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체’, 진화하는 좀비라는 새로운 악몽
*이 글에는 <군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도 ‘좀비’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는 〈부산행〉(2016)과 〈반도〉(2020)처럼 죽어도 죽지 않는 인간을 전시한다. 그들은 살아 있는 인간을 보면 물어뜯고, 뜯긴 인간은 다시 죽지 않는 인간이 된다. 〈군체〉 역시 떼로 번지는 좀비로부터 살아남으려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전개의 방향이 다르다. 〈부산행〉의 생존자들은 아직 좀비가 점령하지 않은 부산을 향해 달려갔다. 〈반도〉는 좀비가 점령해버린 땅에서 새로운 권력관계를 형성한 인간들의 갈등을 그렸다. 좀비를 다룬 대부분의 이야기는 좀비를 부정하지 못했다. 세상은 이미 좀비의 것이고, 생존자는 그들을 피해 살아갈 뿐이다. 그런데 〈군체〉의 생존자들은 좀비들을 멸종시키는 방법을 찾는 쪽으로 나아간다. ‘어느 바이오 공장에서 어떤 물질이 유출되었다’는 한 줄의 설명으로 좀비의 기원을 처리한 〈부산행〉의 세계관과 달리, 〈군체〉에서는 누가, 왜 그들을 탄생시켰는지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군체〉에서 좀비를 만든 사람은 원한을 지닌 과학자 서영철(구교환)이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바이러스로 인간들을 감염시킨 뒤, 감염자를 하나의 ‘군체’로 묶어버린다. ‘군체(Colony)’란 ‘개미’처럼 ‘다수의 개체나 세포가 밀접하게 결합해 집단적인 단위로 기능하는 생물학적 구조’를 뜻한다. 영화 속 군체는 서로 인지 능력과 학습 능력을 동기화한다. 한 개체가 습득한 정보는 곧장 다른 개체로 전송되고, 그렇게 군체 전체가 동시에 학습해서 빠르게 진화한다. 처음 네발로 기어다니던 감염자들은 직립보행을 하고, 곧 인간보다 빠르게 달리며, 사람과 사람 아닌 존재를 구별하고, 끝내는 인간의 행동까지 모방한다. 진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영화의 서스펜스도 더 강하게 힘을 받는다. 속수무책으로 쫓기던 생존자들이 그들을 좀비가 아닌 하나의 군체로 인식하면서 영화의 방향도 바뀐다. 여왕개미를 잡으면 되는 것이다.

서영철은 자신의 과업을 이렇게 정리한다. “이건 새로운 인류의 탄생이야. 질투, 경쟁, 의심이 모두 사라질 거야.” 광기 어린 과학자의 선언처럼 보이지만, 영화 바깥에서는 연상호 감독이 그동안 쌓아온 세계관의 한 줄짜리 요약처럼 들린다. 직접적으로 닿는 작품은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2024)다. 한국에 떨어진 기생수들은 인간의 뇌를 점령해버렸다. 은유적으로 연결되는 작품은 〈지옥〉(2021)과 〈계시록〉(2025)이다. 두 작품 속 인간들은 맹신과 맹종이 가져온 악몽에 빠져 있었다. 연상호 감독은 제작 발표회에서 〈군체〉의 출발점을 소셜미디어라고 밝혔다. “소통이 빨라질수록 의견이 집단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하나의 개체보다 집단 지성 상태가 돼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영화 속 감염자들은 몸에서 뿜어낸 점액으로 서로를 연결하고 정보와 감정과 시각을 동기화한다. 그들의 모습에서 ‘알고리즘’의 고착화를 떠올릴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이야기만 보고 듣는 상태, 그로 인한 확증편향. 그것을 장르적인 지옥도로 옮긴 것이 〈군체〉의 핵심이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군체〉는 신선함과 익숙함이 공존하는 영화일 것이다. 〈군체〉를 중심에 두고 보면, 그가 만들어온 여러 작품의 특징이 이 한 편에 동기화되어 있다. 〈부산행〉의 생존 투쟁 서사, 애니메이션 〈서울역〉(2016)의 결말을 연상시키는 비극, 〈지옥〉 시즌 1에서 경험한 가족 드라마, 그리고 그 모든 작품에 깔려 있는 세상에 대한 차가운 관점까지. 재난 영화의 문법에 따라 기능적으로만 설정된 캐릭터는 아쉽지만, 일부 전작에서 ‘신파’로 비판받던 감동 서사의 온도를 낮추려 한 흔적도 역력하다. 속편이나 스핀오프가 제작될지는 흥행 성적이 결정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세계관을 좀 더 보고 싶은 마음이다. 아쉬운 부분보다 영화가 펼쳐낸 군체의 풍경이 더 오래 남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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