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스마트폰 속 모두 똑같은 얼굴에 대하여

2022.12.14

by 송가혜

    스마트폰 속 모두 똑같은 얼굴에 대하여

    소셜 미디어, 페이스튠, 성형수술이 인조인간 같은 천편일률적 외모를 만든다.

    지난여름 LA에 다녀왔다. 이 시대의 가장 독특한 유산 중 하나가 될 듯한 ‘전문가 시선으로 아름다운 여성들 사이에서 인조인간 같은 일률적인 얼굴이 점차 증가하는 현상’을 취재한다는 희망을 품고 떠난 여행이었다. 당연히 그런 얼굴은 어리고 땀구멍 하나 없는 피부와 높이 솟은 광대뼈를 자랑한다. 고양이 같은 눈매와 사슴처럼 긴 눈썹, 작고 오목조목한 코와 두툼하고 매력적인 입술도 특징이다. 그 얼굴의 주인은 클로노핀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반 알 정도 복용하고 전용기로 코첼라에까지 데려다달라고 부탁할지 고민이라도 하는 듯 부끄러운 듯하면서도 멍하니 당신을 쳐다본다. 그 얼굴은 분명 백인이지만 어떤 인종인지 모호하다. 그것은 미래의 많은 인간이 킴 카다시안, 벨라 하디드,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켄달 제너(그녀는 영국 태생의 미국 배우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와 정말 똑같이 생겼다)의 직계 후손이 된다면 2050년 인간이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합성사진을 떠오르게 한다. “섹시한… 베이비…. 타이거 같아요.” 뉴욕의 하이엔드 컬러리스트 카라 크레이그(Cara Craig)가 얼마 전 내게 말했다. 그리고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콜비 스미스(Colby Smith)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이 바로 인스타그램 페이스예요. 현실성이 전혀 없는 조각 같죠. 찰흙으로 빚은 것 같아요.”

    2010년 10월 론칭한 인스타그램은 나름의 미학적 언어를 가진다. 그곳의 이상적 이미지는 늘 스마트폰 화면에 즉시 뜨는 것이며, 그곳의 미학은 예전에 웨딩 화보에서 가장 잘 드러나던 일률성을 향한 인간의 익숙한 열망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인스타 리피트(Insta Repeat) 같은 계정은 다양한 유저들이 게재한 구분하기 힘든 사진을 격자 모양으로 모아 이 플랫폼의 단조로움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노란색 비옷을 입고 폭포 밑에 서 있는 사람 또는 가을 잎사귀를 들고 있는 손을 찍은 사진이 대표적이다. 일부 계정은 정말 솜씨 좋게 그런 면을 잘 보여준다.

    우리 몸은 인스타그램의 다소 독특한 주제다. 인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적절한 노력을 투입해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잡지 아트 디렉터들은 오랫동안 비현실적 미의 기준에 더 잘 부합하도록 셀럽들의 사진을 편집해왔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몇 번 만지작거림으로써 직접 사진을 편집할 수 있다. 2011년 출시돼 일정 시간 후 자체 메시지 삭제 기능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던 스냅챗은 사진 필터를 제공해 유저 기반을 유지해왔다. 이 필터 중 일부는 기존보다 10% 정도 더 매력적으로, 즉 더 매끈한 피부와 더 큰 눈, 더 풍만한 입술을 가진 얼굴처럼 보이는 데 익숙하게 만든다. 인스타그램은 스토리 기능에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몇 가지 셀카 필터를 추가했다. 2013년 출시돼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셀카를 찍도록 돕겠다’고 장담하는 페이스튠은 심지어 더 정밀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다. 다수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포토-에디팅 앱을 통해 셀럽들이 보정한 특징적 부분을 찾아내는 데 전념하고 있다. 셀럽페이스(CelebFace)는 1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셀럽들의 계정에서 퍼온 사진을 포스팅한 채 경솔하게 진행된 페이스튜닝의 흔적을 집중 조명하기 위해 화살표로 표시한다. 한 달간 셀럽페이스를 팔로우하면 완벽을 추구하는 끊임없는 과정이 일반적이면서도 병적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턱선을 페이스튜닝하는 것이 클럽 화장실에서 아이라이너를 고치는 정도인 듯 이 여자들이나 그들의 어시스턴트들이 단순한 방어 반사로 사진을 보정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은 팔로우를 자랑하는 사람들 중 95%가 페이스튠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죠.” 스미스가 내게 말했다. “그 사람들의 95%는 몇 가지 성형 시술을 받고 있어요. 이것이 트렌드로 정착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요즘 모든 사람이 이마 리프팅을 위해 보톡스를 맞고 있죠. 카일리 제너만 해도 눈꺼풀 주변에 공간이 없었지만, 지금은 생겼어요.”

    20년 전 성형수술은 꽤 극적인 해결책이었다. 비싼 데다 침습적이고 영구적이며 종종 위험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2년 미국 식품의약국이 주름 방지 용도로 보톡스를 허가했다. 처음에는 미세 주름과 굵은 주름을 채우는 데 쓰이던 쥬비덤(Juvéderm)과 레스틸렌(Restylane) 같은 히알루론산 필러도 사용 허가를 받음으로써 턱선, 코, 볼 재건에 쓰일 수 있게 됐다. 이 시술의 효과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속되며 수술만큼 비싸지 않다(필러 주사제 한 개당 평균 683달러). 보톡스는 맞고 나서 곧바로 일터로 복귀할 수 있다!

    유명 성형외과 의사들이 인스타그램에 저속 촬영된 주입 시술 영상과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올리고, 이는 수십만 개의 조회 수와 ‘좋아요!’를 받고 있다. 미국성형외과학회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미국인들은 700만 회 이상의 보톡스와 250만 회 이상의 필러를 시술받았다. 같은 해 미국인들은 미용 성형수술에만 165억 달러를 지출했다. 그리고 이 시술을 받은 사람의 92%가 여성이었다. 주입 가능 의약품 덕분에 성형 시술은 더 이상 큰 변화를 원하는 사람 혹은 노화를 늦추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 또는 Z세대도 이 시술을 받는다. 1997년 출생의 카일리 제너는 자신의 리얼리티 TV 쇼 <Life of Kylie>에서 열다섯 살 때 한 남자아이로부터 입술이 얇다는 소리를 들은 후 입술에 필러를 맞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의 전족에서부터 19세기 유럽의 개미허리에 이르기까지 고통스러운 신체 교정 과정을 통해서만 충족될 수 있는 여성적 미의 이상이 늘 우리와 함께해왔다. 그러나 요즘의 리얼리티 TV, 소셜 미디어와 같이 시각적인 개인 방송이 시각적 자기 개선의 새로운 단련법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한 개인의 정체성을 잠재적 수익 원천으로 여기는 경향을,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는 누군가의 신체를 이런 식으로 여기는 경향을 과하게 부채질해왔다. 2019년 10월 인스타그램은 자사 필터에서 ‘성형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이른바 ‘Plastica’와 ‘Fix Me’ 같은 성형수술과 함축적으로 연관된 효과만 의미하는 듯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를 만들어주는 필터는 남을 것이다. 맥킨지의 어느 컨설턴트가 한 기업에 “실적이 저조한 부문을 찾아 그곳을 개조하라, 수익이 증대되지 못하는 것은 모두 버리고 수익 창출 사업 쪽으로 방향을 재설정하라”고 조언하는 것처럼, 타고난 신체적 자산이나 고정자산 혹은 두 가지 모두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을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며 반사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약 5년 전 스미스가 가장 먼저 인스타그램 페이스의 침해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입술 필러가 시작됐을 때 저는 누군가를 메이크업해주면서 입술에 단 하나의 주름도 없다는 것을 알아챘죠. 모든 립스틱이 매끈하게 발리더군요.” 덕분에 일이 더 쉬워졌다며 재미있다는 식으로 그가 말했다. “사람들이 그렇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제가 할 일이었거든요. 그렇지만 이제 사람들은 이미 그런 모습을 갖추고 저를 찾아옵니다. 시술을 통해 개선됐으니까요. 정말 대단해요. 우리는 그런 볼을 만들어주기 위해 윤곽을 살려주곤 했지만, 이제 병원에 가서 그런 처지를 받으면 되는 거죠.”

    인스타그램 페이스의 인종적 측면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모든 것을 가장 인기 있는 것들의 합성물로 끼워놓는 알고리즘의 경향이 결국 근본 없는 이국적 외모를 만들 수 있는 백인 여성을 선호하는 미적 이상을 낳은 것이다. “당연합니다”라고 스미스가 말했다. “과하게 태닝한 피부, 남아시아 스타일의 눈썹 모양과 눈매, 흑인 스타일의 입술, 백인 스타일의 코, 주로 북미 원주민과 중동 국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뺨이 많이 거론되고 있죠.” 스미스의 눈에 인스타그램 페이스로 인해 사람들의 실제 모습이 더 예뻐졌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확실히 더 예뻐지고 있습니다. 세상은 지금 시각적인 것을 많이 추구하고, 점점 더 시각화되고 있죠. 그리고 사람들은 관련 방식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 합니다.”

    이것은 그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나는 “기술이 우리 신체를 그것의 입맛에 맞게 바꿔간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어요. 다시 말해 높은 ‘관심’과 ‘좋아요’를 늘리기 위해 우리 얼굴을 재배치한다는 느낌이 떠나질 않아요”라고 스미스에게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영원히 그렇게 할 거라는 상상만으로도 소름 끼치지 않아요?” 하고 물었다. “정말 섬뜩하네요.” 그가 대답했다.

    베벌리힐스는 LA에서도 성형외과로 특화된 지역이다. 윌셔(Wilshire)의 야자수와 백화점, 샌타모니카의 부티크 식당 사이에 자리한 햇빛에 바랜 이등변삼각형 모양 구역에는 블록마다 한 군데 이상의 병원이 있다. 수요일 오후 작은 지하 주차장에 렌터카를 주차하고 스프링클스 컵케이크 매장과 고급 점집이나 유명 성형외과 한 곳으로 향했다. 셀럽 수준으로 유명한 의사 중 한 명과 상담을 예약했기 때문이다. 그 의사가 올리는 비포 앤 애프터 인스타그램 영상의 조회 수는 수시로 50만 회 이상을 기록한다.

    당신은 스마트폰과 거울을 번갈아보며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장차 성형외과 고객이 될 밀레니얼 세대의 경험에 대한 호기심으로 상담을 예약했다. 그런데 남자 친구에게 이 사실을 계속 이야기해야 했다. 고양이 같은 얼굴로 변신해서 돌아올까 봐 살짝 걱정하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몇 주 전에는 스냅챗을 다운로드 받아 처음으로 필터를 한 번 써봤다. 실제로 그 앱을 썼더니 기분이 정말 좋아졌다. 광나는 피부, 사슴 같은 눈썹, 하트형 얼굴 윤곽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대로 화장할 때면 이 버전대로 해보는 것도 절대 잊지 않았다. 주변에 인스타그램 페이스가 널려 있는 시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이 왜 그것을 더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여성들이 다른 그 어떤 것보다 젊음과 아름다움에 보상받는 세상에서, 주류 페미니즘이 ‘자기 객관화가 이득이 되기 때문에 진보적이다’라고 여성들에게 가르치는 세상에서, 성형 시술이나 수술은 여성이 착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확실한 고수익 창출 프로젝트 중 하나처럼 보일 수 있다.

    내가 찾은 성형외과의 진료실은 화려하고 평온했으며 은빛 안식처처럼 보였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I Want to Know What Love Is)’를 흥얼거리는 접수 직원이 여러 내용, 특히 스트레스 원인과 정신 건강 상태를 묻는 문진표를 내게 건넸다. 나는 중재 합의에 서명했다. 직원 한 명이 다섯 가지 각도에서 내 얼굴 사진을 촬영했다. 그리고 멋진 헤어스타일에 따뜻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풍기는 의료 상담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거짓말하지 않으려고 신경 쓰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 그래서 그녀에게 필러나 보톡스를 맞아본 적은 없지만 더 예뻐지는 데 관심이 있으며 전문가들이 어떤 조언을 해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녀가 나를 칭찬하며 시술을 너무 많이 받으면 안 된다고 일러줬다. 잠시 후 그녀는 나이 들면 턱이나 볼에 신경 쓰고 싶어질 거라고 말하면서, 리프팅을 살짝 원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다음 그 유명한 의사가 외과 의사의 강렬함, 섬세한 일을 하는 사람 특유의 집중력을 보이며 들어왔다. 그에게도 단지 더 예뻐 보이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이며 전문가의 추천 사항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뒤 필터링을 거친 내 스냅챗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그가 그것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는 휴대폰 카메라로 내 얼굴을 찍어 벽에 걸린 TV 화면에 띄웠다. “저는 페이스튠을 즐겨 사용해요.” 그가 사진을 몇 번 터치하고 드래그하면서 말했다. 순식간에 내 얼굴은 스냅챗 사진에 걸맞게 바뀌어 있었다. 그는 측면에서 한 번 더 촬영했고 다시 한번 얼굴에 페이스튠 작업을 했다. 하트 모양 얼굴형에 광대뼈가 뚜렷해졌다. 그는 “턱과 뺨에 필러를 맞고 뺨 아랫부분에 지방을 분해하는 초음파 시술을 하면 이대로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니면 보톡스를 사용해 턱 뒤 저작근을 마비시킨 뒤 축소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진료했던 유명한 환자들과 비슷해지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 의사가 어떤 말을 해줬는지 물었다. “사람들은 늘 가장 유명한 고객들의 사진을 들고 와요”라고 그가 말했다. “‘그들처럼 바꿔드릴 수는 없어요. 동양인에게 백인의 얼굴을 만들어드릴 수 없고, 설사 그럴 수 있다 해도 그건 적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괜찮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리입니다’라고 말하죠.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특정 특징을 기반으로 시술할 순 있습니다. ‘그 사진처럼 날렵한 턱을 원한다면 그렇게 해드릴 수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만약 당신이 날렵한 턱을 요구하러 왔다면, 저는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 턱이 더 날렵해지면 남성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시술을 받으러 오는 제 또래들이 점점 늘고 있나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10년 전만 해도 이런 시술을 받는 것이 생각 없는 행동으로 비친 것 같아요”라고 그가 답했다. “그렇지만 이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태주죠. 그들은 뭔가를 보정하기 위해 오는 게 아니라 뭔가를 더 보강하고 개선하러 오는 거예요.” 그의 설명에 “그리고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게 진행되죠”라고 덧붙여 말했다. “심지어 저를 찾는 가장 유명한 고객들에게도 아주 절묘한 시술을 합니다”라고 그 의사가 말했다. “5년 전 사진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겠죠. 하지만 매일매일, 다달이 비교하면 절대 차이점을 모를 거예요.”

    그 의사가 내 말을 굉장히 경청한다는 느낌이었다. 진심으로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다음 어시스턴트가 들어와 추천할 만한 시술과 비용을 알려주었다. 볼에 놓을 주사제(5,500~6,900달러), 턱에 놓을 주사제(비용 동일), 턱선 비대칭 교정 초음파 ‘리포프리즈(LipoFreeze, 8,900~1만8,900달러)’, 턱관절 부위에 놓을 보톡스(2,500달러). 병원에서 나와 햇살을 받으며 베벌리힐스를 거닐다 수중에 3만 달러 정도 여유 자금이 있으면 어떨까 상상하니 살짝 웃음이 나왔다. 친구들에게 페이스튠을 거친 내 턱 사진을 전송한 뒤 살과 뼈의 조합이 갑자기 선택 사항으로 바뀐 턱을 만져봤다.

    제이슨 다이아몬드(Jason Diamond)는 리얼리티 TV 쇼 < Dr. 90210>에 꾸준히 출연한 성형외과 의사다. 그리고 다수의 셀럽이 그의 고객이다. <밴더펌프 룰스(Vanderpump Rules)>의 출연자이며 인스타그램에 다이아몬드의 진료실에서 찍은 사진을 게재했고, <피플> 인터뷰에서 “얼굴 구석구석에 주사를 맞았어요”라고 말했던 29세의 랄라 켄트(Lala Kent)도 고객 중 한 명이다. 또 다른 고객으로 킴 카다시안이 있다. 콜비 스미스는 그녀야말로 인스타그램 페이스의 ‘기준점’이라고 내게 말했다. “궁극적으로 킴처럼 보이는 게 항상 목표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여러 차례 성형을 함으로써 변신하는 도플갱어들의 영감을 자극해온 카다시안은 정작 엄청난 성형수술을 받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녀에 따르면 그저 보톡스와 필러, 메이크업 효과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외모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숨기려고 애쓰지 않았다. 2015년 그녀는 <Selfish>라는 셀카 모음집을 출간했다. 이 책은 인간다운 모습으로 아름다울 때 시작해 인조인간처럼 아름다울 때 끝을 맺고 있다.

    베벌리힐스의 한 건물 펜트하우스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닥터 다이아몬드와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그의 진료실 책상 위에는 크리시 타이겐(Chrissy Teigen)으로부터 받은 감사 편지가 놓여 있었다(그녀가 출간한 요리책 두 권 위에 놓여 있었다). 전날 만난 의사처럼 깊은 푸른 눈에 검은 외과 수술복을 입고 뿔테 안경을 쓴 다이아몬드는 신문에 나오는 성형외과 의사 캐리커처와 판박이였다. 그리고 비현실적일 정도로 젊어 보였다. 다이아몬드는 LA에 자리 잡은 1세대 최고의 성형외과 의사들로부터 수련을 받았다. 그들은 병원 광고를 금기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내게 전했다. 2004년 <Dr. 90210>에 출연할 기회가 왔을 때, 아내와 간호사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이 세상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결과를 제가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라고 그는 말했다. 2016년 한 유명 고객의 설득으로 그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현재 25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자랑한다. 이 계정의 운영을 담당하는 병원 직원들은 환자들에게 그가 의사일 뿐 아니라 두 아이의 아빠이자 친구로 비치도록 만든다.

    다이아몬드는 오랫동안 웹사이트를 운영해왔다. 그렇지만 과거에는 그의 셀럽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추천 글을 써주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도 부탁하지 않았죠”라고 그가 말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정말 놀라워요. 제가 담당하던 셀럽들의 30%가 소셜 미디어에 우리 병원을 소개하는 게 어떨지 먼저 문의하거나 제안합니다. 그렇게 그 모든 유명 인사가 여기서 진료받는다는 사실이 소문나게 됐죠. 어떤 이유인지, 인스타그램은 그것을 더 용인하게 만들었어요.” 이제 성형과 관련된 일이 피트니스처럼 보이게 되었다고 넌지시 말했다. “얼굴과 몸을 돌보는 것을 일반적인 웰빙의 일환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더 보편화되었어요. 이제 ‘가장 매력적인 외모를 갖기 위해 노력해도 괜찮아’라고 어느 정도 받아들이죠.”

    나는 피상성과 실용성 간의 이 고급스러운 상호 교차에는 일종의 순수하고 맑은 정직성이 담겨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굳이 힘들게 환자인 척할 필요가 없었다. 이 의사들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더 이상 숨길 게 없다고 느끼게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에게 인스타그램 페이스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지 물었다. “알다시피 벨라 하디드, 킴 카다시안, 카일리 제너같이 생긴 얼굴들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스타일이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 같아요”라고 내가 말했다. 그러자 다이아몬드는 자신이 전 세계 사람들을 상대로 일한 바로 미뤄보면, 지역별로 선호도가 다르며 모든 얼굴을 다 아우르는 견본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불변의 요소가 있어요. 대칭, 비율, 조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늘 얼굴에서 균형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킴, 메간 폭스, 루시 리우, 할리 베리에게서 공통 요소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높이 솟은 광대뼈, 돌출된 강한 턱, 90도를 이루는 평평한 하관이죠.”

    “사람들이 이 셀럽들의 얼굴을 보고, 그들 역시 그런 외모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내가 물었다. 그러자 다이아몬드가 답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꼬박 이틀간 얘기해도 모자랄 거예요. 사람들의 30%가 킴이나 킴과 비슷한 사람의 사진을 들고 옵니다. 닮고 싶은 사람들이 몇 명 있지만, 그중에서도 킴이 단연 1위입니다. 이해가 되기도 하고요. 이것은 킴의 얼굴 혹은 그 누구의 얼굴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타당한지 사람들을 교육시키면서 제가 직면하는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였어요. 20년간 해온 진료와 수많은 의료 처치의 해답이 각기 달랐거든요. 제가 그것을 할 수 있을 때나 없을 때 그리고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지만 여러 이유로 해서는 안 될 때 답이 달라지는 거죠.” 시술용 주사를 한 번 맞기 시작하면 절대 멈추면 안 되는 것이 두렵다고 다이아몬드에게 말했다. “병원 고객 중 대부분이 결과에 꽤 만족하고, 결국 재방문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의 대답이다.

    우리는 ‘중독’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나는 평소 머리를 염색하고 화장해왔기 때문에 계속 염색과 화장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을 중독이 아니라 선택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철학자 헤더 위도우스(Heather Widdows) 교수가 집필한 <Perfect Me>라는 책의 글귀를 떠올렸다. “선택은 부당하거나 착취적 행위를 불가사의하게도 정당화하거나 비착취적으로 만들 수 없다.”) 다이아몬드에게 환자들이 시술을 마친 후 기분이 더 괜찮아지는지 물었다. “저 역시 이런 것들을 좋아해요. 어떤 느낌인지 아니까 답변해드릴 수 있겠군요.” 그가 말하면서 내 얼굴을 가리켜 보였다. “머리 손질이 마음에 쏙 들면 어느 때보다 멋져 보이는 거 아시죠? 딱 그런 느낌이에요. 그렇다고 그런 느낌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건 아닙니다.”

    다이아몬드의 진료실로 향하던 중 낯익은 카페를 지나쳤다. 옅은 색조의 대리석 상판 테이블, 같은 색조의 나무 바닥, 한 줄로 서 있는 산세비에리아 화분, 펜던트 조명, 기하학 문양 타일로 꾸며진 곳이었다. 작가 카일 체이카(Kyle Chayka)는 이런 인테리어 디자인을 ‘에어스페이스’라는 말로 표현했다. 즉 ‘마비된 미학’이 특징을 이루고 가상 공간에서 수억 명의 사람들이 똑같은 것을 보고 느끼고 원하는 것을 학습하게 되는 ‘정서적으로 연결된 소셜 미디어’로부터 영향받은 공간이라는 뜻이었다. 인스타그램처럼 2010년 설립됐지만 그 인기가 흔들리는 거대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는 ‘재생 목재, 네온사인, 피쿠스 나무 화분으로 거의 일률적으로 꾸며진 사무실 공간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꿈을 좇게 될 것이라는 비전’을 투자자들에게 납득시킴으로써 47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소비자에게 직거래하는 DTC(Direct-To-Consumer) 브랜드는 팟캐스트 광고 시간을 직배송 음식, 전동 칫솔이 제시하는 약속으로 채워가며, 선택을 포기하는 데서 얻는 안도감으로 우리를 설득한다. 인간은 복잡한 형태의 자아실현을 추구하느라 너무 바쁘기에 삶의 상당 부분이 조립용품 키트처럼 조립되길 원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인 듯하다.

    베벌리힐스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성형외과 의사를 만나러 갔다. 30만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에게 기자라고 밝힌 뒤 상담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가 내 얼굴을 여러 각도에서 유심히 살피더니, 턱을 만지고 나서 처음 만난 의사와 똑같은 시술을 제안했다. 비용은 더 저렴했다. 원할 경우 신용카드로 전부 결제할 수도 있었다. 그 병원을 나서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 예쁜 여성 세 명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차를 몰아 숙소로 돌아오는데 슬픔이 밀려오면서 기분이 가라앉더니 겸연쩍은 기분이 들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이 주제를 취재하고 있다고 여겼다. 내가 이상적인 밀레니얼 세대의 고객, 즉 자신을 보정하기보다 개선하려 하고 야심 차고 실용적인 견해를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기 청소년기에 나를 사로잡았지만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채워지지 않는 무한한 욕구가 내게 남아버렸다.

    열 살 때 체조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열여섯 살 때 대학 면접을 위해 화장을 했다. 그리고 예닐곱 살 때 발레 발표회에서 찍은 사진 속의 나는 마스카라, 블러셔, 립스틱 등을 바른 채 즐거워 보였다. 여성의 변치 않는 얼굴이 이상한 환경에서 기량을 발휘하려고 시도하며 인생의 상당 부분을 보내온 게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일반인들이 성격과 함께 신체적으로 어떻게 기량을 발휘하는지 수량화하는 듯한, 일일 측정 기준이 적용되는 시대에 나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디지털과 물리적 발전 사이에서 고조되는, 이런 오락가락하는 논리적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인스타그램에서 내가 만난 성형외과 의사들의 계정을 확인하며 댓글을 읽었다. “제게 딱 필요한 거예요!” “가능한 한 빨리 찾아뵙겠습니다!” “정말 정말 받고 싶어요.” “이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최저 연령이 어떻게 되나요?” 1999년에 태어난 어느 가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니, 10대에 유명해진 뒤 그의 얼굴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날 밤 나는 LA에서 저녁 식사를 하려고 여자 친구 여럿을 만났다. 그들 중 두 명은 이미 주사제를 미용 시술 루틴의 일환으로 선택하고 있었다. 그들은 예뻐 보였다. 해가 지고 나니 LA 언덕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살짝 거침없는 미래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 며칠간 무의식중에도 내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았다. (VK)

    에디터
    송가혜
    JIA TOLENTINO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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