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단추에 담긴 이야기: 샤넬 2024 S/S 꾸뛰르 컬렉션
버지니 비아르에게 샤넬 하우스는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과 같습니다.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그녀의 임무는 그 영감을 새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하는 것이죠. 지난 23일, 파리 그랑 팔레 에페메르에서 공개된 샤넬의 2024 S/S 꾸뛰르 컬렉션에서는 어땠을까요?
이번 컬렉션은 버지니 비아르가 선보인 열 번째 꾸뛰르 쇼였습니다. 그녀는 어김없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는 샤넬 하우스의 유산을 탐구했죠. 1920년대에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여성용 투피스 수트를 선보인 가브리엘 샤넬은 단추를 특히 극진하게 다루었는데요. 옷을 쉽게 여미고 풀 수 있게 해줄뿐더러, 옷을 입은 여성에게 자유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버지니 비아르가 주목한 것도 다름 아닌 단추였죠. 데이브 프리와 켄드릭 라마, 그리고 피지랭(pgLang)이 함께 제작한 티저의 제목 역시 ‘The Button’이었고, 베뉴의 천장에는 샤넬의 로고가 새겨진 거대한 버튼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버지니 비아르는 과연 이 영감을 어떤 이야기로 풀어냈을까요? 정답은 발레 무용수의 의상이었습니다. 무용수의 의상 역시 신체의 격렬한 움직임을 최대한 고려해 만들기 때문이죠. 사실 샤넬과 발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정확히 100년 전인 1924년, 가브리엘 샤넬이 발레 오페라 <르 트랑 블뢰(Le Train Bleu)>의 의상을 담당하면서 인연이 시작됐죠. 샤넬은 지금도 꾸준히 발레단, 무용수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작년에는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의 주요 후원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컬렉션에는 레오타드부터 튀튀와 점프수트까지, 전문 무용수가 입을 법한 아이템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튤이나 시퀸처럼 가벼운 소재로 만든 옷을 입은 모델들은 당장이라도 춤을 출 것만 같았죠. 컬렉션이 따분하게 느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버지니 비아르는 컬러에 의지했습니다. 최근의 컬러 트렌드를 염두에 둔 듯, 파스텔 톤의 향연이 펼쳐졌죠.
컬렉션 중 가장 눈에 띈 아이템은 흰 타이츠였습니다. 앰배서더 마가렛 퀄리를 포함해 총 56명의 모델이 런웨이를 걸었지만, 맨다리를 내놓고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죠. 흰 타이츠와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스타일링 역시 다채로웠습니다. 정갈한 매력의 트위드 스커트 밑에 타이츠를 레이어드하는가 하면, 시스루 소재의 팬츠를 활용하기도 했죠.
흰 타이츠의 매력이 극대화된 것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이트로 도배한 룩이었습니다. 타이츠 특유의 스포티한 매력을 그대로 머금고 있으면서도, 순백색만이 뿜어낼 수 있는 페미닌한 분위기까지 물씬 느껴졌거든요.
뭐니 뭐니 해도 꾸뛰르 컬렉션의 진가는 디테일에서 드러나죠. 심플한 드레스를 만드는 데 평균 150시간, 가장 정교하게 수놓은 피스의 경우 6,000시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하니까요. 샤넬의 ‘사부아페르(Savoir-Faire)’를 집약한 Le19M 공방은 이번에도 빛을 발했습니다. 단추부터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시퀸 한 조각까지, 모든 것에 장인들의 손길이 닿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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