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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일한 애스턴마틴

2023.12.06

나의 유일한 애스턴마틴

동반자. 우린 종종 차를 그렇게 표현한다. 스마트폰, 노트북, 핸드백… 일상을 함께하는 사물은 많지만 동반자는 그리 쉽게 내주는 수식어가 아니다. 그만큼 우리는 차와 함께하는 여정을 즐긴다.

지난 10월 영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의 DBX707과 함께 <보그> 화보 촬영에 나선 박세리는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안전을 중시하기 때문에 튼튼하고 큰 차를 선호해요.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생활하다 보니 고속도로를 탈 때가 많은데 DBX707처럼 묵직한 차는 가속할 때 안정감이 남다르죠. 특히 핸들링 감각이 탁월해 부드럽게 나아가니, 덕분에 장거리 운전을 해도 덜 피곤해요.” 성인이 된 후 미국에서 본격적인 골프 여정을 시작한 박세리는 강인해 보이는 것이 좋아 언제나 검은색 SUV를 몰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그가 이제 후배를 위해, 골프의 미래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며 애스턴마틴과의 여정을 즐기고 있었다.

지난 11월 애스턴마틴 창립 110주년을 기념해 도쿄에서 열린 ‘애스턴마틴 아르카디아 도쿄 2023(Aston Martin Arcadia Tokyo 2023)’에는 애스턴마틴과의 여정을 사랑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애스턴마틴 오너들이 모두 모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축제의 주 무대는 도쿄를 대표하는 관광지 긴류잔 센소지 사원. 첫 이벤트 ‘애스턴마틴 콩쿠르 델레강스(Aston Martin Concours d’Élégance)’가 시작되자 뜻밖의 비로 비닐에 싸여 있던 애스턴마틴의 역대 모델이 한꺼번에 위용을 드러내며 관광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이것도 애스턴마틴인가?’ 싶던 원시적인 형상의 오렌지색 트랙터부터 100년 역사를 간직한 애스턴마틴 인터내셔널과 르망, 클래식한 미학의 정수를 뽐내는 ‘본드 카’ DB5와 DB6, ‘미스터 빈’이 사랑했던 투박하면서도 스포티한 매력의 V8 밴티지 자가토는 물론 애스턴마틴의 미래를 겨냥하는 하이퍼카 발키리 AMR 프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초로 공개된 DB12 볼란테와 발러까지, 애스턴마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모델 70여 대가 서기 628년에 지은 센소지 사원에 줄지어 늘어선 광경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이 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애호가들과 주말을 맞아 더 붐빈 관광객들은 오직 애스턴마틴이 주인공인 모터쇼를 즐기며 생경한 대화의 꽃을 피웠다. 그 사이에서 자신의 오랜 동반자를 새로운 관객에게 소개하는 차주들의 얼굴이 반짝거렸다.

행사 둘째 날에는 화이트 보터 햇을 쓰고 근사하게 차려입은 심사위원단이 ‘하이퍼카’와 1940년대 이전의 ‘클래식 카’를 포함, 총 8개 부문에서 선정한 애스턴마틴의 영예로운 시상식이 치러졌다. 가족 대대로 내려온 애스턴마틴을 물려받은 청년부터 노란 기모노를 입고 등장한 귀여운 ‘시그넷’의 차주, 애스턴마틴과 함께 어느새 근사하게 나이 든 차주들이 시상대에 올라 자신의 애스턴마틴에 얽힌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초록색 리본을 거머쥔 수상자도, 그러지 못한 사람도 이후 센소지 사원에서 시작된 퍼레이드를 즐긴 건 마찬가지였다. 관객 역시 도쿄 도심으로 주르르 출발한 50대의 애스턴마틴에 한결같은 박수를 보냈음은 물론이다.

여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후 옮겨간 무대는 한층 비현실적이었다.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처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후지산의 만년설이 새하얀 광채를 발휘하던 일요일, 110대의 애스턴마틴 오너와 후원자들은 ‘애스턴마틴 트랙 데이’를 맞아 일본 최고의 고속 서킷 후지 스피드웨이에 집결했다. 헤리티지 런(Heritage Run), 패밀리 런(Family Run), 스페셜 레이싱 런(Special Racing Run), 피날레 퍼레이드 런(Finale Parade Run), 네 세션으로 나누어 차근차근 진행된 트랙 주행에서는 아주 오랜만에, 어쩌면 생애 최초로 서킷에 안착한 애스턴마틴 차량의 설레는 질주가 이어졌다. 애스턴마틴 최초의 하이브리드 슈퍼카 발할라와 하이퍼카 발키리의 위용은 4.563km의 트랙에서 한층 압도적이었다.

서킷 근처에 지난해 문을 연 후지 스피드웨이 호텔에서는 갈라 디너쇼와 자선 경매도 진행됐다. 애스턴마틴 파트너사의 후원액 약 3억982만원과 경매에서 2,900만 엔(약 2억5,394만원)에 최종 낙찰된 2024 포뮬러 1 레플리카 모델로 인한 수익금은 모두 일본 적십자사에 기부하며 뜨거웠던 행사는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훌륭한 동반자는 삶에 추진력을 더해준다. 오직 애스턴마틴에 대한 애정으로 풍성했던 3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오너 퍼레이드에서 본 한 청년을 떠올렸다. 빛나는 함박웃음을 자랑하던 그는 애스턴마틴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애스턴마틴에 입사했고, 월급을 ‘탈탈’ 털어 드디어 손에 넣은 애스턴마틴과 함께 이번 아르카디아 행사에 오너로 참석했다. 그의 삶 전체가 자동차 하나에 이끌리고 있었다. 그러나 청년은 그것을 더할 나위 없는 행복으로 여기고 있었다. 애스턴마틴이라는 브랜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리스펙’하는 애스턴마틴이 함께 꾸민 시간을 만끽하는 내내 나의 일상에도 활력이 샘솟았다. 진심은 계속 전파되고 전승된다. 아름다운 추억과 향기를 남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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