터 조나단 앤더슨의 비전을 믿어온 입장에서 신인 디자이너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뭘 보며 그가 ‘롱런’할 거라고 판단하나요?
조나단은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은 물론 오뜨 꾸뛰르까지 디자인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다재다능하고 성실하죠. 지금 패션계는 조나단의 창의력과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중한 디자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그가 디올 디자이너인 것이 자랑스러울 뿐이에요. 앞으로 그가 재해석할 디올의 유산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됩니다. 성공 비결은 성실하게 일하고 끊임없이 재창조하는 것입니다. 호기심과 대담함을 가져야 하고요.
최근 많은 디자이너가 데뷔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2026 봄/여름 시즌이 보여준 ‘패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지난 25년 가운데 가장 뜨거운 시즌이었습니다. 그 자체로 흥미로운 ‘실험의 장’이었죠. 물론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이 최전선에 있었고요!
영국패션협회와 함께하는 장학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그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BFC 디올 맨 MA 장학 프로그램은 2020년부터 수많은 학생을 지원해왔습니다. BFC 재단과의 협업을 통해 디올은 멘토십과 업계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탁월한 재능을 발굴·육성해왔죠.
장학금 수여 대상자는 영국에서 남성복 디자인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모든 학생이며, 석사과정 기간에 맞춰 격년으로 수여합니다. 등록금 전액은 물론, 학업 비용과 생활비 일부를 지원하죠. 2024년 수상자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조지 즈베르코(George Zverko)였습니다. 장학생들은 디올 맨 디자인 팀의 멘토와 직접 연결되며, 장학금 수여 기간 내내 그의 조언과 함께 지도를 받게 되죠. 이제 여성복을 전공하는 학생에게도 같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기쁠 뿐입니다. 두 부문의 장학생 모두 패션계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여성복 장학생을 선정하는 과정은 그 전과 동일합니다. 사라 무어가 위원장을 맡고, 디올 소속의 대표자와 여러 업계 전문가가 심사를 담당하죠.
막 커리어를 시작한 디자이너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언제나 대담한 태도를 유지할 것. 자신을 성장시킬 힘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부딪혀볼 것. 실패나 다름을 두려워하지 말 것.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건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입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마세요.
젊은 디자이너들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역량은 뭔가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개성을 갖출 것. 대담함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산을 지켜나가는 동시에 재해석해야 하고요.
2026년을 예측한다면?
어느 때보다 창의적인 해가 될 거예요! 다가올 패션 위크가 기대됩니다. VK
- 글
- Elektra Kotsoni
- 사진
- GettyImagesKorea
추천기사
-
뷰티 트렌드
소녀시대 멤버들은 요즘 어떤 머리를 할까 #뷰티인스타그램
2025.12.16by 하솔휘
-
패션 뉴스
도쿄에서 열리는 라프 시몬스의 특별한 아카이브 이벤트
2025.12.23by 오기쁨
-
패션 뉴스
경매장에서 생긴 일
2025.12.29by VOGUE
-
패션 트렌드
당신의 추구미와 도달미는 무엇입니까?
2025.12.29by 황혜원, 한다혜
-
패션 뉴스
플립플롭, 라부부, 오아시스 버킷 햇! 2025년을 대표하는 아이템 15
2025.12.25by 황혜원, Laia Garcia-Furtado
-
여행
에메랄드빛 해변에서의 달콤한 꿈
2025.03.22by 김나랑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