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메이커 – GDW

유튜브 시대 뮤직비디오 감독들의 세대교체. 요즘 SNS상에서 화제가 되는 뮤직비디오의 주인공들은 케이블TV와 인터넷이라는 감각의 제국에서 자란 80년대생 감독들이다. 디지페디, 이기백, GDW, 비주얼스 프롬. 독창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네 팀의 비주얼 메이커들을 만났다.

GDW

GDW의 달콤한 패션 영화

스트리트 감성과 패션 화보 같은 비주얼, 영화적 완성도를 원한다면 GDW가 그 해답이 될 것이다. 스케이트보더이자 스노보드 선수로 활동하던 김성욱감독이 2007년에 혼자 시작한 GDW는 충무로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남현우 촬영감독과 브랜드 마케터 김은나, 패션 에디터 출신의 최서연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레드벨벳의 ‘Ice Cream Cake’를 비롯해 빈지노, 자이언티, 프라이머리와 혁오, 최근엔 다이나믹 듀오의 신곡 뮤직비디오를 작업했다.

사무실이 너무 조용한 거 아닌가?
종종 듣는 얘기다. 흐흐. 워낙 오랫동안 서로 호흡을 맞춰와서 그런지 늘 그런 편이다. 남현우 촬영감독과는 중학교 친구다. 그때 같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나는 프로 선수로 나가고 남 감독은 영화계 쪽 일을 하다가 2011년부터 여기서 영상 작업을 함께 해오고 있다. 패션에디터였던 최서연 실장, 퀵 실버의 마케터였던 김은나 PD와는 클라이언트 관계로 먼저 만났고 김 PD는 내 아내이기도 하다.

벽에 붙은 사진 속 하늘을 나는 스케이터가 김성욱 감독인가?
맞다. 열아홉 살 때다. 스노보드 국가대표팀에도 1년 정도 있었다. 보드를 타면서 캠코더로 친구들을 찍기 시작한 게 영상 작업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GTM이라고 스케이트보드 영상 작업을 하던 팀이 있었는데, 형들 집에 놀러 가 작업하는 거 구경하면서 배우기도 했고. 스케이트보드 영상엔 힙합 베이스의 음악이 주로 깔리는데,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을 때라 그 영상들을 통해 해외 최신곡을 접했다.

혹시 <독타운의 제왕들>이라는 영화 본 적 있나? 스케이트보더들의 이야기를 담은 건데…
바로 그 영화 때문에 20대 초반에 돈을 모아 미국으로 떠났다. 보더들의 본고장에 간 거지. 그때 독타운에서 만든 이름이 GDW다. 좀 유치한데 ‘Giant Dream Works’라고. 흐흐. 덩치가 커서 선수 시절 내 별명이 자이언트였다. 샤이니 태민의 ‘Danger’에서도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작업으로 GDW의 이름이 대중에게 알려진 셈이다. 남현우 촬영감독은 룸펜스, 디지페디 등 외부 뮤직비디오 감독들과도 작업을 많이 해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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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감독이 외부 일을 병행하면 GDW의 영업 비밀이 누출되는 거 아닌가?
어차피 감독마다 성향이 다르고 각자의 색깔이 있어 부딪치는 부분은 없다. 컨셉은 물론 편집감도 다르니까. 물론 남 감독만의 스타일은 있다. 코엔 형제의 영화를 워낙 좋아하고 또 그들의 영화를 전담해서 찍는 70대 촬영감독을 존경해서 뮤직비디오에서도 그런 영화적인 느낌을 살리고자 하는.

올 초에 나온 레드벨벳의 ‘Ice Cream Cake’ 같은 경우는 동화적인 컨셉의 패션 화보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최서연 실장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팀에 들어오면서 같이 한 첫 작업이었다. 아트 디렉션이 많이 필요한 뮤직비디오이기도 했고. 우리가 ‘마크’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일러스트레이터나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인스털레이션 작가 등 서브컬처 쪽의 영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데, ’Ice Cream Cake’에 참여한 허정은 작가도 최 실장이 소개했다. 중국에서 그 뮤직비디오를 보고 비슷한 느낌의 광고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허정은 작가를 포함해 몇몇 작가와 또 다른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1년째 진행 중인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시리즈의 경우, 영상은 물론 책 작업과 전시, 공연까지 확장됐다. GDW를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글쎄, 크리에이티브 제작사? 잘 모르겠다. 지금껏 해온 상업적인 활동 외에 ‘마크’를 통해 앞으로는 진짜 우리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좀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
얼마 전엔 다이나믹 듀오의 신곡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했다. 선공개된 ‘슬럼프’랑 그와는 완전 반대되는 밝은 분위기의 ‘꿀잼’ 두 곡이다. 어린 시절부터 워낙 팬이었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스케이트보드를 탔으니까. 너무 하고 싶었던 작업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꿀잼’의 경우, 여태껏 해온 촬영 중에 제일 많이 웃었고.

촬영 현장에서 김성욱 감독이 파리 옷을 입고 있었다는 소문이 들리더라. 직접 출연도 한건가?
곤충들이 클럽에 가는 컨셉이었다. 파리 웨이터로 출연했다. 사마귀, 개미, 바퀴벌레까지 다 모이는 클럽 신이었다. 전에도 가끔 촬영감독이랑 같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곤 했는데 이번엔 내가 독점했다. 흐흐. 아마 되게 조그맣게 나와서 알아보진 못할 것이다. 아직은 부끄러워서. 흐흐.

거인이 꿈꾸는 작업이란 이름 그대로 GDW가 바라는 건 결국 무엇인가?
우리가 항상 하고싶었던 게 다양한 문화의 꼭지를 보여줄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거였다. 스트리트 컬처뿐아니라 패션 디자이너, 댄서 등 각 장르의 아티스트를 서로 조합해보면 새로운 게 나오지 않을까? 아직은 그런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만들어나가는 게 우리의 지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