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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뮤지엄으로 간 한복

2022.11.20

by 조소현

    런던의 뮤지엄으로 간 한복

    170년 역사를 지닌 런던의 대표적인 박물관에서 한류에 대한 전시를 기획한 로잘리 김. 그녀 또한 한류다.

    1852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큰 공예 박물관,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에서 2022년 9월 24일부터 2023년 6월 25일까지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전시를 연다. K-팝 아이돌의 무대의상부터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소품, 패션과 뷰티에 이르기까지 한국 대중문화 현상을 반영한 200여 점의 오브제를 선보인다. 이 전시를 총괄하는 이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의 한국 전시실을 담당하는 큐레이터 로잘리 김(Rosalie Kim). 벨기에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서울과 유럽의 건축 사무소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건축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2012년부터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의 한국관 큐레이터로 일을 시작했다. 유럽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높은 런던에서, 그녀가 이 전시를 처음 구상한 건 2018년이다.

    어떻게 한류에 대한 전시를 기획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의 한국 전시관 큐레이터로서 일하면서 수많은 방문객과 학생, 업계 동료들과 교류했다. 그 과정에서 이 전시를 계획하게 했다. 사실 한국을 주제로 한 해외 전시는 대부분 조선 시대와 고려 시대에 초점을 맞춘 한국 예술사나 현대미술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전 세계에 가장 많이 알려지고 다 함께 즐기는 것은 한국의 대중문화다. 나는 2018년부터 이 주제로 전시를 구상해왔고 2019년에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전시 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안했다. 팬데믹 때문에 최종 승인이 날 때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전시 진행이 확정된 다음부터 프로젝트 큐레이터 최유진도 합류해 함께 준비를 시작했다. 전시의 전반적인 구성은 처음 제안할 때나 최종 버전이나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전 세계가 한국 문화에 주목하게 된 결정적 사건은 전부 그 후에 벌어졌다. <기생충>,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같은 K-팝 아이돌, <미나리>,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성공과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26개 한국어가 실린 일 같은 것 말이다. 이런 현상이 전시 구성에 타당성을 부여했을 뿐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가장 적절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영국은 유럽에서도 한국 문화와 K-팝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은 나라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영국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영국은 범세계적이고 다문화적인 사회 구성으로도 유명하지만 유럽에서 한국 이주민 집단의 규모가 큰 곳 중 하나다. 대중문화를 활발하게 생산하고 즐겨온 역사도 깊다. 이런 면이 한국 대중문화를 빠르게 수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류! 코리안 웨이브> 전시는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 K-팝 뮤직, K-뷰티와 K-패션으로 이어진다. 이런 순서로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전시가 단순히 한국 대중문화의 성취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대중문화가 형성된 과정을 추적하고, 한국 전통문화와 오늘날의 사회적 주제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의 입문으로 한류를 활용하고자 했다. 전시의 시작은 싸이다. 그는 최초의 K-팝 스타일 뿐 아니라 대중문화의 세계지도에 처음으로 한국을 표시한 인물이다. 이 전시는 한류에 대한 배경지식을 제공하는 역사적 관점의 서문으로 시작해 뒤따르는 섹션에서 이해를 돕는 맥락과 예시를 보여준다. 제일 먼저 1990년대 후반에 아시아에서 시작된 한류를 보여주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로 시작한다. 그다음에는 K-팝과 팬덤을 통해 2000년대 중반 이후 K-팝이 이끈 한류의 해외 확산에서 디지털 기술과 신세대 소비 집단의 역할을 강조한다. 전시는 K-뷰티와 K-패션으로 마무리되는데, 이 섹션은 한류의 구체적인 성취를 넘어 한류의 파장을 반영한다.

    전시에서 선보일 지은와 발코의 아이돌 룩이 궁금하다.

    두 인물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지은은 ‘굿보이’ 뮤직비디오에서 태양과 지드래곤이 입은 제작 의상 두 벌을 전시하고 싶어 했다. 그 두 벌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이번은 처음이다. 지은이 선보인 패치워크와 아플리케 디자인은 두 아티스트가 개별 활동할 때 작업한 앨범 커버와 주요 의상, 기념품을 한데 모은 것이다. 그저 반짝이는 의상이 아니라 개인적인 추억의 압축이자 그 분야에서 그들이 이룬 성장의 상징이다. 발코는 이전에 만들어둔 의상 두 벌을 리폼했는데 손 글씨로 애국가 가사를 써서 옷 전체를 덮었다. 완성된 옷의 이름은 ‘케이 팝!! 케이, 펑크!!’로 아이돌이 엄격한 K-팝 시스템을 깨고 나와 자유롭게 창의성을 표현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으면서 펑키한 무정부주의적 스타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패션 섹션에 전시된 한복은 어떤 것들인가?

    패션 섹션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현대 한복 그리고 한복 드라마, 영화나 K-팝과 연결 고리가 있는 패션 디자이너다. 박물관을 방문하는 유럽인 대부분이 일본 기모노와 중국 치파오, 곤룡포는 잘 알고 있다. 16세기 후반부터 오랫동안 이어져온 문화적 교류 덕분이다. 그렇기에 한국 특유의 미학과 감수성을 보여주기 위해 한복을 조명하는 것이 이번 전시에서 중요했다. 우리는 18세기 후반과 19세기 한복을 출발점으로 택했는데, 실루엣이 특징적이고 패션에 관심이 높던 때였다. 그 시대 의상은 조선 후기 초상화가 채용신의 작품인 ‘팔도미인도’ 병풍과 온지음에서 재현한 신윤복의 ‘미인도’ 한복에서 볼 수 있다. 영조 대왕 도포와 방탄소년단 RM이 입은 백옥수의 오버 코트 사이의 연관성을 한류로 엮어서 설명하기도 했다. 블랙핑크의 제니가 입은 단하 재킷의 전통 무늬는 조선 왕조의 궁중 보자기에 손으로 그려 넣은 무늬에서 따온 것이다. 시지엔 이가 에이티즈를 위해 제작한 한복은 김홍도가 그린 민화 ‘춤추는 아이’와 이어진다. 요점은 K-팝 아이돌이 입은 한복은 역사적 정확성보다 창의적인 정신과 본질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 무대에서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전통 의상을 널리 알리고 재해석하는 창의성 말이다.

    현대 한복에 대한 접근이 궁금하다.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스타일리스트 서영희 같은 한복 패션 선구자의 작업을 들여다본다. 이들은 관습적인 한복 디자인과 스타일링에 정면으로 도전했으며, 한복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과거에 안주하는 옷이 아니라 그 시대를 반영하는 옷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한복이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이 아니라 실생활을 위한 옷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그렇게 될 때 직조와 염색부터 재단과 재봉에 이르기까지 공예 기술과 산업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복의 범위를 특별한 날 차려입는 옷에서 하이브리드 수트로 확장한 디자이너 의상도 전시한다. 차이킴과 기로에 같은 브랜드의 의상은 젊은 한국인 또는 한국 이주민 디자이너의 의상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전통 패턴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에 투영한다. 최지원의 아디다스 트랙 수트,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제니아 김의 한복 실루엣과 우즈베키스탄 전통 직물 베카삼(Bekasam)의 공존 등. 한국의 MZ세대와 해외에 거점을 둔 한국인 소비자 집단은 이 패션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소비자 집단의 문화적 정체성에 자신감 또한 한류의 세계적 확산과 함께 향상됐다. 셀피와 인스타그램 시대에 흔히 보이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철릭 드레스가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 밖에 어떤 디자이너의 의상을 전시에 포함시켰나?

    한국 드라마나 K-팝의 영향을 받은 브랜드는 배제하고, 특유의 스타일에 길들기 전 강한 정체성을 가진 패션 디자이너를 선정했다. 그들의 작업은 한국 패션과 젊은이 문화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젠더 플루이드를 바탕으로 한 접근부터 도회적인 스트리트 스타일까지 정말 기발하고 전부 다르다. (VK)

    에디터
    조소현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지은
    Courtesy of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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