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의 전 남자 친구와 사귀었고, 아직도 그 행동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연예계를 뒤흔든 엄청난 스캔들이 있습니다. 바로 리얼리티 TV 시리즈 <서머 하우스(Summer House)> 출연자 아만다 바툴라(Amanda Batula)와 웨스트 윌슨(West Wilson)이 교제 중이라는 소식이었죠. 두 사람의 연애가 알려진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미국에서는 이들을 둘러싼 헤드라인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낯선 이름일 거예요. 어떤 이유 때문에 두 사람의 열애가 이토록 이슈가 됐냐고요? 바툴라가 윌슨의 전 여자 친구 시아라 밀러(Ciara Miller)와 절친이었기 때문이죠. 밀러 또한 <서머 하우스> 출연자였고, 윌슨과의 관계에 대한 푸념을 바툴라에게 털어놓기도 했죠. 바툴라는 친구의 전 애인과는 엮이지 않는다는 여성들 사이 암묵적 규칙, ‘걸 코드(Girl Code)’를 어긴 거예요.
두 친구가 같은 남자를 두고 얽힐 때 생기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무엇인지,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인생 처음으로 진지하게 사귀었던 남자의 전 여자 친구가 제 베스트 프렌드였거든요. 아, 그 남자와는 정말 진지했어요. 처음으로 “사랑해”라는 말을 했고, 처음으로 성관계를 가졌고, 처음으로 내 마음을 산산이 부순 사람이었으니까요.
세이디(가명)와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였습니다. 그 나이 학생들이 그렇듯,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아주 단순한 공통점 하나만으로 금세 가까워졌죠. 늘 옆자리에 앉았고, 매일 밤 서로에게 전화를 걸었으며, 주말에는 우리 집에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같이 시청하곤 했습니다. 여자중학교였던 만큼 남자와의 접촉은 전혀 없었죠.
신분증 검사가 허술하기로 유명한 클럽 파티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비로소 이성과 어울리게 됐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톰(역시 가명)을 처음 만났어요. 금발에, 키가 크고, 나이는 우리보다 한 살 많았죠. 낡은 경차를 몰았고, 말보로 담배 한 갑을 늘 갖고 있었으며, 자신감이 넘쳤고요. 톰은 세이디를 처음 본 순간 바로 반했습니다. 세이디는 아주 귀여운 스타일이었거든요. 둘은 몇 차례 영화관 데이트를 했고, 클럽 구석에서 키스를 했으며, 밤새 온라인 메신저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시작만큼 빨리 끝났습니다. 6주 만이었죠.

하지만 저와 톰의 관계는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이전처럼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고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가 나에게 조금 관심을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톰이 제 헤어스타일과 옷을 칭찬하는 일이 잦았고, 바에서 술을 사준다거나 같이 택시를 타고 가는 일이 늘었습니다. 세이디와 저는 이전까지 단 한 번도 같은 남자를 두고 경쟁한 적이 없었습니다. 애초에 아는 남자가 없었으니까요.
싸구려 술 몇 잔에 판단력이 흐려진 어느 날 밤, 저는 톰과 키스를 했습니다. 세이디는 그 모든 현장을 목격했고, 곧바로 자리를 떠났죠. 울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어요. 그냥 충격, 그 자체였던 거예요. 저는 세이디의 반응이 너무 두려웠습니다. 최악의 행동을 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돌아온 월요일, 학교에서 마주한 세이디는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습니다. “나, 이미 걔랑 헤어졌잖아.”
저는 그 말을 겉으로 드러난 의미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일종의 허락처럼 해석한 거죠. 이후 사랑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아주 전형적인 첫사랑이었어요. 방금까지 미래의 아기 이름을 이야기하다가, 바로 다음 순간 존재하지도 않는 잘못을 두고 서로에게 분노를 쏟는 그런 관계 말이에요. 그 시절 제 일상은 전부 톰이었습니다. 입만 열면 톰 이야기뿐이었어요. 당연히 세이디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겠죠.
처음에는 세이디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녀는 이미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죠. 곧 그녀의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점점 말수가 줄고 위축된 모습을 보였죠. 파티에서는 술에 취해 톰에게 ‘들이대기’ 시작했고요. 그를 다시 빼앗을 수 있을지, 스스로 시험해보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나중에는 그 대상이 다른 친구들의 남자 친구로 넓혀졌고요. 자기도 다른 누군가의 남자를 빼앗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한 태도였어요.
그러니 누가 그녀를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그녀는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 서서히 소외되고 말았습니다. 저와 세이디는 톰에 대해 끝내 한 번도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고요. 그때도 그랬지만, 이후 몇 년이 지나도록 저는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제 행동을 정당화했습니다. 사랑 하나로 다 괜찮다고 믿었던 거예요.
저는 톰과의 연애에서 일종의 ‘체크리스트’를 채워나갔습니다. 성관계, 함께 해외여행 가기, 서로의 형제자매 소개하기, 2년 이상 지속하기 등등. 이 모든 걸 충족하는 관계라면, 그가 먼저 내 친구와 사귀었다 한들 큰 의미가 없다고 여긴 거예요. 다른 친구들도 대부분 저와 비슷한 논리였습니다. 톰이 세이디와 사귀었던 걸 큰 문제 삼지 않았죠. 그들의 관계는 짧고, 미숙하고, 스쳐갈 뿐이었으니까요. 반면 저와 톰의 관계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생을 뒤흔들 정도로 서로에게 둘뿐인 사이였으니까요. 헤어지기 전까지는요.
저와 톰은 3년 반 만에 헤어졌고, 그 후 단 한 번도 만나기는커녕 연락한 적도 없어요. 톰은 그 정도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럼 세이디는요? 저와 톰의 관계가 세이디를 잃을 만큼 가치 있는 것이었을까요? 그 시절을 돌아보면, 저는 세이디에게 깊은 연민을 느낍니다. 세이디는 상황에 대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상처받은 상태에서 감정적으로 행동했을 뿐이에요. 그렇다면 저는? 역시 10대였지만, 그게 변명이 될 수 있을까요?

‘걸 코드’, 상당히 암묵적인 룰입니다. 친구의 전 애인, 혹은 썸남과 플러팅하거나 키스하거나 사귀지 말라는 뜻이에요. 최근 몇 년 사이 독자적인 생명력을 얻은 표현입니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여성 연대’를 배신한 행동을 비판하는 기준처럼 쓰이는 단어이기도 하죠. ‘남자보다 자매가 먼저’라고 할 정도로 말이죠. 물론 어떤 사람은 이런 규칙 자체가 여성들끼리 경쟁을 부추기는 또 다른 장치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친구의 전 애인과 이성적인 관계를 맺는 순간, 친구 사이는 회복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죠. 이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바로 그 지점이 이번 <서머 하우스> 논란의 핵심이고요. 시청자들은 애초에 윌슨을 ‘노답 바람둥이’로 여겼지만, 바툴라와 밀러의 우정은 아주 좋아하고 신뢰하고 있었거든요.
지난주 밀러는 <글래머> 인터뷰에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습니다. “결국 남자는 남자일 뿐이에요. 윌슨과 제가 계속 관계를 이어갈지 말지 여부와 별개로, 남자와의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어요. 그건 예상 가능해요. 하지만 바툴라와 이렇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오랫동안 내 편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녀가 왜 윌슨보다 바툴라에게 더 큰 배신감을 느낀 건지,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많은 이들이 그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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