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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한 끼’, 그냥 유튜브의 확장판이었다면 어땠을까?

2023.04.28

‘퇴근 후 한 끼’, 그냥 유튜브의 확장판이었다면 어땠을까?

‘퇴근 후 한잔’은 코로나19로 빼앗긴 낭만 중 하나였다. 직장이나 집 근처에서 술 한잔을 마시며 그날의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를 시청하던 입장에서는 갑자기 사라진 낭만을 채워 넣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방법은 쉬웠다. 사람들은 집에서 ‘퇴근 후 한잔’을 마셨다. 대중교통에서마저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지금도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집에서 술 한잔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마츠다 아키히로 부장이 동료들과 퇴근 후 한잔을 즐기는 모습을 봤다면 잠시 잊고 있던 낭만이 떠올랐을 것이다. 오사카의 골목에는 편하고 맛있고, 즐거운 술집이 많았다. 그리고 마츠다 부장 같은 매력적인 사람도 있었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아저씨. 하지만 주위의 50대 남성과는 다른 매력적인 외모와 유쾌함을 겸비한 남자. 마츠다 부장을 둘러싼 폭발적인 인기는 그가 가진 매력과 누구나 품고 있던 ‘퇴근 후 한잔’의 낭만, 해외여행에 대한 설렘이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의 세계관이 방송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여러 방송 기획자가 마츠다 부장을 잡으려고 애를 썼을 것이다. 지난 3월 30일 첫 방영된 JTBC <퇴근 후 한 끼>가 그 결과물이다.

JTBC ‘퇴근 후 한 끼’

‘글로벌×퇴슐랭’이란 부제가 붙은 <퇴근 후 한 끼>는 4회까지 방영된 현재 일본과 한국의 ‘퇴근 후 한 끼’를 조명하고 있다. 기획 의도에는 ‘전 세계 찐 맛집을 찾아간다’고 쓰여 있기 때문에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의 ‘퇴근 후 한 끼’까지 다룰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의 메인 메뉴는 ‘일본’의 직장인이 퇴근 후에 찾는 맛집이다. 마츠다 부장이 개그맨 정준하와 함께 맛집을 찾아다니며 보여주는 모습은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의 ‘회사원’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르지 않은 게 불평할 부분은 아니다. 마츠다 부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더 좋아할 테고,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 또한 그런 마츠다 부장의 모습을 담으려고 공을 들였을 테니 말이다. 다만 유튜브와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퇴근 후 한 끼>는 마츠다 부장이 다른 일반 직장인과 어울려 대화하게 만들고 게임을 통해 그들에게 ‘자기 계발비’를 선물하는 요소를 추가했다. 김구라, 한혜진, 샘 해밍턴을 통해 한국 직장인의 ‘퇴근 후 한 끼’에 대한 스토리도 덧붙였다. 그래서 아직 이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 (거리를 돌아다니던 시절의)<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바로 <퇴근 후 한 끼>라고.

JTBC ‘퇴근 후 한 끼’

제작진의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프로그램이지만, 이미 호감이 높은 콘텐츠의 특징을 모아놓은 덕에 보는 재미는 상당하다. 미식의 나라에서 직장인이 먹는 다채로운 음식의 비주얼은 물론이고, 일본 직장인도 이곳 직장인과 다를 게 없다는 공감, 거기에 자주 등장하는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 직장인의 모습까지. 연예인을 초대하지 않았던 초창기의 <한끼줍쇼>를 보는 느낌이기도 하다.

JTBC ‘퇴근 후 한 끼’

하지만 그처럼 프로그램의 무게중심이 마츠다 부장과 일본의 외식 문화에 기울다 보니 한국 쪽 ‘퇴근 후 한 끼’의 스토리가 나올 때 호기심이 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숨겨진 맛집을 소개한다고 해도 공덕역 전집 골목처럼 진짜 숨겨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국 직장인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듣는 기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근 후 한 끼>를 보다 보면 여러 질문을 해보게 된다. 이런 형식이면 마츠다 부장이 나오는 부분만 나중에 유튜브 클립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전 세계 맛집’을 다닌다고 하는데,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를 다룰 때도 마츠다 부장을 캐스팅할까? 마츠다 부장이 아니면 그만한 호감 캐릭터를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내가 프로그램 기획자도 아니고 방송국 직원도 아니고, 출연진 소속사의 매니저도 아닌데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이다. 아예 마츠다 부장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퇴근 후 한 끼’를 소개하는 형태였으면 어땠을까? 다음 기약 없이 마지막 회를 맞이한 입장에서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과 다를 게 없지만, 다를 게 없어서 더 애정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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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퇴근 후 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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