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로맨스가 흐르는 코코 카피탄과 그녀의 여자 친구 프란세스 윌크스
코코 카피탄과 그녀의 여자 친구 프란세스 윌크스. 예술과 로맨스가 흐르는 낯선 이방인들이 전통과 현대를 유영하며 여행을 한다.
예술가란 밤하늘을 밝히는 별과 같아서 언제 누구의 마음에 가닿을지 알 수 없다. 2017년 구찌 가방과 티셔츠에 삐뚤삐뚤한 핸드라이팅을 선보이며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아티스트로 단숨에 떠오른 코코 카피탄(Coco Capitán). 작년 한 해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개인전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를 선보이며 사람들의 마음에 빛을 밝혔고 또 다른 의미의 스타로 떠올랐다.
코코 카피탄이 그동안 <보그> <데이즈드> 등과 선보인 화보 그리고 구찌, 버버리 등과 발표한 협업은 상업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무너뜨린 작업으로 호응을 얻었다. 패션 브랜드를 스스럼없이 예술의 소재로 대하는 태도는 패션 사진을 새로운 장르로 진화시켰다. 코코 카피탄의 작품 세계는 화려해 보이는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스페인 남부 작은 마을에서 자라 런던에서 사진을 공부한 그녀는 자신의 성장 과정을 투영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문화적 소외감을 가상의 쌍둥이 형제를 통해 드러낸 회화와 설치물,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담은 사진 시리즈,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신과 자신이 바라보는 타인의 간극을 풀어낸 자화상과 같은 작품은 직관적인 공감을 자아냈다. 사진,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지만 특히 핸드라이팅은 그녀의 작품 세계를 확장하는 고유한 정체성이다. “열렬히 꿈을 좇는 사람들, 그렇게 살아가는 너를 응원해. 그러한 노력은 오지 않은 내일보다 오늘을 살 수 있게 할 거야” “상식은 진화하는 것이다”와 같이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은 채 젊은 세대를 위한 명언처럼 회자되어왔다.
작품 세계가 SNS를 장식하기 좋은 물성을 띠고 있어 트렌디한 감성을 가진 아티스트로 떠올랐지만 그녀가 세상이 말하는 트렌드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건 아이러니다. 코코 카피탄은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면, 그 세계가 타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새로움임을 증명한다.
<보그> 표지와 화보 촬영을 위해 한국적인 공간을 원했다.
전통적인 배경을 현대적 삶과 비교하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에 서울에서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심한 후, 서울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모습을 살펴보아야 했다. ‘운경고택’은 한국의 가정과 문화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한국 식재료가 사진에 흥미로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방인의 입장에서 나에게 이국적인 느낌을 준 한국 문화의 여러 요소로부터 매력을 느꼈다. 과일과 채소가 어떻게 한국 전통에 녹아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마치 컬러 팔레트처럼 느껴졌다.
옷장에 이불처럼 들어간다거나 방석의 컬러 대비를 이용하는 시도가 흥미로웠다. 댕기, 버선, 족두리 등 한국 전통 액세서리와 한복이 구찌 컬렉션과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룩이 탄생했다.
나는 모던함과 전통적 특성을 대비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두 가지 특성을 합친 맥락을 넘어서는 전통적이고 현대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매일매일의 장면에서 예상치 못한 아이템들을 더하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화가인 프란세스 윌크스(Frances Wilks)는 당신에게 엄청난 영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프란세스는 파트너이자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우리는 함께 살면서 작업을 같이 하기도 한다. 경험에 비춰볼 때, 예술은 사생활로부터 고립될 수 없다. 계획에 없더라도 그녀는 결국 나의 작품에 등장하게 된다. 그녀는 나의 예상을 뛰어넘기도 하고, 내가 이미 갖고 있는 아이디어에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녀는 나라는 존재의 한 연장선처럼 나의 성격과 작품을 보완해준다.
프란세스 윌크스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당신의 언어로 듣고 싶다.
우리는 여자 친구 관계이자 인생의 파트너이다. 모든 사람들 속에서 나는 그녀와 함께 가는 길을 선택했고 그녀 또한 같은 이유로 나를 선택해준 점에 매우 감사하다.
완벽하게 낯선 공간과 새로운 사람은 예술에 영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은 당신에게 어떤 영감으로 작용했나.
서울은 새로운 것과 옛것의 경계선에 있는 아주 훌륭한 도시이다. 서울의 엄청난 기술적 혁신이 서울의 오랜 역사와 대조된다. 서울은 내게 끊임없는 흥미와 영감을 주는 곳이다.
‘한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
Now(현재).
평소 메모를 많이 한다고 알고 있다. 한국에서 적은 메모 중 하나를 소개해준다면.
Messages from the Future(미래로부터의 메시지).
더 이상 사진을 찍고 싶지 않고,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고 싶다고 적은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보았다.
글을 쓰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은 사진이 표현할 수 없는 생각을 전달해준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수단이 다른 것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듯이, 각자 알맞은 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사진은 내가 가장 잘 아는 수단일 것이다. 아마도 나의 사진에 쏟아지는 관심이 압박이 되어 무언가 순수한 것을 창조하려고 할 때 좀더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림과 글에 대한 애정으로 최근 새롭게 시작한 작업이 있다면.
나는 항상 다른 종류의 매체에 최소 10가지 정도의 작품을 동시에 작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작업 방식이 좀더 신선한 기분을 유지하게 한다.
이번 개인전에서 핸드라이팅 작품 ‘We Just Wanted to be Loved’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은 직간접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우리 자신으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얻기 위함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개인적 경험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나.
나와 내 작품은 서로 개별적인 것이 아니고, 두 개로 양분된 하나의 완전체, 즉 나를 뜻한다.
사진을 찍지만 피사체로 등장하길 꺼리지 않는 듯 보인다. 스스로 사진을 찍는 건 당신의 정체성을 가까이 들여다보고자 하는 행위인가. 사진을 찍는 것과 사진에 등장하는 건 어떻게 다른가.
자화상은 사진작가와 보는 사람들을 위한 연습이다. 당신 자신을 시험하는 방법이자 사진 속에서 시험에 드는 방법이다. 나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다루거나 나의 몸짓을 이용해서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핸드라이팅은 사진에 어떤 힘을 더 부여한다고 생각하나.
어릴 때부터 핸드라이팅 작품을 만들어오고 있다. 핸드라이팅은 사진과 그림의 정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핸드라이팅은 나의 팔레트에서 가치 있는 도구이다.
끊임없이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이슈에 대해 당신만의 결론에 도달했는지, 여전히 답을 찾기 위한 과정에 있는지 궁금하다.
예술과 상업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지속적으로 그 경계를 탐구하고 싶다. 작품 활동을 할 때, 추상적인 무대에서 창작하게 된다. 작품이 ‘예술적’인지 ‘상업적’인지를 결정할 수는 없다. 그저 무언가를 말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많은 동시대 사람들과 같이 나는 팝 문화와 자본주의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구분 짓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당신이 현대사회의 한 부분이라고 단정 짓는다면, 자신의 존재를 자본주의에서 완전히 분리시킬 수 없다. 21세기의 예술은 상업이고, 상업은 가장 숙련된 예술의 형태이다.
패션 매거진이나 브랜드의 작업 제안은 작품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브랜드와의 공동 작업은 아주 행복한 과정이다. 누군가가 나와 나의 작품을 믿어주는 증거이기도 하며, 그것은 매우 안심이 되는 일이다.
요즘 흥미를 끄는 것들의 공통점을 꼽아준다면.
내가 속해 있는 환경에서 보이는 모든 것에 흥미가 있다. 그런 모든 것이 변화하는 모습에서 새로운 즐거움도 알아가게 된다. 나는 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소파에서 고양이를 옆에 두고 책 읽기를 좋아한다.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 일어나는 모든 것을 즐긴다. 여행을 많이 다니지만, 최근에 제일 좋아하는 것은 친구들과 프란세스랑 함께 런던에 머물면서 축구도 하고 저녁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새벽까지 음악을 듣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주의를 기울이면 일상이 평범하게 끝나는 일은 없다는 걸 믿는 사람이다. 그런 평범하고 작은 것들 안에서 커다란 영감을 얻는다. 그건 정말 나에게 크게 느껴진다.
세상의 흐름에 예민한 사람인가.
트렌드, 특히 대중문화에는 관심이 없다. 친한 친구들과 공유하는 나만의 가치를 둔 시스템이 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는 ‘쿨’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에 관한 질문이었다면 그런 면에 대해서는 정말 관심이 없다.
스페인 올림픽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를 촬영한 작품과 여러 핸드라이팅 작품에서 노력하는 행위에 대한 존중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예술은 노력이 결과로 직결되는 분야는 아닌 것 같다.
무엇을 잘하려면 수많은 연습을 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라도 지속적으로 주의 깊게 적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존경하는 모든 예술가들은 남들과 다른 훌륭한 작품 덕분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도와 연습을 통해 가치 있는 것들을 창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면 포기를 예상하는 것 또한 두려운 일이 된다. 그래서 나는 그것이 무엇으로부터 나오는지 탐구하고 계속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사이먼 베이커(Simon Baker)가 큐레이팅한 다음 전시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 파리에 위치한 유럽사진미술관(Maison Européenne de la Photographie)에서 2019년 3월에 열릴 예정이다.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자 하나.
True to myself.(나 자신에게 진실하고 싶다
- 에디터
- 조소현, 홍국화, 이소민, 서준호
- 포토그래퍼
- COCO CAPITÁN
- 헤어
- 강현진
- 메이크업
- 원조연
- 프로덕션
- 조영래(Aaron Cho@sketchedSPACE)
- Equipments supports
- 플레이 스튜디오
- 장소
- 운경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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