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뉴욕 첼시의 한인이 피운 꽃, 레스토랑 ‘COTE’

2019.02.22

뉴욕 첼시의 한인이 피운 꽃, 레스토랑 ‘COTE’

사이먼 김(김시준)이야말로 걷기나 말을 배우기 전에 미각을 배운 천재 사업가다. 요즘처럼 존재감 있는 ‘스타 셰프’가 업계 주인공인 시대에 사이먼의 존재는 역할은 다르나 분명 이 세계에 주역급이다.

‘맛’ 비즈니스 감각이 탁월한 그의 첫 번째 미슐랭 스타 퓨전 레스토랑 ‘피오라(Piora)’를 방문한 지도 어느새 4년 전이다. 당시 나는 그와 대화를 나누며 이 셰프와 한국에 가서 한국 음식을 먹으며 미식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생각했다.

식도락을 즐기는 엄격한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라는 그. 그는 16세의 어린 나이부터 프로의 세계에 두려움 없이 몸을 던지며 모험을 시작했다. 장 조지, 토머스 켈러 같은 뉴욕에서 내로라하는 셰프들 밑에서 경험한 15년 세월은 그에게 ‘완벽주의’를 향한 자세를 일깨웠다.

타고난 승부욕, 천부적 서비스 정신, 미각과 시각까지 버무려 탄생한 피오라(‘꽃이 피어라’라는 뜻)는 오픈과 함께 미식가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가 뉴욕 첼시에 고깃집을 냈다.

“서양인이 김치를 담가 우리 맛을 내는 데 한계가 있듯이 아무리 서양 음식을 마스터해도 문화의 벽을 부술 수는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외국인들이 넘겨다볼 수 없는 우리 고유의 식문화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어요.” 

발렌타인데이에 도착한 레스토랑. 입구에 들어서자 꽃 모양 심벌 속에 한글로 선명하게 ‘꽃’이라 적힌 붉은 네온사인이 보인다.

“꽃의 음을 프랑스어식으로 표기해 ‘Cote’가 되었죠.”

피오라 이후 꽃이라… 그의 꽃 사랑이 여전하다. 예쁜 한글 단어의 음률을 뜻과 묘하게 이중적으로 매치한 작명의 기발함에서 이미 성공의 전주가 엿보인다.

살짝 경사진 긴 입구를 붉게 빛내는 ‘꽃’을 향해 오르니 중앙에 설치된 바가 거대한 홀 공간을 양쪽으로 나눈다. 짙은 청회색의 어두운 실내는 미니멀하게 구분되어 있었고, 프라이버시를 침범하지 않으려는 듯 조명이 은은하다.

명색은 고깃집이나 멋지게 차려입은 뉴요커로 가득했다. 애피타이저로는 성게를 얹은 생굴, 캐비아, 육회, 참치 타르타르 등이 준비되어 있다. USDA 인증 최상급 고기부터 일본의 A5 와규까지 전 세계 최고의 소고기를 부위별로 손님의 구미에 맞춰 다양하게 내놓는다. 제일 좋은 고기가 뭐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확신에 찬 얼굴로 대답한다.

“믿을 수 있는 공급처를 통한 원자재 수급과 꾸준하고 철저한 품질 검열로 손님이 원하는 부위를 정확히 이해하는 거죠. 그리고 각자 원하는 맛대로 요리하는 것이 바로 최상의 고기입니다.” 

1인 기준 단품으로 모든 부위를 주문할 수 있으며 ‘부처의 만찬(Butcher’s Feast)’이라는 반찬과 두 가지 찌개, 후식까지 나오는 모둠 세트 메뉴도 있다. 지하 공간에서는 간단한 스낵과 함께 와인과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층계 옆으로 육류 보관 냉장고가 있는데, 이 냉장고에서 모든 드라이 에이징 고기를 숙성시킨다.

좋은 음식을 나누는 가운데 삶의 순간이 꽃처럼 피어오르는 그런 기쁨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 오랫동안 변함없는 소망이라는 그. 다음 프로젝트로는 마이애미에서 ‘꽃’을 피울 예정이란다. 그와 함께 한국 식문화의 ‘꽃’이 세계 곳곳에서 소담스럽게 피어나길 바란다.

COTE
16 West 22nd St. (b/w 5th & 6th Ave.) New York, NY 10010
212-401-7986

    에디터
    우주연
    글/사진
    박지원(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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