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로운 디올의 ‘뉴 룩’
‘뉴 룩’은 해방이자 자유, 아름다움의 동의어이며, 디올 하우스를 대표하는 고유명사다. 하운즈투스 문양을 첫선을 보인 75년 전과 2022년의 ‘뉴 룩 컬렉션’은 닮았다.
‘새롭다’는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형용사이자 대체 불가한 칭찬이다. 특히 패션계에서 디자이너에게 건네는 이야기라면 더더욱! 1947년 2월 12일 파리 애비뉴 몽테뉴에 자리한 디올의 살롱을 찾은 미국 <보그> 에디터 베티나 발라드(Bettina Ballard)는 크리스챤 디올의 첫 데뷔 컬렉션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무슈 크리스챤 디올은 두 가지 새로운 실루엣을 선보였다. ‘코롤(Corolle)’은 얇은 허리에 아래로 넓게 퍼지는 스커트였으며, ‘에잇(Eight)’은 허리 라인을 좁히고 골반을 강조한 재킷이었다.” 그리고 옆자리에 앉았던 미국 <하퍼스 바자>의 편집장 카멜 스노우(Carmel Snow)는 감탄 어린 찬사를 표했다. “친애하는 크리스챤, 새로운 룩(New Look)의 드레스를 창조했군요!”
패션계의 새로운 역사를 쓴 ‘뉴 룩’의 등장. 뉴 룩이라는 말은 고유명사처럼 통신기자들의 입과 타자기에 오르내렸고, 폭발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세계대전이 끝난 지 겨우 2년, 전후의 음울함이 채 사라지지 않은 세상에서 이 스타일은 일대 혁명이었다. “내 옷이 건축적 특성을 갖기를 원했고, 여성의 몸에 꼭 맞아 그 유려한 곡선을 표현해주길 원했습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전통을 되찾고 싶었죠. 여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얇고 가느다란 허리를 강조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패브릭을 사용해 부풀린 스커트처럼요.” 크리스챤 디올의 간절한 염원은 과거 어려운 시대에 계속된 패션의 암흑기로부터 해방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고, 곧 영감의 표현으로 자리매김했다.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무슈 디올은 이듬해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서도 실험적 시도를 이어갔다. 궁정에서 입을 법한 격식 있는 디자인에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생산한 울의 독특한 무늬 하운즈투스 체크(당시 양치기 소년들이 자주 애용하는 무늬였다)를 사용함으로써 강렬한 조화를 이끌어냈다. 전에는 볼 수 없던 과감한 시도와 접근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평소 무슈 디올은 영국적 스타일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하운즈투스(Houndstooth) 체크가 우아하고 대담한 디올 하우스 감성의 상징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바야흐로 2022년 1월 1일, 시간을 초월한 우리는 하운즈투스 패턴을 입은 디올 뷰티의 새로운 ‘뉴 룩(New Look)’ 에디션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크리스챤 디올은 남성용 의상에 사용되던 전통적인 패브릭 패턴 하운즈투스를 우아한 꾸뛰르 작품에 접목한 최초의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번 메이크업 컬렉션은 그의 놀라운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죠.” 디올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 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가 말을 이었다. 전 세계가 팬데믹이라는 제2의 전쟁을 마주한 지금, 디올 뷰티는 무슈 디올이 처음 선보였던 뉴 룩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반영한 21세기 뉴 룩을 선보인다. 디올의 대표 메이크업 아이콘, ‘포에버 꾸뛰르 쿠션’과 ‘루즈 디올’ 그리고 ‘라 콜렉시옹 프리베 크리스챤 디올’ 향수로 이루어진 뉴 룩 컬렉션은 그야말로 ‘어벤져스’ 군단. 어떤 각도에서도 눈에 띄는 비주얼은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더없이 적절하다.
‘포에버 쿠션’은 예민한 피부를 온전히 맡겨도 전혀 답답하거나 두렵지 않은 가볍고 편안한 포뮬러가 돋보인다. 야생 팬지꽃 추출물을 풍부하게 함유해 건조한 겨울날에 사용해도 장시간 촉촉한 느낌이 계속된다. 보송보송하고 매끄러운 피붓결을 선사하는 ‘루미너스 벨벳’과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광채를 선사하는 ‘루미너스 글로우’라는 두 가지 피니시의 갈림길에서 선택은 온전히 우리의 몫. 나의 선택은 하이라이터를 얹은 듯 은은한 광택을 선사하는 루미너스 글로우다. 피곤함의 잔재를 지우고 탱탱하고 볼륨감 있게 연출하는 귀티 충만한 윤광 효과는 어느 브랜드 쿠션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 게다가 ‘00’ 컬러의 새로운 색상 합류로 네 가지 선택지에서 좀 더 자연스러운 피부 톤 보정을 가능케 했다.
여성을 위해 립스틱을 세상에 처음 선보인 사람도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 매혹적인 꾸뛰르 컬러(그 당시에도 ‘퍼스널 컬러’가 있었다고 생각하면 쉽다)와 환한 미소를 선사하고자 했던 무슈 디올의 바람과 열정으로 ‘루즈 디올’이 1953년에 탄생했다. ‘디올 립스틱’이라는 뜻의 루즈 디올은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무려 1,500가지 셰이드로 비약적 발전을 이루며, 진정한 꾸뛰르 감성과 색상의 정수를 함축한 패션 꾸뛰르 하우스의 표본을 보여준다.
한때 건축가가 되고 싶었던 무슈 디올은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 대한 찬사로, 하나의 작품처럼 생긴 골드와 유리의 오벨리스크 형태로 최초의 루즈 디올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디자인은 변화를 거듭해 마침내 2005년,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디올의 카나주 모티브를 입은 미드나잇 블루 컬러의 우아한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우리 여자들의 파우치 속 필수품이 된 실버 트리밍과 ‘CD’ 로고로 장식한 새로운 루즈 디올의 케이스는 시간을 초월한 꾸뛰르 액세서리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레드 피오니 등 자연에서 유래한 추출 성분도 꾸준한 인기몰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스크가 제2의 피부가 된 지금은 무엇보다 입술을 편안하고 보드랍게 만드는 마술이 필요할 때니까. 립 컬러의 반짝임과 풍부한 발색력은 덤. 밀도 높은 크림처럼 부드럽게 발리지만 클래식하게 마무리되는 은은한 광택의 사틴, 세련되고 현대적인 매력의 매트,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피니시의 벨벳, 강렬하고 대담한 매력의 메탈릭까지, 총 네 가지 피니시 가운데 입맛대로,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무슈 디올이 공개한 최초의 두 가지 레드 컬러(9 그리고 99)에서 이름을 딴 ‘루즈 디올 #999 벨벳’은 피부 톤에 상관없이 모든 여성을 열광시킬 아이코닉 레드다. 코랄빛이 감도는 베이지 톤의 ‘#312 인칸데센트’는 서두르지 않으면 영영 만나보기 힘든 한정 에디션 컬러. 우아하면서 모던한 누드 톤을 찾는다면 ‘#772 클래식’, 벨벳처럼 부드럽게 발리는 말린 장밋빛 ‘#720 이콘’을 포함한 여섯 가지 색상이 당신을 기다린다.
위드 코로나 시대, 계속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 때문에 립스틱 사용을 겁내는 사람들을 위해 피터 필립스는 이런 조언을 건넸다.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입술을 유지할 수 있어요. 내 입술처럼 자연스럽지만 아름다워 보이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루즈 디올’을 입술 안쪽에 살짝 발라보세요. 그런 뒤 손으로 문질러 입술에 스미게 하고 티슈로 톡톡 두드려 여분을 제거하는 거죠. 가장자리가 연하게 연출된 입술은 매혹적인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을 연상케 합니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리필이 가능한 최초의 립스틱을 개발한 디올 하우스답게 최근 리필 가능한 제품군을 확장하며, 지속 가능 정책을 꾸준히 추구하고 있다는 것. 루즈 디올이 괜히 시대를 초월한 꾸뛰르 아이콘이라 칭송받는 것이 아니다.
디올 하우스에 무한한 영감을 불어넣는 하운즈투스 패턴은 ‘라 콜렉시옹 프리베 크리스챤 디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도형적인 하운즈투스 패턴은 종이 패키지뿐 아니라 향수 유리 보틀에서도 목격된다. 유리 보틀에 새겨진 정교한 패턴은 섬세한 꽃잎이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듯 감각적으로 새겨져 향을 입는 매일 아침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
향수를 향한 무슈 디올의 무한한 열정과 깊은 철학을 바탕으로 완성한 컬렉션답게 재료 하나하나에 애정과 장인 정신이 담겨 있다. ‘그리 디올(Gris Dior)’, ‘쟈스망 데 쟝주(Jasmin des Anges)’, ‘앙브르 뉘(Ambre Nuit)’엔 선별한 최상의 플라워와 진귀한 조향 원료를 한 방울 한 방울 농축해 디올 하우스의 꾸뛰르 정신을 고스란히 담았다. “단 한 방울의 향수로 당신은 디올을 입게 됩니다.” 무슈 디올의 말처럼 ‘그리 디올’은 무슈 디올이 사랑한 디올 특유의 회색빛 색조를 표현한 향수로, 그 향이 대담하고 인상적이라 우아한 첫인상을 남기고 싶을 때 선택하길 추천한다. 시트러스 & 플로럴 계열로 앰버리 모스 향이 밸런스를 이루면서 깔끔한 잔향이 매력적이다.
‘쟈스망 데 쟝주’는 꽃향기로 가득한 프랑스 그라스의 재스민 꽃밭을 거니는 모습을 상상하면 쉽다. 플로럴 & 프루티 계열 향으로 관능적이고 본능적인 매력의 즐거운 여름날처럼 오랫동안 지속되는 향기를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색다른 향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앙브르 뉘’가 현명한 선택이 된다. 앰버와 로즈, 두 노트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양극의 만남은 깊은 밤 부드럽게 물결치는 센슈얼한 향을 창조해낸다. 터키산 장미의 섬세한 부드러움과 짙고 동물적인 매력의 앰버 향을 결합한 향수로, 상반되는 존재에게 서로 이끌리는 듯한 향이 일품이다. (VK)
- 에디터
- 이주현
- 글
- 우주연(컨트링뷰티 에디터)
- 컬렉션
- CHRISTIAN DIOR PARFUMS, GETTYIMAGESKOREA
- COURTESY OF
- PARFUMS CHRISTIAN 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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