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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파격적인 시대극, ‘브리저튼’의 주역들

2023.02.26

by VOGUE

    올해 가장 파격적인 시대극, ‘브리저튼’의 주역들

    <브리저튼>은 현대인을 위한 색다른 시대극이다.

    리젠츠 파크에서 <보그> 화보 촬영을 막 끝마친 피비 디네버(Phoebe Dynevor), 레지 장 페이지(Regé-Jean Pag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재밌고 자연스러운 유머 감각을 가진 느긋하고 매력적인 젊은 배우들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브리저튼>의 주연으로, 넷플릭스는 영국 섭정 시대 배경의 시대극인 <브리저튼>을 통해 시대극을 재정의하고 시대극의 부흥을 일으키고자 했다

    19세기 초에 멈춘 듯한 인터뷰 장소 때문인지 두 배우에게는 아쉬운 슬픔이 감돌았다. 런던 북부의 정돈된 잔디밭과 역사가 깃든 테라스를 거닐며 보낸 하루에 대해 묻자 페이지는 웃으면서 “(디네버가) 눈물을 조금 훔쳤다”고 답했다. 페이지는 투덜거리며 고개를 젓고 있는 파트너에게 새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디네버는 “눈에 바람이 들어가서 그랬다”고 미소 지으면서도 2020년을 정신없이 보내고 다시 만나는 것이 뭔가 뭉클했다고 털어놨다.

    크리스 밴 듀즌(Chris Van Dusen)이 연출하고 <그레이 아나토미><스캔들> 등의 총책임자였던 숀다 라임스(Shonda Rhimes)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브리저튼>은 8부작으로 제작되었다. 미국 작가 줄리아 퀸(Julia Quinn)이 20년 전에 쓴 낭만적인 로맨스 소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일부 평론가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7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라임스는 “(소설을) 얕봤다”고 회상하면서, 여름휴가를 보내며 한 권을 읽은 후 줄리아 퀸의 소설을 전부 탐독했다고 전했다.

    <브리저튼>은 1813년 그로브너 스퀘어에서 다프네 브리저튼이 사교계 데뷔를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동명 소설 시리즈의 첫 번째 책 <공작의 여인(The Duke and I)>을 바탕으로 제작했으며, 천사 같은 피비 디네버가 다프네 브리저튼을 연기했다. 극성스러운 어머니, 음모를 꾸미는 라이벌, 재산을 노리는 사냥꾼들로 시끌벅적한 결혼 시장에 발을 들이자마자 다프네는 제일 인기가 많은 헤이스팅스 공작 사이먼 바셋과 마주친다. 생각이 많고 강렬한 사이먼 바셋은 매혹적인 레지 장 페이지가 연기했다. 다프네와 사이먼이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무관심은 격렬하게 싸우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서 사랑으로 변한다.

    뻔해 보일 수도 있는 이 줄거리는 다인종 캐스팅, 두드러지는 페미니스트 감성과 예리한 유머 감각을 통해 전혀 뻔하지 않게 연출된다. <브리저튼>에는 시끌벅적한 권투 경기와 섹스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비롯해 무도회장에서 현악 4중주로 편곡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Thank U, Next’에 맞춰 사람들이 춤을 추는 잊지 못할 장면이 등장한다. 니콜라 커그랜(Nicola Coughlan), 조나단 베일리(Jonathan Bailey), 아됴아 안도(Adjoa Andoh) 등 <브리저튼>의 아름다운 조연 배우들은 줄리 앤드류스(Julie Andrews) 덕분에 더 빛을 발하며, 줄리 앤드류스는 내레이터이자 조지 왕조 시대판 <가십걸>처럼 살 떨리는 폭로를 이어가는 익명의 가십 신문 작가를 연기한다. ‘시대극 순정주의자’들은 코웃음 칠지 몰라도 이것이 바로 <브리저튼>의 핵심이다.

    32세인 페이지는 “사람들이 잊지 못할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런던에서 태어나 짐바브웨에서 유년기를 보낸 페이지는 글로브 극장의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에 출연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2016년에 시대극 시리즈 <뿌리(Roots)>를 통해 눈도장을 찍었다. <뿌리>에 대해서 페이지는 “섭정 시대에 결투를 이렇게 많이 할 줄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25세인 디네버도 시대극이 처음은 아니었다. 디네버는 BBC 드라마 <더 빌리지(The Village)><디킨시언(Dickensian)>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디네버는 트래퍼드에서 자랐고 그녀의 어머니 샐리는 1986년부터 <코로네이션 스트리트(Coronation Street)>에서 샐리 웹스터(Sally Webster)를 연기하고 있다. 디네버의 연기 인생은 열네 살에 <워털루 로드(Waterloo Road)>의 주연으로 낙점되면서 시작되었다. 페이지는 화들짝 놀라며 “첫 오디션에서 뽑혔나? 정말 운이 좋다. 나는 연극 학교에 들어가려고 2년이나 고생했다”고 말했다.

    디네버는 <브리저튼>을 위해서 페이지와 함께 “잉글랜드에서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곳을 전부 보러 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승마, 피아노와 에티켓 수업을 들었으며 플랜 B(Plan B)나 스톰지(Stormzy)의 음악에 맞춰 무도회장 장면도 연습했다고 밝혔다. 페이지는 “그 에너지로 (<브리저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페이지와 디네버 모두 의상이 보관된 거대한 창고를 비롯해 <브리저튼> 제작을 위해 들어간 노력이 상당했다고 입을 모았다. <브리저튼>에서 의상을 몇 벌이나 입는지 질문하자 디네버는 “108벌에서 110벌 정도인 것 같다”고 머뭇거리며 농담을 했다.

    <브리저튼>의 화려함 속에는 시대극의 새로운 틀을 만들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페이지는 <브리저튼>의 다인종 캐스팅에 대해 “역사적인 기록이나 미술품을 봤을 때 유색인종이 <브리저튼> 같은 이야기에서 배제된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유색인종을 다시 포함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유색인종을 이야기에 포함시키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며 “오히려 유색인종을 배제하는 게 더 힘들다”고 덧붙였다.

    <브리저튼>은 다른 방식으로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디네버는 “숀다 프로듀서의 시대극 작업에 참여하고 싶었다. 실제로 섭정 시대에 여성이 억압을 많이 받았지만, 그녀가 <브리저튼>에서 여성에게 힘을 실어줄 방법을 생각해낼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페이지는 사이먼을 “자신을 건방진 영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전혀 아닌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구혼자가 디네버가 연기하는 다프네를 위협하는 장면이 앞서 언급한 점을 한 번에 보여준다. 사이먼이 다프네를 구해주려 등장하는 순간, 다프네는 구혼자의 얼굴을 때린다. 디네버는 폭소를 터트렸고 페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페이지는 “<브리저튼>이 어떤 드라마인지 한 번에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하며 “<브리저튼>이 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장담하건대 예상 밖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글쓴이
      Radhika Seth
      포토그래퍼
      Ben Weller
      스타일리스트
      Hanna Kel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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