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th or Error
밀레니얼 세대의 생각, 취향, 문화 그 자체인 ‘아더에러’. 젊은이들 사이에 돌풍을
일으키는 젊고 창의적인 집단의 패션.
홍대 아더스페이스는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모습과 달랐다. 빨간색과 노란색 자동차 두 대가 겹쳐 있던 매장 입구에선 인부들이 마감재를 벗겨내고 있었다. 매장으로 이어지는 벽돌 계단은 알록달록한 블록 구조물 대신 ‘들어오지 마시오’라는 문구의 거대한 알파벳으로 가로막혔다.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걸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매장을 폐쇄하나? 인스타그램에서는 바로 어제까지도 정상 운영 중인 것처럼 보였는데.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SNS에서 ‘아더에러’에 대한 이미지를 공유한다. 아더스페이스의 꽃이 만개한 좌변기, 방금 막 업데이트된 2017 F/W 시즌 룩북, 새로 산 아더에러의 후드 집업을 입고 찍은 화장실 셀카까지. 10대 후반에서 20대에 이르는 이 젊은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아더에러와 자신의 접점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단언컨대 아더에러를 향한 이들의 열정은 팬덤 수준이다). “우리 옷을 사는 주 소비층의 성별이나 연령대는 데이터를 통해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타깃은 SNS를 하는 모든 이들이죠. 실제로 제품을 사지 않더라도 우리의 이미지와 콘텐츠를 공유한다면 그들 역시 아더에러의 소비자입니다.”
아더에러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이전하거나 폐쇄할 계획이 없다(아직까지는). 단지 1년에 두세 번씩 시즌에 따라 디스플레이를 바꾸는 공사가 진행 중인 것뿐이다. 그날은 화요일이었고, 주말에 새로 단장한 매장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아더스페이스의 빈 공간은 촬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이들은 완벽하게 촬영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보그> 작업도 우리가 즐기는 협업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요. 재미있을 거예요!” 기사와 함께 실린 이미지는 아더에러 팀이 직접 기획하고 촬영한 것이다. 이들은 때맞춰 완성된 2017 F/W 컬렉션 키 룩으로 이번 기획을 위한 익스클루시브 작업을 진행했다. “처음부터 이미지 작업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해왔습니다. 우리의 아이디어가 좋은 이미지를 통해 좋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이번 촬영에는 사람이 그 무엇보다 훌륭한 오브제고,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어요.”
잘 알려져 있듯 론칭 직후 해외 매체의 흥미를 자극한 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된 아더에러의 창의적 작업물이었다(연예인 후광 효과는 매출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연예인 협찬에도 지나치게 신중해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안을 거절해왔다). 이들에게 패션은 공통 관심사이자 표현의 매개체다. 그렇지만 아더에러를 패션 레이블로 정의하는 건 정확하지도, 충분하지도 않다. “각각의 옷보다 옷을 통해 표현하는 스토리가 중요합니다. 우리 중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비전공자예요. 그런 면에서 패션을 좋아하지만 ‘불완전’하죠. 패션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전면에 나서고 싶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찰칵, 찰칵. 촬영은 계속 진행 중이다. 이들의 방향성은 확고하다. 최소한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진 듯 보인다. 부스스한 모델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길 것인가, 혹은 앞으로 내릴 것인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게 더 낫지만 우리에게는 이쪽이 더 어울려.” 물론 매 순간의 결정과 확신이 늘 옳을 수 없다는 걸 그들 역시 잘 안다. 그들의 이름에 이미 그 뜻이 담겨 있다. 에러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는 결함, 불완전함, 오류를 겪고 고쳐나가면서 성장한다는 의미다. “그 과정을 통해서만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류의 긍정화’라고 할까요.”
이들이 3년 만에 얻은 성취는 최근 패션계에서 일어난 대표적 성공 신화 중 하나로 여겨진다. 넘쳐나는 독립 디자이너와 스트리트 브랜드 사이에 아더에러는 롤모델 혹은 도달 목표다. 이들은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작은 작업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방식이 현재의 성공을 이루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상업적 마케팅이나 당장 매출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급부상했다가 1~2년 만에 사라진 수많은 브랜드 중 하나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죠.” 좋은 브랜드는 늘 문화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신념이다. 그리고 좋은 문화는 브랜드에서 일방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덧붙인다. “그 브랜드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주는 겁니다.” 이들은 문화를 만들어줄 불특정 다수에게 흥미롭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아티스트 협업 작품을 업데이트하고, 매 시즌 플래그십 스토어를 새롭게 꾸미며, 재미있는 룩북을 만든다. 그것을 발견한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찍고 저장한 사진은 각자의 경험이지만 공유하는 순간 모두의 경험이 되고, 거기에는 늘 아더에러가 있다.
진지하고 상념적인 작업에 비해 우리의 방식이 가볍고 캐주얼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들이 고가의 크리스털 컵이라면 우리는 플라스틱 컵이죠. 부담 없이 흰색도 사고 파란색도 살 수 있어요. 떨어뜨려도 괜찮고 녹여서 다른 걸 만들 수도 있죠. 꼭 크리스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다를 뿐입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전달하고 ‘재미있게’ 느끼는 걸 지향합니다.” 온갖 데이터 전문가들이 분석하지 못해 안달 난 밀레니얼 세대의 실체가 궁금하다면 여기에 명쾌한 해답이 있다. 인스타그램 세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나? “사람들이 제일 좋아한 건 문구가 들어간 양말이었어요. ‘Don’t Grow Up’ 혹은 ‘But Near Missed Things’ 같은 문구는 1차원적이지만 같은 눈높이에서 우리의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죠. 우리가 소통하는 방식이에요.”
모델 촬영이 끝나고 그래픽 작업에 필요한 촬영이 이어졌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듯하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그런 듯 보인다. 이 사진으로 어떤 작업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물어보면 알려주겠지만, 미리 제한하거나 경계를 치고 싶지는 않다. 분명 나 자신이 참견쟁이 구세대처럼 느껴질 테니까. 쿨한 척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구세대라는 건 곧 분명해졌다. 여태껏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것이 지나치게 과한 시대를 살고 있어요. 스마트폰만 있으면 하루 종일 뭐든 다 할 수 있죠. 소화할 수 없을 만큼 정보가 쏟아지고, 보고 기억해야 할 것은 너무 많아요. 삶이 복잡해지고 생각만 많아집니다. 소화불량에 이를 지경이니 사람들은 복잡한 걸 싫어하고 덜어내고 싶어 하죠. 패션도 사람들의 욕구를 따르는 거라 생각합니다. 과거의 하이패션은 복잡하고 어렵고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요즘은 뭐든 단순하고 쉽게 접근하려고 하죠. 하이패션과 스트리트웨어의 경계가 사라지고 요즘 사람들이 쉬운 옷을 원하는 건 그런 이유라고 봅니다.”
난 앞으로도 계속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여전히 패션 위크의 컬렉션이 너무 단순하다고 투덜댈 거고, 아더에러의 발랄한 색감과 통통 튀는 문구에서 느껴지는 청춘의 기운에 위화감을 느낄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새 세대가 자리를 잡아간다. 아더에러가 다른 행성에서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의 시간은 지났다. 지금은 그들이 옳다. 절대적으로.
-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아더에러
- 모델
- 송해인
- 헤어
- 문지선
- 메이크업
- 강석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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