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부활을 주도한 알레산드로 미켈레, 발렌티노로!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발렌티노로 향한다. 로마에서 나고 자란 그가 4월 2일부로 로마를 상징하는 하우스의 수장이 된 것. 미켈레는 2025 S/S 파리 패션 위크에서 발렌티노 데뷔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번 선임에 대해 그는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상징하는 우아하고 세련된 하우스에 합류하게 되어 영광이며,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미켈레의 발렌티노 합류는 그가 처음으로 꾸뛰르 컬렉션을 선보이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새로운 도전에 대해 “깊은 곳에서부터 번지는 미소, 눈을 반짝이게 하는 감사의 마음, 그리고 필요성과 아름다움이 만나는 순간… 제가 정의하는 기쁨이란 이렇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기쁨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다만 기쁨은 생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조심히 다뤄야 해요”라고 말했다.
기쁨을 느끼는 것은 미켈레뿐 아니다. 그의 선임을 주도한 발렌티노의 CEO 야코포 벤투리니(Jacopo Venturini) 역시 부푼 마음을 안고 있다. 과거 미켈레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직을 맡았을 때 야코포 벤투리니는 구찌의 머천다이징과 해외시장 부문 부사장이었다. 과거 구찌 부활을 주도한 두 인물이 다시 만나게 된 것.
벤투리니는 미켈레의 ‘심오한 지성’과 ‘경이로운 밝음’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 그는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정립한 하우스의 꾸뛰르적 특성과 색깔을 이어가는 동시에 재해석할 적임자가 미켈레라고 확신한다. 독특한 비전과 상상력을 가진 미켈레가 사람들에게서 이끌어낼 감정과 선보일 아이템에 대한 기대감 역시 갖고 있다. 미켈레는 벤투리니가 놀라울 정도로 프로페셔널하고, 현실적이면서도 전략적인 비전을 지녔으며, 감수성 또한 갖췄다고 설명했다.
미켈레는 구찌에서 모두가 ‘구매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을 선보이며 하우스에 엄청난 흑자를 안겼다. 2014년 미켈레가 처음 부임했을 때 구찌 매출은 35억 유로였지만, 2022년 구찌 매출은 97억3,000유로를 기록했다. 2022년 11월 미켈레가 구찌를 떠난 뒤 사람들은 ‘팔리는 아이템’을 디자인할 줄 아는 그가 어디로 향할지 끊임없이 추측했다. 결국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걸 증명했지만.
미켈레는 발렌티노의 아카이브를 연구하고, 하우스의 코드를 익히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발렌티노가 풍부한 역사적, 문화적 유산을 갖고 있으며 늘 경이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발렌티노 가라바니와 지안카를로 지암메티(Giancarlo Giammetti)가 정립한 정체성, 그리고 그들이 지닌 발렌티노를 향한 애정이 경이로운 이야기를 가능케 하죠.” 그는 하우스의 창립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들에게서 받은 영감을 본인만의 시선으로 해석할 것을 다짐한다.
가라바니는 파트너 지암메티와 함께 1960년 자신의 이름을 딴 하우스를 설립했다. 이들은 48년간 발렌티노를 이끌며 어떤 디자이너보다 로맨틱한 여성복을 디자인했으며 1969년부터는 남성복도 선보였다. 발렌티노는 2008년부터 하우스를 이끈 피엘파올로 피촐리가 떠나고 일주일 만에 미켈레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맞이하게 됐다.
미켈레는 구찌의 모회사이기도 한 케어링과 다시 한번 손을 잡게 됐다. 2012년 7억 유로에 발렌티노를 인수한 사모펀드 메이훌라는 지난해 7월 17억 유로에 발렌티노의 지분 30%를 케어링에 매각했다. 해당 거래에는 케어링이 2028년까지 발렌티노의 지분 100%를 인수할 수 있으며, 메이훌라가 케어링 그룹의 지분을 일부 가져갈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케어링과 메이훌라는 구찌 부활을 이뤄낸 미켈레가 이번 선임을 통해 발렌티노가 바라던 ‘전환점’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발렌티노 회장 라시드 모하메드 라시드(Rachid Mohamed Rachid)도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선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오늘 발표한 성명문에서 그는 “발렌티노 하우스의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미켈레는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으며, 그를 선임한 일은 발렌티노가 가진 야망을 잘 보여줍니다”라고 말했다. 라시드 모하메드 라시드는 미켈레의 창의성과 감수성에 굳은 신뢰를 보내며, “그가 하우스의 유산을 이어가는 동시에 동시대적으로 만들 것을 믿는다”고도 덧붙였다.
발렌티노의 지분을 인수할 당시, 케어링 그룹의 CEO 프랑수아 앙리 피노는 하우스에 대해 “아름다움과 엘레강스 그 자체인 독창적인 이탤리언 하우스”라 표현했다. 과거 미켈레는 한 인터뷰에서 “아름다움에는 경계와 규칙, 색깔이 없다”고 말했다. 포괄적이며 지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아름다움’을 다시 정의하는 미켈레 앞에는 새로운 과제가 놓여 있다. 바로 지난주까지 피촐리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의 시선으로 발렌티노가 표방하는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해석하는 것.
14개월의 공백을 깨고 복귀한 미켈레가 로마를 대표하는 하우스를 선택한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최근 <보그> 인터뷰에서 “로마에는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습니다. 모두를 환영하지만, 그곳에 질서란 없죠”라며 자신의 고향 로마에 애정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4월 2일부터 그의 ‘오피스’가 될 발렌티노 본사는 미켈레의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다. 미켈레는 자신이 행운아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앞으로 펼쳐질 일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두 팔 벌려 인사를 건넵니다. 새 삶이 피어나고 생명의 기운이 싹트는 초봄입니다.”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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