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엔 성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코에드 패션’이 트렌드!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패션이 다시 힘을 얻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밀라노, 런던에서 파리에 이르기까지, 패션계는 그 어느 때보다 성별 코드에서 자유로워진 모습이죠. 디올의 조나단 앤더슨처럼 유연하고 전복적인 디자이너들이 이 흐름을 주도하는 중입니다. 덕분에 런웨이 위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실루엣 구별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앤더슨의 디올 2026년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이색적인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6월 선보인 남성 컬렉션의 디테일을 여성 실루엣에 적용한 것이죠. 바 재킷의 길이를 줄이고, 미드나잇 블루 컬러의 케이프는 회색과 버건디색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말이에요. 앤더슨만 이런 장난스러운 시도를 한 건 아닙니다. 듀란 랜팅크는 장 폴 고티에의 관능적인 트롱프뢰유 기법에서 영감을 얻어 여성용 점프수트에 남성의 나체를 문신처럼 프린트해 내놓았습니다. 성별 경계가 허물어진 ‘노멀코어 2.0’ 시대가 열린 셈입니다.
노멀코어는 2010년대 처음 등장한 표현으로, 개성적 요소를 배제한 중성적 느낌의 옷을 통해 편안함과 단순함, 그리고 기능성을 강조하는 미학을 일컬었습니다. 제리 사인펠드와 캐롤린 베셋 케네디의 절제된 우아함이 대표적이죠.
성별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패션계의 흐름이 노멀코어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요? 노멀코어는 이분법을 거부하고 유동적 정체성을 지향하는 ‘논바이너리 철학’과도 맞닿아 있거든요. 현대사회에서 ‘스타일’이란 더 이상 특정한 성별이나 범주에 자신을 포함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죠. 오히려 규범적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탄생한 것이 젠더리스 트렌드였고요.
앞서 미우치아 프라다는 미우미우를 통해 성별 코드를 지우고, 보다 자유롭고 포용적인 표현의 길을 열었습니다. ’뉴욕 타임스’ 기자 제이컵 갤러거는 그녀를 두고 ‘노멀코어 럭셔리의 기수’라고 표현했습니다. 미우미우 이후 스웨이드 봄버 재킷이나 프레피한 폴로 셔츠, 그리고 원래는 여성용으로 만든 아방튀르 백을 든 남성을 보는 건 제법 흔한 일이 됐죠. 미우치아가 선구자였던 셈입니다.
2023년 루이 비통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임명된 퍼렐 윌리엄스 역시 포용성을 자신의 핵심 가치로 삼았습니다. 그는 데뷔 쇼를 앞두고 <보그 런웨이> 기자 루크 리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사람들은 제가 남성복을 디자인한다고 말하죠. 하지만 아니에요. 저는 인간을 위한 옷을 디자인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당시 리치는 런웨이 오디션 현장 아래층에서 여성 모델들과 마주쳤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대형 패션 하우스를 이끌게 된 젊은 디자이너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성별을 런웨이에 세우는 ‘코에드 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거든요. 셀린느의 마이클 라이더는 2026년 봄/여름 시즌 코에드 쇼에 도전했고, 캘빈 클라인 컬렉션의 베로니카 레오니와 베르사체의 다리오 비탈레 역시 남성복과 여성복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무대를 연출했습니다. 이들에게 코에드 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도구가 된 셈이죠.
물론 한계는 존재합니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남성복과 여성복 라인이 충분히 DNA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런웨이에 올라도 된다고 주장하죠. 하지만 실상 컬렉션이 통합되는 건 대체로 경제적 이유 때문입니다. 남성복이 소홀히 다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제이컵 갤러거의 지적입니다.
올해 초, 영국패션협회는 런던 패션 위크의 ‘6월 에디션’을 취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12년 이래로 매년 6월마다 런던에서는 줄곧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여왔죠.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런던에서는 남성 패션을 독립적으로 조망하지 않는다는 의미였습니다.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패션 산업이 직면한 도전 과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패션 환경 속에서도 영국 남성복 디자이너들의 목소리를 지켜내겠다는 제 의지는 변함없습니다.” 당시 협회 대표 캐롤라인 러시가 <보그 비즈니스>에 전한 말입니다.
러시는 그렇게 말했지만, 협회의 결정 후 우리는 남성복 브랜드와 그 컬렉션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남성복은 사실 여성복에 비해 가시성이 현저히 떨어지잖아요. ‘코에드 쇼’가 대세가 되어가는 지금, 과연 남성복만 다루는 패션 위크가 앞으로도 패션계에서 주요 이벤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 정당성을 지킬 수 있을까요? 답은 시간만이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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