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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L과의 대화

2016.03.17

by VOGUE

    슈퍼스타 L과의 대화

    이승철은 지금 꿈과 꿈 사이에 놓여 있다. 전국에서 몰려든 200만 명의 슈퍼스타 K의 ‘꿈’의 조련사이면서, 그 자신, 내년부터 글로벌 무대라는 꿈을 향한 슈퍼스타 L이기도 한. <보그>가 27년 동안 점점 더 ‘멋진’ 스타가 되어가는 우리들의 이승철을 만났다.

    이승철의 화이트 셔츠는 루이 비통(LouisVuitton), 하운드투스 재킷과 블랙와이드 팬츠, 화이트 실크 스카프는장광효 카루소(ChangkwanghyoCaruso), 블랙 레이스업 슈즈는프라다(Prada), 화이트 펠트 모자는제이미앤벨(Jamie&Bell),안경은 레트로 스펙스(Retro Specs).모델의 퍼프 소매 화이트 드레스와 골드트리밍 에이프런 드레스, 진주 초커와실버 플랫폼 슈즈는 샤넬(Chanel),화이트 클로셰 모자는 제이미앤벨.

    이승철은 열아홉 살 때부터 27년 동안 스타였다. ‘희야’ ‘마지막 콘서트’ ‘네버엔딩 스토리’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서쪽 하늘’ ‘말리꽃’ 등 이승철의 히트곡은 한번에 다 열거하는 게 불가능하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과거에 한번쯤은 이승철의 팬이었거나, 지금도 이승철의 팬이다. 마흔일곱이 된 현재까지, 매년 히트곡을 쏟아내는 당대의 ‘젊은 가수’인 동시에,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의 전설의 심사위원. 그는 따뜻한 발라드와 차가운 독설, 가장 ‘트렌디한’ 이중 언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뮤지션이라는 점에서 한국 가요계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제왕이다. 더불어 ‘국제적인 로또를 맞아’ 모두가 ‘몸둘 바 몰라 하는’ 지구촌의 뜨거운 감자 싸이를 상대로 진심 어린 충고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선배(“싸이는 싸이즈를 더 키워야 해요”)이기도 하고.

    이승철은 지금 꿈과 꿈 사이에 놓여 있다. 전국에서 몰려든 200만명의 슈퍼스타 K의 ‘꿈’의 조련사이면서, 그 자신, 내년부터 글로벌 무대라는 꿈을 메이킹 하기 위해 나가는 슈퍼스타 L이기도 한. “나는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 되려고 해요. 인생은 내가 선택한 대로 되는 거예요.” 이승철의 한마디 한마디는 자기 인생과 맞물려 생생한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보그> 촬영 현장에서 이승철은 역대 인터뷰이 중에 가장 많은 웃음을 안겨주었다. 존 레논과 조니 뎁 사이를 오가며 스스로를 끝없이 풍자하고, 싸이에 관한 일화를 생생한 1인 슬랩스틱으로 재현하고, 틈틈이 다섯 살배기 딸아이의 동영상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타고난)자존감과 (현재의)자신감의 완벽한 조화가 만들어낸 이승철의친근한 애티튜드는 보는 사람을 행복감으로 전염시켰다.

    <슈퍼스타 케이(이하 슈스케)> 생방송이 내일 시작인데, 우승이 예상되는 참가자가 있나요?
    그건 정말 몰라요. 가봐야 알아요. 존 박도 헤매다가 내 노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부르면서 빵 터졌거든요.

    시즌 4에서는 아웃사이더 정준영과 훈남 로이킴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는데, 개인적으로는 누가 더 애정이 가나요?
    가수로서의 매력은 000, 인간으로서 매력은 000(오프 더 레코드였다!).

    가수로서 ‘황제’의 인생을 살았는데, 4년 전 슈스케를 처음 시작할 때 고민은 없었나요?
    난 원래 첫 방송은 잘 안 해요. 그런 모험은 대부분 100% 실패예요. 그런데 슈스케는 뭔가 감이 좀 달랐어요. 잘만 하면 청소년들이 좋은 환경에서 음악 할 수 있겠더라구. ‘가수 하고 싶다’는 게 부모님 보시기에 떳떳한 꿈이 될 수도 있고. 물론 나한텐 플러스 마이너스 다 있었어요. 가수보다 방송인처럼 보이고, 시니어로 고착될 수도 있겠지. 차가운 이미지도 생기고. 그런데 그 정도 리스크는 감수했어요. 아이들이 성공해서 감동을 주면 그걸로 큰 보상이니까.

    결과적으로 슈스케가 점점 한국에서 ‘꿈의 아이콘’이 되고, 이승철도 함께 ‘레전드’가 됐어요. 이게 우연이 아닌 듯해요. 심사위원 싸이와도 서로 에너지가 잘 맞고. 타이밍이 다 기가 막혀요.
    난 싸이를사랑해요. 싸이는 전 세계가 인정한 특별한 ‘또라이’야. 싸이가 나한테 그래요. “형, 특이하게 놀았더니 특별해지더라구.” 그런데 싸이가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면 이런 행운이 와도 소화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도 그 아이의 재능이죠.

    가요계에서 싸이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대선배로 후배의 성공이 질투가 날 법도 한데요?
    슈스케 방송은 두 달 전에 녹화해 놓은거라 ‘강남스타일’이 그렇게 뜨기 전이었어요. 얼마 전까지 하와이 마우이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보냈는데, 거기서 CNN에 싸이가 나오는 걸 봤어요. 놀라웠죠. 그때까지 싸이의 인생 롤모델이 나였거든. 슈스케 심사위원으로 윤종신에 이어 싸이를 끌어들인 것도 나고. 그러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나는 지금 뭐하고 있나. 추락하는 느낌. 그때 기도를 했어요.

    어떤 응답이 왔나요?
    ‘함께 기뻐하라!’ 짜식, 대단하지 않아요? 운이든 실력이든, 정말 싸이가 한류의 스타게이트가 된 거야. 이제까지 우리 가수들 미국 시장 진출하려고 얼마나 아등바등 애를 썼어요. 그런데 이제 반대로 세계적인 프로듀서들이 한국에 가수들 찾으러 올 거라고. 말하자면 싸이는 가요계의 박찬호인 거예요.

    그런 싸이 현상이 이승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나도 꿈꾸게 했어요. 이제까지 나는 글로벌에 대한 생각을 안 했어요. 내 나라 음악 팬들을 위해 노래하는 것도 벅찬데… 내가 1년에 30개 지역을 돌며 공연을 해요. 그런데 생각이 달라졌어. 내 노래 ‘인연’ 뮤직비디오도 태국에서 유튜브 다운로드가 200만이에요. 전 세계에 내 음악을 좋아하는 숨은 팬들이 많더라니까. 아! 이제 그들을 위해서라도 글로벌로 가야겠구나. 그 와중에 싸이 같은 친구가 나와준 게 고마운 거죠.

    전 세계에 이승철의 발라드가 울려 퍼질 생각을 하니 감개무량하군요!
    기가 막힌 우연이 있어요. 마우이에 있을 때,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외국인 하고 인사를 했는데, 직업이 작곡가래. 그래서 난 한국 가수다, 그랬더니 자기가 소녀시대랑 슈퍼주니어 곡을 썼다는 거야. 그 친구가 내 이름 듣더니 곡을 열 개나 보내왔어요.

    그 곡 들어볼 수 있어요?
    (그가 미리 들려준 음악은 월드팝 스타일로 ‘대박’을 예감할 수 있었다)이 곡 받고 그동안 미리 녹음했던 6곡을 다 버렸잖아요. 지금 가사만 번역해서 다시 얹으면 내년 2월에 발표할 수 있어요.

    놀라워요! 미국인들이 케이팝에 정말 관심이 많은가요?
    상상 그 이상이에요. 이젠 싸이처럼 통통하고 짧은 애(미안하다, 싸이야~)가 아니라 늘씬한 애들이 더 쭉쭉 뻗어 나갈 거라구. 스쿠터 브라운이 싸이를 캐스팅한 건 진짜 고무적이에요. <빌보드>지 편집장이 얘기했지만, 싸이 현상이 ‘마카레나’ 같은 해프닝이 아닌 건 세계적인 프로듀서가 붙었다는 거예요. 이젠 나도 그런 세계 무대를 향한 꿈이 생긴 거죠. 내년에 맨해튼 라디오시티홀에서 공연도 잡혀 있고.

    사실 가진 게 많잖아요. 집안도 돈도 인기도 실력도….
    그래서 조심스러워요. 재수 없는 부르주아처럼 보일까 봐요.

    아프리카에 학교도 세웠잖아요. ‘리 앤 차드 스쿨’은 어떻게 시작한 거예요?
    그걸 처음에 박용하가 시작했는데, 그 친구가 그걸 못 보고 죽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 대신 내가 갔어요, 개교식날. 가서 보면 절대로 외면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공약을 했지. 내가 이곳에 10년 동안 학교를 짓겠다. 진흙 주고 흙벽돌 찍는 것부터 가르쳐주겠다, 우물 파주고 관리하는 거 가르치겠다… 차드가 리비아 밑에 있는 나라인데, 정말 말도 못하게 극빈이야. 거기선 학교가 마을센터 같은 거예요. 전기 들어오고 물 나오고… 학교 하나 짓는 데 4억이 들어요. 짓고 나면 아이들 빵, 우유 급식 해줘야 되거든. 그러면 또 크라운베이커리 하고 남양분유 하고 연결해주고… 그렇게 사는 폭이 점점 더 넓어져요.

    아프리카 차드에 가서 학교 짓고, 그 다음엔 가족하고 알프스 가서 한두 달 휴양하고… 정말 공적으로 사적으로 극과 극을 오가는 글로벌한 삶이네요. 부러운 인생이에요.
    나는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 되려고 해요. 삶은 내가 선택하는 대로 되는 거예요. 내가 그쪽을 선택했으면 그대로 가는 거죠.

    불안하진 않나요?
    모든 아티스트는 불안함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어요. 그걸 정상적으로 컨트롤 해주는 사람이 아내와 자식이에요.

    이승철의 오리엔탈 패턴 재킷과블랙 카디건, 블랙 팬츠와 스카프는 모두구찌(Gucci), 레드 스웨이드 레이스업슈즈는 에르메스(Hermès),안경은 레트로 스펙스(Retro Specs).모델의 골드 엠브로이더리 위빙 재킷과자카드 쇼츠, 꽃 귀고리와 진주초커는 샤넬(Chanel), 골드 버클 스트랩힐은에피타프(Epitaph).

    결혼 참 잘하셨어요.
    난 결혼이 내 인생의 전기가 됐어요. 결혼 안 하고 살았으면 좋게 말해 철부지, 인생의 방향이 없는 철부지지.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세상의 모든 약자에게 잘해주려고 해요. 리차드 스쿨도 그렇고, 교도소 아이들 노래 가르쳐주는 것도 그래. 좋은 생각이 쌓이고 그걸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는 거예요. 나는 그 기회를 선택하고 실행만 하면 되는 거죠.

    슈스케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죠?
    그렇네. 슈스케를 하는 동안 나 자신도 변했어요. 시즌 1과 2 때는 독설이 심했는데, 시즌 3부터는 부드러워졌어요.

    대본이 전혀 없나요?
    딱 프로필만 줘요. 슈스케 심사위원이 타 방송과 다른 점이 우린 심사와 진행을 다 해요. 독설을 할 때나아닐 때나 편집의 포인트를 만들어줘야 해요. 유재석, 강호동이 왜 톱이겠어요? PD가 편집을 할 수 있도록 ‘포인트’를 주거든. 독설, 코믹, 감동… 스토리라인에서 웃음과 눈물의 분량까지 계산해요. 노래만 보는 게 아니라, 아이들 관찰해서 캐릭터도 잡아주고 가정사도 끌어내고.

    편집에 대해서는 시청률을 위한 ‘낚시’가 많다고들 해요.
    패자부활전이 제일 큰 이슈인데, 패자부활전은 말 그대로 패자를 위한 거예요. 회를 거듭할수록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애들과 아닌 애들이 나뉘어요. 주목 받지 못한 아이들은 위축되니까 더 오버해서 낭패를 봐. 그런 아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패자부활전이 있는 거예요

    사회적으로도 ‘패자부활전’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희망이고, 그게 공평한 거예요. 내가 존 박, 로이 킴에게 독설을 많이 하는 이유는 그런 애들은 이미 스타거든.

    슈스케는 시즌이 바뀔수록 퀄리티나 사이즈가 계속 업그레이드 되는 게 놀라워요.
    200만이고, 300만이고, 노래하는 애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와요. 4년 지나니까 슈스케 시작할 때 중학생이었던 애들이 대학생이 돼서 오디션 나오잖아요. 심사위원도 시즌 4가 역대 최강이에요. 싸이가 무지하게 진지해요. 게다가 싸이나 나를 국민들이 도덕성으로 판단하진 않잖아요. 말하는데 둘 다 별로 제약이 없죠. 이승철 독설 한다고 인터넷에 안티팬도 많이 생겼다고 해도, 난 컴퓨터를 잘 몰라요. 난 네티즌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거든.

    행복한 성격이네요.
    난 무대 있을 때 책임감 있는 가수예요. 그때만 긴장해.

    뭔가 크게 내려놓은 사람에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이 느껴져요.
    내가 열아홉에 데뷔했어요. 그런데 ‘네버엔딩스토리’ 나올 때 쯤부터 조금씩 내려놓게 되더라구요. 결혼 하면서는 더 그렇게 됐고. 25 주년 공연을 잠실주경기장에서 5만 명의 팬들과 함께했는데, 그때 되게 행복했거든요. 그 다음엔 리차드스쿨에서 아프리카 애들 공부시키면서 더 큰 자유를 찾았어요.

    등장부터 스타였지만, 나이 먹을수록 진짜 스타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스타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 있을까요?
    연예인은 존재감 싸움이에요. 좋든 나쁘든 존재감이 중요해요. ‘야마’가 있어야 되죠. 어쩌면 그게 다예요. 영화나 노래가 히트한 애들 봐요. 아우라가 달라요. 싸이도 ‘강남스타일’ 히트한 후 두 달 사이에 후광이 생겼잖아요.

    슬럼프도 있었죠?
    타의에 의해 두어 번.

    그러면 늘 전성기였나요?
    인생이 자기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자기 일에서 빛을 발하면 용서 받을 기회가 생겨요. (스튜디오에 붙은 연예인 사진을 가리키며)여기 붙은 사람도 사건 난 사람이 더 많을 걸요. 그런데 위기를 겪어도 결국 다 작품으로 말하게 돼요.

    데이지 프린트의 수트는 김서룡옴므(Kimseoryong Homme), 화이트터틀넥과 블랙 레이스업 슈즈는프라다(Prada), 모자와 자카드 보타이는제이미앤벨(Jamie&Bell), 네이비 벨벳서스펜더는 란스미어(Lansmere),안경은 레트로 스펙스(Retro Specs).모델의 베이비돌 레이스 드레스는미스지 콜렉션(Miss Gee Collection),진주 초커와 진주 네크리스,골드 플랫폼 슈즈는 샤넬(Chanel).

    배우들보다 가수들이 더 외로워 보여요.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도 생기고.
    그게 단독 작업이라 그래요. 배우는 흥행 못해도 감독, 스태프, 극장, 사회분위기 탓할 수 있지만 가수는 온전히 제 탓이에요. 게다가2~3일 내로 뜨고 안 뜨고 ‘쇼부’가 나. 그래서 가수들이 예민해요. 경쟁, 질투도 심하고.

    요즘 이승철 씨가 발표해서 음원 차트를 석권한 ‘아마추어’라는 노래, 정말 좋던데요. “모두가 처음 서보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가 같은 아마추어야~” 슈스케 참가자들에게 영감을 받았다면서요?
    슈스케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우리에게 마음의 경종을 울려주잖아요. 그들의 진실함과 간절함이 채찍이 된다구요. 모든 사람들이 꿈을 찾는 이 아이들한테서 대리만족을 느낄 걸요.

    심사할 때는 뭘 주로 보세요?
    극대화할 수 있는 스타일. 싸이도 그렇고, 비도 그렇고 그들이 노래 하나로 잘된 건 아니잖아요. 음악(音樂)은 음학(音學)이 아니라고. 완성도, 시대적 흐름, 3분에 집약된 스타일… 그게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돼요. 대중의 귀는 ‘좋다, 나쁘다’ 그것만 판단해요. 굉장히 냉정하지. 방송도 그래요. 올해 슈스케의 코드는 ‘감동’이었어요. 더 이상 노래에 대한 호평이나 비평으론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없어요. 감동이 더 중요해졌죠.

    대중 취향을 읽는 촉이 좋은 것 같은데요.
    대중이 뭘 생각하나 정확히 알아야 해요. 난 순수 예술가가 아니고 대중 음악가니까. 과연 대중적으로 히트 한다는 게 뭐냐? 그건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거, 흔한 거. 흔한 게 좋은 거예요. 그 흔함 속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입혀야 하는 거죠. 비틀즈를 봐요. ‘렛잇비’가 정말 음악성이 있는 곡이야? 어찌 보면 단순한 노래예요. 그런데 그 안에 전 세계인을 흔드는 감성이 있어. 그게 예술성이에요. 예술을 위한 예술, 골방 예술은 고집스러운 거지.

    대중 예술의 키워드는 ‘공감’이란 얘기죠?
    대박 나는 노래는 단순해요. 내 얘기 같은 거예요. 난 가사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가사는 두 가지 스타일이 있어요. 양인자 씨처럼 ‘시적인’ 가사, 그리고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아마추어’, 내 노래 작곡한 홍진영이 쓴 것처럼 ‘내 이야기 같은’ 가사. 나는 ‘흔한 얘기’ 같은 그런 가사가 좋아요. 가사가 잘 붙으면 좋은 노래가 되는 거예요.

    멜로디보다 가사가 더 중요해요?
    난 그렇게 생각해요. 가사가 좋아야 시대를 초월하는 불후의 명곡이 되는 거예요.

    조용필이 롤모델이라고 들었는데요.
    한때 그분의 취향이 전 국민의 취향인 적이 있어요. ‘그 겨울의 찻집’ ‘모나리자’ ‘서울 서울 서울’이 유행할 때… 티켓 파워에서도 어떤 가수와도 비교가 안 돼죠. 그건 가창력과는 다른 부분이에요. 조용필은 한때 가요의 전부였고, 그래서 모든 비교에서 열외일 수 있는 거예요. 내가 존경스러워하는 게 그 부분이고.

    가창력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젠 ‘마지막 콘서트’ 할 때만큼 고음이 올라가진 않죠?
    이제 난 소리를 자랑할 나이가 아니에요. 연륜 있는 가수가 키를 높이려고 목젖에 핏대 세우는 건 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아요?

    아슬아슬하죠. 그런데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게 뭘까요? 장사익은 음정도 박자도 다 무시하고 불러도 마음을 울리잖아요.
    그 양반 노래는 못 들어봤어요. 그런데 음정, 박자 다 무시하거나 그러지 않았을걸. 구애를 받지 않았겠죠. 제멋대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트에도 룰이라는 게 있다구. 빨간 신호등, 파란 신호등이 있듯이. 음악의 룰이 음정, 박자예요. 참 어려운 건 수많은 룰을 지키면서도 룰처럼 보이지 않게, 마치 내가 창조한 것인 양 만들어 가는 거죠.

      에디터
      피처 에디터 / 김지수, 패션 에디터 / 김미진
      포토그래퍼
      조선희
      모델
      이솜
      스탭
      헤어/신동민, 세트스타일리스트/김지현, 세트 / 장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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