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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액 한 방울로 건강 정보를 알려주는 진단 키트 체험기

2023.01.25

by 이선영

    타액 한 방울로 건강 정보를 알려주는 진단 키트 체험기

    팬데믹 시절을 통과하며 익숙해진 것 중 하나라면 간이 진단 키트예요. 처음 코로나 자가 진단 키트 출시를 뉴스로 접하고 환호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수십에서 수백 명이 모이는 검사소에 안 가도 된다는 것 때문이었죠. 어디서든 빠른 시간 내에 질병 유무를 검사할 수 있는 간이 진단 키트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어요. 

    질병을 진단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내시경 등을 통해 몸속을 들여다보는 체내 진단과 침, 혈액, 소변 등의 타액 채취를 통한 체외 진단이에요. 앞서 언급한 코로나 자가 진단 키트 외에도 혈당 측정기와 임신 진단 키트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체외 진단 의료 기기죠. 

    체외 진단 키트는 이뿐 아니라 암을 조기 진단하고 수술 이후를 예측합니다. 위암 수술 후 환자 예후와 항암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엔프로파일러원, 대장암을 조기 진단하는 콜로가드, 유방암 재발·전이 위험 여부를 예측하는 온코타입 DX 등이 그 대표 주자예요. 

    안젤리나 졸리는 대상자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체외 진단 키트의 활용을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예입니다. 그는 지난 2015년 테스트를 통해 자신에게 유방암 위험이 큰 브라카(BRCA1)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음을 알고 미리 가슴 절제 수술을 받은 바 있거든요. 멀쩡한 유방을 떼내는 치료에 많은 이가 충격을 받았죠. 

    하지만 브라카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태어나면 평생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무려 50~80%에 이른다는 사실, 더구나 유방암을 앓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뒀다는 사실은 졸리의 선택을 납득할 만한 근거가 되어줍니다. 

    질병을 예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염원,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에 유전자 체외 진단 키트는 암 같은 중대 질병을 예측하는 데서 나아가 보편적인 범주에서의 건강 정보를 아우르는 데 이르렀습니다. 의료 기기의 범주에서 벗어나 건강 기능 제품 역할까지 하게 된 거죠. 

    다양한 테스트 제품 중에서도 써클DNA가 눈에 띕니다. 이들이 알츠하이머 위험도부터 글루텐 민감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영국의 NHS, 하버드 의대와 스탠퍼드 의대 등 의료계에서 사용하는 최신 유전자 기술인 전장 엑솜 시퀀싱(WES) 기술을 보유해서죠. 이 기술은 모든 단백질 코딩 유전자를 스캔해 포괄적인 결과치를 제공하기에, 유전자 검사로 가장 유명한 23andMe 테스트 대비 50배 이상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써클DNA의 설명입니다. “유전자를 책이라고 상상해보세요. 전통적인 유전자 분석은 단 몇 문장만 읽고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과 같지만, WES 기술은 책 전체를 요약하는 보고서와 같아요.”

    써클DNA 테스트는 20가지 분야에 대한 500가지 이상의 결과지를 제공합니다. 암과 치매 같은 질병 위험도, 조상과 가족력, 약물 민감도, 식단과 영양 등 건강의 핵심 지표가 되는 내용을 우선적으로 다루고요. 다음은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를 다룹니다. 스포츠와 피트니스, 스트레스와 수면이 여기 해당하죠. 테스트는 간접 영향을 미치는 분야 또한 놓치지 않습니다. 피부, 신체, 성격, 행동, 성공, 성별 특성, 음악과 춤, 오염 등이에요. 

    백문이 불여일견이겠죠? <보그> 팀이 직접 써클DNA를 체험해봤습니다. 테스트 진행 방식은 키트의 설명서를 따라 하기만 하면 돼요. 침 몇 방울을 홍콩에 있는 써클DNA의 랩에 보낸 뒤, 약 2주 후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이죠.  

    주 4회 운동과 식단을 실천 중인 에디터가 가장 주목한 건 식이 민감도를 수치화한 챕터예요. 그중에서도 알코올을 분해하지 못하는 기질이 유전적인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과지는 최근의 연구 결과를 소개해요. 알코올 분해 효소 ALDH2가 결핍된 습관적 음주자는 고혈압, 식도암, 위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거죠. 단순히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뭐가 잘났다고 함께 취하기를 거부하냐던 이들의 이마에 ‘탁!’ 붙여주고 싶은 자료입니다. 

    그 밖에도 결과지는 막연하게 짐작하던 신체적 기질을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카페인에 약하고 유당 불내증이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글루텐에 민감하며 그로 인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어요. ‘키토 식단을 하면서 속이 편했던 게 이래서였구나’, 싶었죠. 

    권민지 <보그> 디지털 디렉터가 흥미롭게 여긴 것 역시 식이 민감도 챕터입니다. “평소 먹는 것에 큰 흥미가 없어요. 쓴맛은 덜 쓰게, 단맛은 덜 달게 느껴왔던 것 같고요. 이런 경향이 유전적 소인에서 기인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어떤 영양소가 필요한지를 짚어주는 챕터 또한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모두의 몸이 같은 성분으로 이뤄진 게 아닌 만큼, 내가 신경 써서 챙겨야 할 영양소가 무엇인지 알아두면 좋겠죠. 매일 별생각 없이 챙겨 먹던 비타민 D가 내겐 불필요하다는 걸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어요.”  

    한혜연 스타일리스트에겐 이번이 세 번째 테스트였습니다. 이전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증언해줄 적임자죠. “10년 전과 5년 전에 이런 테스트를 해본 적 있어요. 그땐 결과를 책자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써클DNA는 테스트 결과가 앱으로 나오니, 내용을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더라고요.” 

    애플리케이션으로 바뀐 결과지의 장점은 이뿐이 아닙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여요. “써클DNA는 정기적으로 앱을 업데이트하더라고요. 그들이 가진 기존 제 데이터에 새로운 인사이트가 더해지는 거예요. 의학계는 계속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테니, 그때마다 저의 건강 관련 정보도 업데이트되겠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손은영 <보그> 패션 디렉터는 이렇게 말합니다. “타액만으로 다양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써클DNA 테스트는 놀라웠어요. 하지만 혈액이나 모발 등을 검사 대상에 더해, 예측 질병군을 확대하고 확률을 백분율로 표기하는 등 결과의 정밀도를 높이는 건 어떨까 싶기도 했어요.” 실제로 낮음-높음 정도로 수치를 표기한 결과지는 두루뭉술해 보이기도 해요. 어디까지나 예측이기에 퍼센트까지 보여주는 건 간이 키트가 할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요.

    그럼에도 테스트 자체는 유의미하다는 결론입니다. 손은영 <보그> 패션 디렉터 역시 공감했습니다. “수명 연장 시대에 자기 몸을 알고 질병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웰빙과 안티에이징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선영
    포토
    Courtesy of CircleDNA,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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