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를 맞으며, 나에게 일어난 일
2020년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뒤,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다는 걸 느꼈다. 당시 생리를 여러 번 건너뛰었지만, 몇몇 고객도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슬프게도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3개월 연속 생리를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기분은 최악으로 치달았고, 늘 안개가 낀 것처럼 머릿속이 흐려졌다. 생리는 하지 않았지만, ‘생리 전 증후군’을 계속 앓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스킨케어 전문가로서 매일 비슷한 연령대의 동료나 고객과 지내다 보면 늘 갱년기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대부분 추상적인 대화에 그쳤다는 것이 문제지만. 나 역시 3개월이나 생리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갱년기의 대표 증상인 안면 홍조가 없었고, 46세라는 나이를 고려하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갱년기가 되면 기분이 다운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내 상황과는 다르다고 여겼다.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나자, 기분은 더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일을 그만둬야 하나?” “이제 나도 경쟁력을 잃어가나 봐”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성욕이 사라졌고, 수면욕은 급증했으며, 불안 증세 역시 극에 달했다. 피부도 이상해지는 바람에 얼굴이 100살은 족히 되어 보였다.
산부인과 정기검진에서 제프리 브레이스웨이트(Jeffrey Braithwaite) 박사를 만나고 나서야 내가 ‘폐경 전 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문가에 따르면, 폐경 전 증후군은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간 지속되며, 주로 40대 초반에 발생한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감정 기복, 브레인 포그, 두근거림, 유방 통증, 체중 증가, 불면증, 안면 홍조, 식은땀, 건조한 피부, 성욕 감퇴, 우울감과 불안감이 있다. 나는 이 증상의 대부분을 겪고 있었다.
폐경 전 증후군을 진단받은 후, 혈액 검사를 받고 호르몬 관련 전문가와 상담을 진행했다. 안면 홍조와 식은땀, 피로감, 우울감 해결에 도움을 주는 에스트로겐과 두통, 관절 통증, 두근거림, 불안감, 불면증을 해결해주는 프로게스테론을 처방받았다. 호르몬 요법에 회의적인 나였지만,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절박함이 컸기에 치료를 시작했다.
3주가 지나자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예전의 내 모습을 찾은 것 같았다고 할까?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고, 머리 역시 맑아졌다. 치료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나에게는 어떤 치료를 줄여나갈지 결정할 일만 남았다.
정기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일지는 모두의 상상에 맡기겠다. 아무 예고도 없이 너무 많은 것이 변하기 시작했으니까. 폐경 전 증후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준비도 할 수 없었다. 지금도 수많은 여성이 그때의 나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으면서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니, 도움을 받지 않고 있다. 해결 방법이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온갖 아픔과 불편을 묵묵히 견디며 살아가는 것은 실로 끔찍한 일이다. 고통을 감내하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드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누구보다 폐경 전 증후군이 커리어, 나아가서는 결혼 생활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일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다운됐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의 한 로펌은 이혼 소송의 약 60%가 갱년기 여성에 의해 제기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갱년기 관련 연구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어느 기업은 45~54세 여성의 자살률이 지난 20년간 6% 증가했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폐경 전 증후군을 겪는 모든 이들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 숫자는 감소할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여성들만의 것은 아니다. 40~50대 아내를 둔 남편들에게도 폐경 전 증후군의 증상에 대해 공부할 의무가 있다.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10대 자녀들 역시 마찬가지다. 폐경 전 증후군은 분명 두려운 병이지만, 가족 모두가 관심을 기울인다면 힘든 시기를 지나는 여성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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