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갤러리로 간 알바 알토

2023.02.20

by VOGUE

    갤러리로 간 알바 알토

    알바 알토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컬렉션, 그가 전하는 진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개인의 취향과 열망에서 출발한 수집의 발로는 자발적이고 우연적일 때 그 컬렉션의 강렬한 가치가 더욱 값지게 빛난다. 수 년 동안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의 건축물을 찾아다니며 그가 디자인한 가구와 조명, 소품 등을 모아온 카우니스 코티(Kaunis Koti)의 서동희 대표의 행보에는 ‘알바 알토’라는 창조적 주체가 깊숙이 깃들어 있다. 카우니스 코티는 ‘아름다운 집’이라는 뜻의 핀란드 말로, 마치 핀란드의 어느 빌라를 옮겨 놓은 듯 알바 알토의 가구들로 채워진 성수동 그의 아파트먼트를 칭하는 동시에 한 건축가에 매료된 컬렉터로서의 서동희 대표가 참여하는 모든 알바 알토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말이기도 하다. 알바 알토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핀란드 건축가로 1930년대부터 60년대 말까지 핀란드 헬싱키와 투르크를 비롯한 전 지역에 수많은 건축물을 남겼다. 자신이 지은 건물 내부의 인테리어와 가구, 조명, 소품까지 주로 디자인한 그는 1935년 가구 전문 브랜드 아르텍(Artek)을 설립해 사용자의 삶의 환경에 유기적으로 접근한 건축가였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우리 시대에 맞는 형태를 발견하는 것이며, 이는 삶의 전 영역에 해당된다.”라는 말이 전하듯 알바 알토가 이룩한 모든 작품은 그의 삶 자체였다.

    새해 초, 서동희 대표가 소장 중인 알바 알토 컬렉션 일부와 여행하며 직접 찍은 알바 알토의 공간 사진을 함께 전시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추운 주말 오후, 작지만 따스한 느낌이 감도는 갤러리를 찾았다. 전시장인 듯 쇼룸의 분위기도 풍기는 감도 높은 공간에 알토의 테이블 몇 개와 의자들 그리고 간결한 나무 선반, 천장에서 떨어지는 램프 하나가 걸려 있었다. “제가 살고 있는 공간의 느낌을 화이트 큐브로 옮겨보면 어떨까 해서 전시 타이틀을 카우니스 코티 별관 <ANNEXE / KAUNIS KOTI>이라고 지었어요. 최대한 집 같은 느낌을 만들어 보려고 시각적으로 가구들과 사진 작업이 부딪히지 않게 애썼어요. 그래서 램프도 포인트로 하나만 떨어뜨렸죠.” 욕심을 낼 법도 하건만 암체어와 테이블, 자그마한 의자와 스툴이 각자의 존재를 고요히 드러내는 듯 했다. 더불어 해마다 핀란드로 어렵사리 찾아가 공들여 촬영한 사진들에는 그가 애정과 겸손으로 바라본 건축가의 속살 같은 공간이 독특한 앵글로 담겨 있었다.

    핀란드 남부 위베스퀼레(jyvaskyla) 대학교 도서관 사진. 서동희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알바 알토의 건축물 중 하나라고.

     

     

    이 남자의 마음을 알바 알토와 그의 창조물이 차지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우연히 핀란드를 여행하다가 알토 스튜디오와 알토 하우스를 방문했는데, 충격적일 정도로 제 마음에 각인됐어요. 언젠가 나도 저렇게 해놓고 살고 싶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다녀와서도 계속 기억에서 떠나질 않는 거예요.” 어릴 적부터 늘 무언가를 모으곤 했다는 서동희 대표의 수집벽은 머릿속에 갖고 싶으면 세상 어디라도 뒤져서 찾아내고야 마는 근성마저 지녔다. 유럽의 가구 경매장을 누비기도 하고, 크고 작은 가구숍에 연락을 취하고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그 열정은 아흔이 넘은 노인의 유품으로 나온 알바 알토의 피스들을 행운처럼 품게도 했다. “간결하고 심플하기도 하지만 나무 소재와 꺾어지는 곡선에서 오는 우아한 터치는 알바 알토 가구만한 게 없어요. 공간과 한 몸이 되는 특유의 느낌도 있고 알토 테이블 위에는 어떤 물건을 올려놓아도 빛나게 만들어 주거든요.”

    “컬렉션을 할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원래 전 다양하고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사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하는 컬렉션은 모든 걸 쌓아두기 보다는 정말 좋아하는 걸 묶어내는 작업 같아요. 열 개가 있다면 세 개만 선별하고 일곱 개는 보내고, 다시 모으는 식으로요. 계속 정리하고 버리면서 다시 찾는 과정이 몸에 배어 있기도 하고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컬렉션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에요.” 해마다 여름이면 찾아갈 먼 북구의 땅 알토의 흔적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해낼 진귀한 가구들과 조명을 생각할 때 앞으로 서동희의 컬렉션은 더욱 정제된 아름다움으로 빛나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한 컬렉터의 감성과 시선을 빌어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적 사고와 조형성을 매만지며 탄복할 수 있는 건 우리들에게도 유일무이한 경험이 될 것이다.

    <ANNEXE / KAUNIS KOTI>

    2019. 01. 05 – 02. 24

    Art de Vivre Seoul

    전시 일정은 예약제로 운영(02-518-1510)

      박선영(칼럼니스트)
      사진
      박선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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