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K’s Top Jokes
10년 전부터 얼렌드 오여가 있는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의 앨범 재킷에 반해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를 좋아했다. 그를 만나러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자택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아가일 체크 조끼를 입고 ‘영국 농담’을 쉴 새 없이 치던 남자. 그때도 영국에서 뜨거운 아티스트였는데, 그 사이 터너 프라이즈 수상 후보였고(2013),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2015), 뮌헨 피나코테크 미술관(2014),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2012) 등에서 개인전을 치르고, 올해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공공 조형물 설치 작가로 선정됐다.
그리고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인전 〈Lose Your Mind〉를 연다. 현대카드와 영국문화원이 함께하는 전시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네온사인 ‘Exibition’이 있다. “철자를 일부러 틀렸어요. 예술이니까요. 예술이 좋은 게 아무거나 해도 받아줘요.” 여전히 무표정하게 농담을 친다. 달걀 조형물인 ‘Eggs’를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 “에그는 참 좋은 단어죠. 알이 없으면 새도 없으니까요. 사실 매번 작품 설명이 달라지는데 어쩌죠.” 그의 유머러스한 해설을 오디오 가이드에 담아야 한다! 전시장의 도면도 직접 그렸다. “뮌헨에서 전시할 때 작품 하나가 망가져서 그 자리에 즉흥적으로 도면을 그렸어요. 전시는 공간을 채우는 행위잖아요.” 당연히 진지하게 끝나지 않는다. “이걸 예술이라 할 수 없지만, 사실 예술이잖아요. 아닌가? 여러분이 결정하세요.”
그에게 작품을 감상한 소감을 말했다. “그로테스크하면서 냉소적이지만, 유머러스하네요. 당신의 예술관을 설명해줄래요?” 그가 답했다. “맞아요. 근데 처음부터 냉소적이려던 게 아닌데, 냉소적이고, 아이러니하려던 게 아닌데 아이러니하네요. 근데 코믹하려고는 했어요.” 말은 그렇게 해도 농담 사이에 끼워 넣는 철학을 놓치지 않는다면 그가 얼마나 멋진 작가인지 알 거다.
그를 설명할 때 드로잉을 빼놓을 수 없는데, 그가 드로잉을 고집하는 이유 또한 근사하다. “1840년 사진 기술이 있기 훨씬 전에, 우리가 대상을 남기는 유일한 방법은 드로잉이었죠. 드로잉으로 우리의 이전 삶은 어땠는가에 대한 단초를 보여주고 싶어요.” 그의 현재 관심사는 축구이며, 음반이 몇 장인지 세는 걸 포기한 음악광이고, 많은 뮤지션과 작업했다.
콜라보레이션 하고 싶은 한국 가수는 김두수다.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말아요. 한국에서 그의 이름을 대면 아무도 모르더군요. 글래스고에서 공연을 보고 반했다니까요.” 그의 작품은 이태원 스토리지(Storage)에서 2017년 1월 8일까지 만날 수 있다.
- 에디터
- 김나랑
- 포토그래퍼
- KIM YOUNG 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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