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제의 버킷 리스트
패션 하우스의 영역 확장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적어도 루이 비통은 옷과 가방을 넘어,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라이프스타일까지 점령한 분위기다. 그다음은 차세대 아르테미스호에 실릴 무언가를 디자인하는 게 아닐까?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초현대적인 의상, 퍼렐 윌리엄스의 재치 있는 수트 외에도 우리가 루이 비통을 발음할 때 떠오르는 것은 무수히 많다. 이제는 팻 맥그라스의 최고급 루주도 있고, 모노그램 로고가 각인된 디저트도 생각난다. 드레스 룸을 넘어 키친과 응접실까지 접수 완료했다는 얘기다. 그 명명백백한 증거 중 하나는 바로 디자인 오브제에 대한 오랜 진심이다. 1885년 선보인 아이코닉 베드 트렁크를 시작으로 루이 비통 트렁크 컬렉션은 수하물 벨트에서만 눈에 띄는 고급 물건이라는 기능을 초월했다. 바야흐로 물건이 아니라 예술적인 오브제의 반열에 올린 것이다. 2012년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발표 때부터 그 정신은 이어지고 있다. 프랭크 게리에게 루이 비통 매장 설계를 맡긴 슈퍼 브랜드답게 당대 최고의 전문가와 협력해 한정판 가구를 선보여왔다.
나의 일상을 모조리 점령할지도 모르는 루이 비통의 새로운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과 아이코닉 트렁크가 공개될 팔라초 세르벨로니(Palazzo Serbelloni)에 진입하기 전부터 긴장이 됐다. 궁전에 들어서자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과 긴 인연을 맺고 있는 에스투디오 캄파나의 움베르토 캄파나(Humberto Campana)가 지난해에 로우 에지스가 선보인 빈다(Binda) 암체어에 앉아 있었다. 40년간 함께해온 동생 페르난도를 떠나보내고 3년여가 흐르면서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 내 영혼이 아주 좋은 곳에 와 있어요. 내가 일흔세 살이라는 게 믿어져요?” 날렵한 몸의 윤곽이 드러나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그가 나를 향해 코쿤의 새로운 에디션 코쿤 다이크로익(Cocoon Dichroic)을 설명하기 위해 일어섰다.

“이번 코쿤은 하늘에서 하강한 천사 같아요. 아티스트 제랄딘 곤잘레스(Géraldine Gonzalez)와 3개월에 걸쳐 깃털을 하나하나 제작했습니다.” 매번 다른 소재와 기법으로 선보이는 코쿤 에디션만 수집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코쿤은 이제 임스 체어, 르 코르뷔지에의 LC3에 필적한 오브제로 등극했다. 동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풋볼 테이블 베이비풋(Babyfoot), 이국적인 가죽 마케트리를 적용한 캐비닛 칼레이도스코프(Kaléidoscope) 또한 새로운 버전으로 선보였다.
이 하우스와 인연을 이어온 디자이너들이 2026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팔라초 세르벨로니에 집합했다. 그들의 이름을 호명해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정도다. 에스투디오 캄파나, 로우 에지스, 패트릭 주앙(Patrick Jouin), 크리스티안 모아데드(Cristián Mohaded), 하이메 아욘(Jaime Hayon), 아틀리에 오이(Atelier Oï) 등이다. 이번 <보그 리빙> 표지 중 하나를 장식한 로우 에지스의 야엘 메르(Yael Mer)는 루이 비통과의 인연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팀과 오랜 기간 신뢰를 쌓으며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어요. 모든 새로운 프로젝트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여정의 일부예요.”

루이 비통 하우스가 보내온 ‘가족사진’ 속 배경은 색색의 아르데코 스타일 대형 설치물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제본가, 일러스트레이터였던 피에르 르그랭(Pierre Legrain, 1888~1929)의 작품 세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그는 아르데코 양식을 정립한 선구자이자, 특히 북바인딩 분야에서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당시 정형화된 책 표지를 거부하고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도입한 것이다. 중정의 설치물 역시 르그랭 특유의 기하학무늬가 입혀져 있다. 이는 아카데미아 디 벨레 아르티 디 브레라(Accademia di Belle Arti di Brera)와의 협업 아래, 학생들이 디자인과 제작 과정에 참여해 현장에서 만들었다. 이번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 역시 르그랭의 그래픽 언어를 재해석해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1920년대 열차를 연상시키는 공간처럼 꾸민 궁전 입구의 잔갈레아초 룸(Giangaleazzo Room)에는 루이 비통 헤리티지 컬렉션에서 선별한 트렁크와 일러스트가 전시됐다(서울 명동에 마련된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의 4층 전시실이 떠올랐다!). 트렁크 제작에 대한 장인 정신을 기리는 구역이다.
다음에 나오는 가브리오 룸(Gabrio Room)은 피에르 르그랭 오마주 컬렉션(Pierre Legrain Homage Collection)의 티칼(Tikal) 러그 위에 프랑크 장세(Franck Genser)의 아쿠아(Aqua) 테이블이 놓였다. 테이블은 블랙 스톤이 물결처럼 재단된 디자인이다. “보고 있으면 호수 같아서 명상이 가능하죠.” 맵시 있게 차려입은 디자이너 프랑크 장세가 설명했다. 한쪽에는 지난해 공개한 포르투나토 데페로 오마주 컬렉션(Fortunato Depero Homage Collection)을 비롯해 기존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이 배치됐다. 로우 에지스의 스텔라(Stella) 암체어 또한 일품이었다(나는 이 의자를 <보그 리빙> 표지에 꼭 싣고 싶었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무한 거울 방(Infinity Mirror Rooms)’ 같은 공간에 선보여 암체어의 입체적인 패턴이 더 두드러졌다. 로우 에지스의 야엘 메르는 “이것이 우리 스튜디오가 지금 가장 집중하는 주제”라고 말했다. “2차원 패턴이 3차원 형태와 만났을 때 어떤 대화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요.”
나폴레오니카 룸(Napoleonica Room)에선 1921년 르그랭이 루이 비통을 위해 제작한 리비에라 세즈 롱그(Riviera Chaise Longue)와 오메가 형태의 디자인이 특징인 셀레스트(Céleste) 드레싱 테이블을 새로운 버전으로 디자인해 선보였다. 이어지는 보아르네 룸(Beauharnais Room), 파리니 룸(Parini Room) 등 각 공간마다 르그랭에 대한 루이 비통의 헌사와 새로운 해석이 펼쳐졌다. 그중 집에 들이고 싶었던 것은 로우 에지스가 피에르 르그랭의 북바인딩에서 가져온 기하학무늬의 벨벳 원단과 파란색 가죽으로 만든 돌스(Dolls) 체어다.
이 모든 피조물은 비아 몬테나폴레오네 루이 비통에서 만나게 된다. 나는 중앙 안뜰의 싱그러운 카페 다 비토리오 카페 루이 비통(Da Vittorio Café Louis Vuitton)에서 차 한 잔도 거부하고, 홈 컬렉션이 자리한 2층으로 향했다. 퍼렐 윌리엄스가 최근 패션쇼를 위해 제작한 말 쿠리에 로진 메종 드 파미유(Malle Courrier Lozine Maison de Famille)를 보기 위해서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제작됐는데, 퍼렐이 파리 인근 아니에르 쉬르 센(Asnières-sur-Seine)의 루이 비통 패밀리 하우스에서 최근 리노베이션된 스테인드글라스 창에 적용한 아르누보 양식의 플로럴 모티브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은 것이다.

또 하나의 특별한 트렁크는 1865년 루이 비통이 처음 디자인한 말 리(Malle Lit)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말 파라방(Malle Paravent)이다. 펼치면 접이식 침대가 되는 말 리는 1885년 조르주 비통이 특허를 출원했다. 비아 몬테나폴레오네에서 마주한 트렁크는 단순한 수납 도구를 넘어 휴대 가능한 예술품처럼 보였다. 언젠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오브제와 아트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룬다면 이 공간이 큰 영감을 줄지도 모를 일이다. VK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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