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모유수유

2018.11.07

by VOGUE

    #모유수유

    최첨단 디자인을 뽐내는 신생 벤처 기업이 세상에서 가장 기본적 영양 공급 방식, 모유 수유 산업 에 뛰어들었다.

    아이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식품 모유. 출산 후 첫 수일간 나오는
    초유는 색이 진하고 단백질과 무기질이 많은 데다 탄수화물과 지방은 적다. 면역 성분까지 풍부해 초유를 먹이는 일은 중요하다.

    지난여름 어느 습한 주말, 가슴을 형상화한 하트 모양 로고로 뒤덮인 청록색 RV(레저용 자동차)가 덜컹거리며 디트로이트로 들어섰다. ‘펌프스포팅(Pumpspotting)’이다.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모유 수유하기 좋은 장소를 안내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지 2년이된 이 스타트업은 현재 한창 킥스타터(2009년에 설립한 미국의 대표적 크라우드펀딩 서비스)가 주최한 전국 투어에 참여하고 있다. 차 안에선 임신부들과 초보 엄마들이 파스텔 톤의 도톰한 쿠션에 기댄 채 쉬고 있다. 한쪽에선 3주 된 신생아들이 힘껏 젖을 빨고 있다. 모유 수유 코치는 아기들에게 젖을 더 잘 물릴 수 있는 다른 자세를 제시하는 와중에 누군가는 RV의 속도를 올리면 가슴이 기울어져 수유가 수월하다는 농담을 건넸다.

    “원초적 필요만큼 혁신을 유도하는 것은 없어요.” 펌프스포팅 창립자 에이미 반하렌.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모유 수유에 대한 ‘웃픈’ 추억이 있다. “출장길에 갓 짠 모유를 아이에게 전달하기 위해 드라이아이스 업체를 구글링하고 욕실에서 울면서 모유를 짜내기도 했어요. 비행 중에 비즈니스맨들 사이에서 모유를 짜내던 시절도 있었고요.” 그로부터 고작 몇 년 후 워킹맘들을 대신해 집집마다 배송 서비스를 대행하는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본사를 둔 ‘밀크 스트로크’, 공항과 박물관에 배치된 유선형의 모유 수유 공간 ‘마마바(Mamava)’, 무선 유축기 ‘윌로우’ 등 이미 많은 펨테크(Fem-Tech)회사가 워킹맘들의 이런 아찔한 순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을 비롯해 ‘수유’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유사 스타트업 회사가 번성하는 것은 벤처캐피털 자금 간의 성적 편향성과 다른 제도적 힘을 보다 광범위하게 고려한 실리콘밸리의 재조정 덕분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약 70만 개의 리포스트를 이끈 모유 수유 정상화 운동 ‘#normalizebreastfeeding’도 한 몫한다. 얼마 전 존 레전드는 아내 크리시 타이겐이 자동차 안에서 유축하는 장면을 업로드해무려 10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했고. 일리노이주 상원 의원 태미 덕워스는 그녀의 갓난아이를 일터에 데리고 출근했으며. 나이지리아계 미국인 모델 아다오라 아쿠빌로 콥은 의류 브랜드 ‘갭’ 광고에서 아들에게 수유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현시대는 문화적으로 여성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대화가 훨씬 활발해졌어요. 모유 수유 공간은 그런 차원에서 분명 중요한 부분이죠.” 반하렌은 말한다.

    모유 수유는 생물학적으로 정해진 영양 공급의 한 방식으로 꽤 오랜 시간 일시적 사회변동의 영향을 받아왔다. 20세기 초에는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행위가 곧 계급을 나타내는 지표였다. 가난한 사람들은 모유 수유를 했고, 부유한 사람들은 이에 이의를 제기하며 유모와 조제된 이유식인 분유에 의지했다. <보그>에서 모유 수유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어빙 펜의 사진을 게재한 1956년, 국제모유수유연맹(La Leche League)은 그 무렵 반짝 인기를 끌던 포장 식사에 맞서는 모유 수유를 화두 삼아 첫 모임을 가졌다. 유아용 유동식에 대한 잘못된 마케팅은 17세기와 18세기에 세계적 논란을 유발했지만 인기는 식지 않았다. 하지만 유축기 업계 리더인 ‘메델라’가 1991년 최초로 가정용 유축기를 도입해 일하는 여성들은 아기에게 얽매일 필요 없이 보다 쉽게 모유 수유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문명의 발달로 여성들은 자유를 얻었지만 불편함은 여전했다. 후미진 장소에서 마지못해 유축을 해야했고, 모유 수유를 선택한 이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혀 차는 소리를 듣거나 힐끔거리는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모유의 장점을 강조하는 신생 과학에 자극을 받아 그들의 입장을 고수했다. “모유는 그 자체로 완벽한 완전식품입니다. 섭취와 동시에 아기의 모든 신체 기관에 영향을 미치죠.” 펜실베이니아대 간호대학 출산·양육학과 교수이자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모유 수유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 다이앤 L. 스파츠 박사는 말한다. 모유의 장점은 상당하다. 락토페린(내장 건강에 필요한 핵심 단백질), 유익한 미생물, 심지어 그런 미생물에 영양을 공급하는 독특한 설탕과 더불어 신경 발달을 촉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희귀 줄기세포를 함유한다. “유동식을 먹이고도 괜찮을 수 있어요.” 스파츠는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모유 수유에 대한 보다 폭넓은 지원(특히 출산 후 처음 며칠 동안 올바른 젖 물리기 자세를 확립하고 모유 생성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한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모유 수유가 참을 수 없이 따분한 일이거나 코미디언 앨리 웡이 말하듯 “우리의 몸이 카페테리아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야만적 의식일 수도있다. 모유 수유는 또한 육체적으로 고통스럽고, 정서적으로 진이 쫙 빠지는 일이다. 일부 여성은 좌절감을 느낄 정도로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태생이 반항적인 포유류 아닌가.

    사실 해시태그를 통한 모유 수유 옹호 활동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도 제한적이다. 모유 수유에서 기존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지난 4월 MIT 미디어 랩에서 주최한 두 번째 해커톤(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해 시제품 단계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개발 경진 대회를 일컫는 말) ‘유축기를 엉망으로 만들지 마라(Make the Breast Pump Not Suck)’의 최대 관심사였다. 2014년 이 프로젝트의 총책임자 캐서린 디냐지오는 미디어 랩의 화장실 바닥에서 앞뒤 가릴것 없이 유축하는 동안 이 행사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이내 마마바 시 제품을 설치했다. 그 후 비록 비용은 상당하지만 꾸준한 혁신이 이루어지고있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유축기가 1,000달러나 하는 그런 세상이 아니에요.” 교육가이자 활동가인 제니퍼 로버츠와 함께 저 멀리 후진국 출신의 디자이너와 전문가를 컨퍼런스에 초청한 디냐지오는 말한다. 뉴멕시코 원주민 여성들은 예복을 모유 수유에 맞게 고쳐 입는 방법을 강구했고 뉴 올리언스 모유 수유 센터의 한 그룹은 손을 이용한 유축기, 보랭 백, 아이스팩, LED 수유등에 대한 조언을 포함해 재난 구호를 위한 방수 수유 키트를 제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참석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제품이 아닌 정책, 즉 유급 휴가였다. 한 예로 캘리포니아주에서 6주간의 휴가를 보장하는 규정(지난 1월부터 6주에서 12주로 늘어남)을 통과시킨 이후 16년 만에 그 주에서의 중간 모유 수유 비율은 두 배로 늘었다. 출산 후 10일 만에 직장에 복귀하는 워킹맘들을 보면 사람들이 왜 모유를 사치품이라고 부르는지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로버츠는 “그런 현실을 직면하는 것이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뭔가를 디자인할 때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면 결국 온 인류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Vincent Ferrané
      글쓴이
      LAURA REGENSDORF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