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호화로운 료칸 9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일본 료칸에서의 이틀 밤을 예약해보라. 일본 전통 숙박 시설 료칸의 기원은 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의 료칸은 오늘날 도쿄와 교토를 연결하는 ‘도카이도 노선’을 따라 발달했고, 떠돌아다니는 사무라이와 상인들에게 휴식을 제공했다. 물론 지금은 현지인과 여행객이 모두 선호하는 숙박 시설이다. 료칸의 특징이라면 다다미 바닥, 낮은 나무 테이블, 미닫이창, 이불과 침구, 유카타 가운이 떠오른다.
하지만 료칸 숙박의 가장 큰 장점은 ‘오모테나시’라고 하는 흠잡을 데 없는 환대 문화에 있다. 객실 요금에 가이세키라고 하는 일본식 코스 요리와 조식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으며, 때때로 인근 또는 료칸 내 온천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손꼽을 만하다. 이런 목욕 시설은 보통 성별을 구분한 공동 시설이며, 솔직히 말하면 민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로 피로 해소와 진정 효과가 뛰어나다.
현대 숙소의 편리함을 찾는 여행객일지라도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적 옵션을 갖춘 곳이 많아 선택의 여지가 늘었다. 전통이든 새로운 료칸이든 다음 일본 여행에서는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가장 럭셔리한 료칸을 비롯해 료칸에서 영감을 받은 호텔을 선정했다.
자보린(Zaborin)
홋카이도 하나조노 숲의 자작나무에 둘러싸인 자보린은 15개 빌라로 구성된 현대적인 료칸이다. 접근성은 좋지만 자연환경 덕분에 한적한 느낌을 주는 숙소다. 객실은 완만한 경사의 초원을 바라보고 있으며 바에서는 요테이산이 한눈에 보인다. 료칸에 도착하면 62세의 차(茶) 장인이 숙련된 솜씨로 만들어주는 녹차를 맛볼 수 있다. 이 행사는 호텔 도서관 옆에서 진행되며,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과 DVD를 마음껏 볼 수 있다.
공동 목욕 시설이 중심인 다른 료칸과 달리 자보린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해 객실마다 온천 탕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실내 욕조이며, 다른 하나는 발코니에 있는 외부 욕조로 목조 또는 석조(후자를 선택하세요)로 만들었다. 넓은 객실은 대부분 서양식으로 이불 대신 침대가 있고, 다다미 대신 나무 바닥이 깔려 있다. 모든 것이 세련되고 고요하며, 셰프 세노 요시히로(Yoshihiro Seno)가 현지에서 조달한 해산물과 채소로 준비한 식사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아만네무(Amanemu)
아만네무는 료칸을 표방하지는 않지만, 현대식 료칸의 모든 것을 갖추었다. 아고만(Ago Bay)이 내려다보이는 미에현에 자리한 이 리조트는 24개의 넓은 스위트룸과 4개의 투 베드 룸 빌라를 갖추고 있으며, 무채색과 목재로 이루어진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모든 객실에는 가구를 갖춘 데크와 온천수가 나오는 깊은 욕조가 구비되어 있으며, 빌라 내에는 별도의 온천 공간이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잠시 시간이 날 때는 자전거를 타고 부지를 둘러보거나 32m에 이르는 인피니티 풀 옆 라운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호텔의 자랑 스파에서 휴식을 취해본다. 이 고요한 오아시스의 야외 공용 공간은 온천수가 나오는 대형 수영장 두 곳과 럭셔리한 쿠션이 놓인 오픈형 지하 벽난로로 구성된다.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햇볕을 쬐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무료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것도 좋다. 레스토랑의 특별한 디너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일품요리와 코스 요리가 모두 제공되며, 일품요리에는 일본식, 중국식, 양식 메뉴가 포함된다.
호시노야 도쿄(Hoshinoya Tokyo)
지난여름 최초의 럭셔리 료칸이 도쿄에 문을 열었다. 호시노야 도쿄는 시끄러운 도시와 번잡한 거리에서 벗어난 안식처다. 입구에 들어서면 신발을 벗고 복도 왼쪽에 늘어선 밤나무와 대나무 상자 중 하나에 신발을 보관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엘리베이터를 비롯한 호텔 전체에 다다미가 깔려 있어 일본 고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객실은 총 84개이며 각 층에 6개의 객실만 있어 복도를 돌아다니거나 오차노마 라운지에서 간식을 먹을 때 다른 투숙객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객실 요금에 식사는 포함되지 않지만, 저녁에는 소바가 무료로 제공된다. 그럼에도 객실로 직접 배달되는 전통 일본식 아침 식사와 매일 조달되는 제철 현지 식재료를 프랑스식으로 조리하는 레스토랑의 디너는 꼭 한 번 맛볼 만한 가치가 있다. 도쿄에는 즐길 거리와 볼거리가 많지만, 한밤중에 방문하면 유리 지붕을 통해 별을 볼 수 있는 온천이나 사케가 무료로 제공되는 가카쿠 공연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료칸 구라시키(Ryokan Kurashiki)
구라시키시의 이름 그대로 지은 료칸 구라시키는 1957년 문을 열었다. 이 고즈넉한 료칸은 단 8개의 객실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3개는 2018년 추가됐으며, 풍부한 채광과 운하 전망을 자랑한다. 한때 소피아 로렌이 묵었던 객실에 머물고 싶다면, 오리지널 객실인 오쿠자시키(Okuzashiki) 스위트룸을 선택해야 한다.
아름답게 보존된 시내를 돌아다닌 후 1시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저녁 식사로 고급 가이세키 코스를 즐길 것을 추천한다. 향긋한 국물에 노란 서양 대파를 넣고 끓인 밥 한 그릇이 나오면 이 평범하지 않은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지 깜짝 놀랄 준비를 해야 한다. 평화로운 정원이 보이는 다이닝 룸에서 아침 식사를 할 때는 개인 숯불 그릴에 맛있게 구워낸 생선을 맛보길 권한다.
고라 가단(Gora Kadan)
도쿄에서 전철로 2시간 정도 가면, 온천 휴양지로 유명한 하코네에 도착한다. 지역 곳곳에 수많은 료칸이 있지만, 그중 고라 가단이 가장 유명하다. 과거 간인노미야 황실의 여름 별장으로 쓰인 곳으로 1952년 여관으로 개조했다. 를레 앤 샤토(Relais & Châteaux) 부지에는 다양한 크기와 유형의 39개 객실이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객실은 야외 공간과 노천탕을 갖췄다. 아쉽게도 어떤 위치에서도 후지산을 볼 수는 없지만,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은 여전히 매혹적이다.
도서관을 겸하는 살롱엔 안마 의자와 몸을 뉘어 쉴 수 있는 곡선형 라운저를 구비했다. 공용 온천도 이용할 수 있지만, 정원 내 한증막을 갖춘 개인 온천도 선택할 수 있다. 조식은 예약한 시간에 전담 직원이 객실로 가져다주고, 편안하게 입식으로 식사를 하고 싶다면 엘리자베스 시대풍 건물에서 저녁 식사도 가능하다.
니시무라야 혼칸(Nishimuraya Honkan)
도착하는 순간, 거부할 수 없는 기노사키의 매력에 빠져든다. 버드나무가 늘어선 운하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온천 마을을 가로지르는데, 유카타에 게다 차림으로 돌아다니게 만드는 분위기를 띤다. 메인 도로의 한쪽 끝에는 1860년에 세운 전통 료칸 니시무라야 혼칸이 있다.
다다미 바닥, 좌식 의자와 낮은 테이블, 장식을 위한 공간인 도코노마, 슬라이드식 미닫이창 등으로 구성된 32개 일본식 객실은 전형적인 료칸의 모습이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잘 정돈된 정원으로, 조각처럼 다듬어진 나무와 석등 사이로 비단잉어가 노니는 연못을 찾아볼 수 있다. 료칸에 자체 온천 탕이 있지만 마을의 공공 온천을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투숙객에게 제공하므로 여러 온천을 경험해볼 수 있다.
신몬젠(The Shinmonzen)
기온 심장부의 조용한 거리에 있는 신몬젠은 교토 최고의 호텔로 꼽힌다. 2022년 1월 오픈한 료칸 스타일의 부티크 호텔은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한 곳으로, 일본의 전통적인 여관과 현대 감성이 조화를 이룬다. 가림막 커튼을 젖히고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다다오가 설계한 디자인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한쪽은 안도의 시그니처 콘크리트가, 다른 한쪽에는 사계절 내내 바뀌는 독특한 예술 작품이 걸려 있다.
프랑스 남부의 자매 호텔 빌라 라 코스트(Villa la Coste)를 연상시키는 1층의 리버사이드 라운지에선 말차 라테를 즐기며 현대미술 컬렉션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일본식 환대 ‘오모테나시’를 인간화한 친절하고 세심한 직원들이 고객 맞춤형 체험을 준비하거나 주변 투어를 안내하는 리셉션 공간을 겸하고 있다. 위층에는 9개 스위트룸이 있으며, 모두 개별적으로 디자인해 놀라울 정도로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양식 침구를 갖춘 객실에는 손으로 짠 푹신한 카펫이 깔려 있고 다다미 위에 이불이 놓여 있다. 미닫이창이 실내를 감싸고 있으며, 발코니에서는 시라카와강이 내려다보인다. 대부분의 객실에는 대형 히노키(노송나무) 욕조가 있으며, 호화로운 욕실에는 스킨케어 세트와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같은 고급 어메니티가 제공된다. 숙박비에 조식이 포함되어 객실 또는 아래층 테라스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 장 조르주가 현지 식재료로 요리하는 레스토랑도 호텔 내에 있다.
나오시마 료칸 로카(Naoshima Ryokan Roka)
나오시마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의 섬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을 방문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2022년 4월 료칸 로카가 문을 열면서 나오시마 최초의 료칸이자 가장 특별한 보물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고즈넉한 료칸은 현지 자재로 만들어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며, 노천탕을 갖춘 11개의 미니멀한 스위트룸, 조경이 훌륭한 정원, 지리적 특성을 반영한 인상적인 현대미술 컬렉션이 어우러져 투숙객이 자연과 소통하고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 료칸 내에는 일본식 젠 가든이 내려다보이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카페 겸 바 모야(Moya)가 있으며, 조식과 석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엔(Restaurant En)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레스토랑 엔에서는 현지 식재료와 세토 내해(瀬戸内海)의 풍요로움을 엿볼 수 있는 제철 가이세키와 스시 코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베니야 무카유(Beniya Mukayu)
가나자와시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베니야 무카유는 녹음에 둘러싸인 16개 객실을 갖춘 료칸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진정한 휴식을 취하기에 이상적이다. 1928년에 지었지만, 오랜 전통의 장인 정신과 현대적인 가구가 어우러져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호화로운 객실은 모두 울창한 녹지를 바라보며 노천탕이 있다. 개별 온천 탕 외에도 공용 시설에서 스파를 즐길 수 있다. 정원을 거닐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느린 삶의 방식을 경험해볼 것을 적극 권장한다. 일본 종이 와시(和紙) 만들기 클래스에 참여하거나 근처 오쓰치 마을에서 하이킹을 시도하는 등 다른 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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